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광차단렌즈, 성능 규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필요

“제품 효능 정확히 인지해 고객에게 권해야”<br />“공산품이 아닌 의료용 제품으로 처방해야”

2015-09-24     아이포커스편집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정보기술(IT)은 나날이 발전하고 다양한 직업군이 생겼다.

이에 상응하듯 기능성 안경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업체 역시 다양한 기능을 갖춘 렌즈를 내놨다.

그 중의 하나가 청광렌즈다. 디지털기기에서 나오는 청색광을 차단한다고 해서 청색광 차단렌즈 또는 청광렌즈라 불린다. 이 렌즈가 출시되면서 성능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청색광 차단렌즈는 1984년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생물물리학 교수 월리엄티 헴 주니어 박스의 '빛에 의한 눈의 위협'이라는 미국 안과 학술논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월리엄 티 헴 주니어 박스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청색광이 눈에 직접 닿거나 자주 노출되면 안구건조증 발생 확률이 높다. 또 노안의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한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의 경우, 성인보다 수정체의 오염이 작기 때문에 푸른 빛이 통과하기 쉬워 시력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근시의 진행 속도가 빠르게 일어난다 직접 노출될 경우 시야 흐림 현상과 시세포의 노화를 촉진시켜 안구건조나 눈피로, 두통, 불면증 등의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소개됐다.

이런 문제점들이 국내외 언론에 소개되면서 청색광과 이를 차단하는 청광렌즈에 대한 열풍이 불었다.

청광렌즈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일본의 대표적인 안경브랜드 진스(JINS)가 출시한 PC용 안경을 꼽을 수 있다.

보통 안경이라면 시력을 목적으로 하지만 진스PC 안경은 컴퓨터에서 나오는 유해광선을 차단해 주는 안경이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내놓은 것. 발매 3개월 만에 전체 매출 1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에 발맞춰 국내 안경 렌즈제조업체들은 잇따라 청광렌즈를 출시하고 안경사와 소비자를 상대로 홍보와 마케팅을 시작했다.

청광렌즈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업체 또한 제품 출시를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로 대세다.

■청광렌즈 효능에 대해 확실한 근거 없어

김환 컬러테크연구소 교수는 "모니터, 스마트폰, TV 등에서 나오는 파란색 계열의 블루라이트는 망막에 광화학적 손상을 일으켜 시야를 흐리게 하고 시세포 노화를 촉진하는 주된 원인이라는 말은 난센스다. 이는 동물실험에서만 확인된 것이며 아직 확증하기엔 이르다. '청색광은 세포 산화성 스트레스를 유발해 망막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근거는 '다이오드에서 나오는 청색빛 위험(Light Emitting Diodes and the Blue Light Risk)'인 것으로 봐서 렌즈 관련 기업 홍보자료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김 교수는 "'청색광 차단 렌즈가 노인성 황반 변성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유익하다는 이론이 역학적, 실험적으로 증명됐다'는 내용은 근거는 부족하지만 실험 데이터 일부 조기 노인성 황반변성을 가진 환자는 청색 또는 녹색광 빛에 대해 망막신경세포와 색소상피세포 노출을 최소화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훈 교수는 "하지만 급성 푸른색(또는 흰색 빛 노출)과 망막 손상과의 관련성은 입증할 수 없으며 동물 배양 조직을 근거로 했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입증하기에는 곤란하다. 청색광 차단이 노인성 황반변성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임상 실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만족도에서 정확한 제품 기능 알 수 있어

반면 청광렌즈를 수입하는 업체 관계자는 "안경사와 소비자들이 아무런 클레임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만약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효과가 없다면 납품하지 않았을 것"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학계에서 말하는 청광렌즈의 효과 여부는 단순히 연구에 의해서 말하는 것일 뿐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도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은정 건양대학교 안경광학과 교수는 "과거 청색광 위험은 강렬한 세기의 빛을 접하는 용접공이나 조명기기 설치자, 산업용 및 의료용 광원 등을 다루는 직업군 종사자, 그리고 수정체를 적출한 무수정체 환자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주의를 요하는 데 필요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교수는 "현재 보급돼 있는 대부분의 발광다이오드(LED) 제품은 안전규격에 맞춰진 제품이다.

하지만 이 안전규격은 강한 세기의 광원에 노출됐을 때의 위험성에 근거한 규격이다. 강한 밝기의 광원을 바라보게 되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그 광원을 회피한다. 따라서 강한 밝기의 광원은 오히려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은정 교수는 "문제는 LED 제품의 안전규격은 낮은 밝기의 광원에 의해 일생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 광화학적 망막손상이 생길 수 있다.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조명 등 우리 주위를 온통 차지하고 있는 여러 광원으로부터(청광렌즈를 통해) 우리의 눈을 조금이라도 보호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국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안경 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청광렌즈뿐만 아니라 안경 관련 제품의 성능을 규정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신뢰가 필요하다"며 "안경은 단순 공산품이 아닌 의료용품으로 정확한 사용 규정을 인지한 다음에 고객에게 처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안경사의 위치가 제대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jun7564@fneyefocus.com 전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