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용 전문안경을 아시나요?

2010-10-25     강민구
이정배 대한 안경사협회 회장





요즘 지인들 중에 산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주말이면 하도 성화라 필자도 마지못해 이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산은 온통 형형색색의 등산객들로 화려하게 수를 놓고 있다. 말을 들어보면 이들이 입고, 메고, 착용한 등산관련 제품을 구비하는데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고 한다. 특히나 유명 브랜드로 갖출 경우 그 비용은 입이 벌어질 정도다. 등산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아웃도어 시장이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한 가지 의아한 것이 있다면, 등산객들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저마다 훌륭한 장비로 치장을 하고 있지만 안경은 저마다 각각 이라는 점이다. 직업이 병이라고, 필자가 산행 초입부터 마무리까지 유심히 살펴본 수백 수천 명의 등산객 중에 꼭 정답이라고 할 만큼 맞춤한 안경을 낀 등산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대부분이 평소 일상에서 사용하던 안경을 그대로 착용했고, 일부는 멋을 내기 위한 선글라스를 착용하였지만 일반 선글라스는 산행에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산행에 적합한 스포츠 고글을 착용한 몇몇의 등산객을 마주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랄까? 일행 중에 평소 산행용 스포츠고글 착용 예찬론을 펴는 지인이 있어 소개하면 이렇다.

산을 즐겨 타는 지인은 우리 산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암벽구간을 지날 때가 종종 있다. 이 암벽구간을 지날 때 흘러내린 안경 때문에 아찔한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산행의 특성상 땀이 많이 나고, 그러다 보니 안경이 흘러내리는 것은 다반사다. 집중을 요하는 위험구간에서 안경이 거추장스러워 불편을 넘어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위기를 겪어본 사람은 산행용 안경의 필요를 절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흘러내린 안경은 정확한 시야를 확보해 주지 못해 실족의 위험도 높인다. 발밑을 정확히 보고 딛어야 하는데 안경이 오히려 장애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산행안전을 위해 안경을 꼭 착용해야 하는 시력이상자의 경우 반드시 산행용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값비싼 산행장비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 등산객들도 막상 안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거나 그 필요를 절감하지 못한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산에서의 사고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처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안경을 홀대하는 심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패션에 좀 뒤떨어지더라도 안전을 위해서는 산행에 적합한 안경을 하나쯤은 갖추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등산에서의 안경렌즈 색깔은 갈색이 좋다. 갈색은 나무와 숲이 우거진 곳에서 사물을 식별하기에 용이하다.

이밖에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생활에 필요한 전문안경의 수요는 많다. 컴퓨터를 주로 사용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일상생활용 안경 외에 컴퓨터용 안경을 여벌로 갖고 있으면 피로를 한결 줄일 수 있다. 근시가 심한 학생의 경우 근거리용 안경과 원거리용 안경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면 역시 집중력을 높이고 피로를 줄여줘 효과가 크다.

이런 전문안경의 혜택은 특정한 계층만 누리는 것이 아니다. 혹 안경원을 찾아 안경사에게 문진을 할 때면 자신에게 필요한 안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좀 더 구체적인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 처서도 지났으니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왔다. 건강을 위해 즐기는 등산인 만큼 더욱 효과적인 것은 눈에 투자하는 것도 아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