미국 식품의약국의 경고

2010-10-09     강민구


이정배 대한안경사협회 회장



요즘은 옛 사극에 대한 고증도 없다. 그러다보니 고구려의 군사는 마치 게임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미래 전사의 모습을 닮았다. 역사에 대한 고증보다 재미를 내세우는 세태의 반영이다. 때문에 원칙을 말하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다.

이런 이유로 사극에 나오는 여배우들은 감독과 네티즌들의 계속되는 지적에도 버젓이 서클렌즈를 끼고 나온다. 말 그대로 조선시대의 왕비를 연기하는 배우의 눈이 최첨단 의료기술의 도움을 받아 또렷하고 밝게 빛나는 모습으로 나오는 것이다. 처음 눈썰미 있는 일부 네티즌들의 지적에 일부 배우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거듭되면서 이제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시청자에게 더욱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은 배우들의 노력 정도로 가볍게 보는 분위기다. 정말 그럴까?

최근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에서는 한국의 여배우들이 즐겨 쓰는 미용 서클렌즈에 대하여 심각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경고도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니라 실명위험을 경고한 것이다. 미국 fda는 한국의 여배우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서클렌즈가 눈을 또렷하고 크게 보이게 하여 한국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따라하다가는 자치 실명의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fda는 모든 콘택트렌즈는 의학적 심의를 거쳐 판매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처방 없이 함부로 인터넷 등을 통하여 구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며, 각막찰상 등 눈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구체적으로는 fda의 승인을 받아 콘택트렌즈를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검안사(optometry)의 처방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서클렌즈를 판매하는 일부 사이트는 이를 지키고 있지 않다고 한다. 부끄럽지만 그 일부 사이트에 공급되는 콘택트렌즈가 한국에서 불법적으로 공급되는 것이고, 한국인에 의해 운영되는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도 ‘안전 불감증’에 빠진 우리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콘택트렌즈가 무엇인가? 콘택트렌즈는 인체의 소중한 눈, 각막에 직접 접촉되는 의료기기다. 마땅히 전문가에 의해 취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위에서는 도수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인터넷을 통하여 버젓이 구입하여 아무나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얼마 전 방송에서는 이른바 청소년의 서클렌즈 중독을 고발한바 있다. 방송 에 의하면 서클렌즈 중독성은 마치 마약과도 같다. 사리분별이 떨어지는 일부 10대 청소년의 경우 매 4시간마다 착용을 중지하고 소독이나 세척을 하여 사용하여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루 또는 수일에 걸쳐 연속착용하다 결국 각막에 심각한 손상을 입지만 그 이후에도 단순히 눈이 이뻐보인다는 이유 하나로 다시 서클렌즈를 착용한다고 한다. 과연 이 아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우려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경고가 있었다.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국가면자 단체인 대한안경사협회에서는 이런 이유로 콘택트렌즈의 인터넷 판매를 제한하는 법을 서둘러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협회의 호소가 받아들여져 국회에 입법 발의되었지만 아직 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다시 한 번 경고하건데,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눈이 얄팍한 상술에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콘택트렌즈의 판매는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둘러 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도리일 것이다. 다시 한 번 국회에 법 개정을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