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Fun)한 안경 But 뻔한 안경은 만들지 않을 것”

2015-08-28     전시현
<인터뷰> 김종필 디자인 샤우어 대표

안경 디자인 소비자 기호와 맞게
디자이너 고급 인력 수요 급증
라식은 패션안경 트렌드에 일조
김종필 디자인 샤우어 대표는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오늘날까지 안경을 매개로 한 안경 디자인을 꿈꿔온 제 1세대 안경 디자이너이다. 김 대표는 예나 지금이나 안경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안경, 그런 안경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소회를 밝혔다.

한때 두꺼운 테, 한정된 색상,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동그란 알이 있는 안경은 그야말로 얼굴을 가려주는, 한마디로 안경 쓴 모습이 촌스럽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젠 '안경'은 패션의 아이템이요, 없어서는 필수품이 됐다. 안경이 미운 오리새끼에서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백조로 탈바꿈하기까지 이 사람의 노력이 없었다면 결코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바로 제1세대 안경디자이너 김종필 디자인 샤우어 대표다. 김종필 대표는 안경 디자인이라는 개념조차 미약하던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안경을 매개로 호흡하고 또 꿈을 꾸어온 1세대 안경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안경 디자인을 시작한 계기는.

▲군 제대 후 2학년으로 복학해 금속공예 디자인을 전공했다. 주얼리 디자인 쪽에 마음을 두고 있었으나 기회가 닿지 않았다. 우연히 안경 디자인 공모전에 수상하게 됐다. 그 후 안경업체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1996년도에 일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신입 때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 그야말로 새벽에 별 보고 출근해 달 보고 퇴근하는 생활을 몇 년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안경을 향한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2월 '서울 토탈 아이웨어 프로젝트'에 신제품을 론칭했는데.

▲대량 생산된 물건들 사이에서 핸드메이드가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수작전(手作展)'을 통해 손으로 만드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메탈 소재로 무장한 신제품 '코드비'라인을 전시회를 통해 론칭했다. 코드비는 메탈 안경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브랜드로 가벼운 착용감이 특징이다. 어느 정도 기계의 도움을 받는 여타 수제 안경과는 달리 수작전 제품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을 거친다. 거친 질감과 특이한 형태도 디자이너가 직접 손으로 깎아내 완성한 결과다. '제품'보다 '작품'에 중점을 두고 탄생한 브랜드다. 디자이너 한 명이 하루종일 작업해도 두 개밖에 만들지 못한다. 때문에 애당초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수익을 생각하면 오히려 적자지만 이색적인 콘셉트를 실험해보기 위해 도전했다.


―왜 하필 안경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했나.

▲현재 다른 분야의 디자인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은 모두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안경을 디자인 하는 게 내 적성과 생각에 잘 맞는다. 그래서 안경 디자인 분야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안경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사이즈는 앙증맞고 작으면서도 숨어 있는 속뜻은 깊고 거대하다. 그게 안경의 매력이다. 내가 안경 디자이너를 계속 고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안경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한국의 안경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앞서고 있다. 내수 시장의 첫 시작은 제조 부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안경의 기능성뿐만 아니라 패션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안경 디자인, 제조에 관한 고급 인력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 20~30대 젊은 사람들이 안경 디자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곧 실력 있는 디자이너를 배출할 수 있고 수준 높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안경이 가진 제품의 한계 때문에 디자인하는 데 어렵지 않나.

▲한계라기보다는 안경이 가진 특징을 고려해 디자인해야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안경은 모양과 색상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디자인 작업을 시작할 때는 시장성과 기술력도 숙지해야 하며 시대에 따라 소비자 트렌드에 맞게 작업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안경을 포함, 모든 디자인이 그렇듯 사용자 중심이어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아무리 좋은 작품일지라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안경 시장이 침체기다. 디자인에 한계가 있지 않나.

▲내수시장의 규모 면에서 보면 침체기로 들어서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안경 자체의 기획력과 추진력을 보면 최근 국내 브랜드의 탄생은 '맑음'이다. 이는 곧 수준 있는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증거다. 내수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을 바라본다면 지금 불고 있는 국내 기획 브랜드의 다양하고 차별화된 디자인은 점차 좋은 결과물로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


―해외 안경시장과 비교하면 어떠한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안경시장은 세계 패션트렌드를 주도했던 디자인을 카피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패션동향을 반영한 획기적인 아이웨어가 출시되고 있다. 이 제품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좋은 평을 얻고 있다. 해외 유명 아이웨어 전시쇼들의 국내 기업 진출 수가 계속 늘어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는가. 좀 더 기획력과 인력을 배양한다면 밝고 빛나는 한국 안경 디자인 산업이 도래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안경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방법이 있다면.

▲안경 디자인의 역사는 짧다.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이 없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또 작은 규모의 산업이라 고쳐야 할 부분도 많다. 이제부터라도 실력 있는 안경 디자이너를 육성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나 기관의 투자가 절실할 때다.


―최근 라식, 라섹의 발달로 안경 착용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졌다.

▲콘택트 렌즈는 눈 속에 착용하는 것이고 안경은 눈 위에 착용하는 것이다. 렌즈와는 달리 안경도 내 얼굴과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불어 라식, 라섹 수술의 빈도수가 높아지는 것과 더불어 선글라스 시장이 소비자들에게 붐을 타고 있다. 렌즈와 라식, 라섹 수술이 안경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오히려 패션의 아이템으로 일조했으며 시장의 확대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이미 안경 시장은 패션의 단계로 진입했고 패셔너블한 안경을 찾는 수요가 많이 느는 추세다.


―제1세대 안경 디자이너로서 지닌 철학과 꿈이 있다면.

▲다양한 콘셉트의 안경 브랜드를 출시해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것 그리고 본인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면 '안경'아이템 하나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전달해 주고 싶다. 그리고 안경은 잘 고르면 성형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고객이 더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안경 디자인, 행복을 느끼는 안경, 그런 안경 디자인을 하고 싶다.

jun7564@fneyefocus.com 전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