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우리는 불황이 아니었던가?

2016-02-12     전시현
김 종 석 서울시안경사회 회장

세상을 온통 움츠리게 만들었던 험한 겨울도 이젠 서서히 물려 가고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가녀린 봄도 서서히 오고 있다. 불황이 길어지면서 안경업계 경기도 얼어붙었다.

요즘 회원들을 만날 때 "영업은 어떠한가?"라는 안부 인사를 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다른 단순 판매업종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더욱 길이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안경사인 우리는 전문가이자 준의료인이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과 마음을 함께 파는 자부심이 존재하는 분야다. 제안한다. 우리의 봄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니까 우리 스스로 봄을 만들자고 말이다.

우선 오는 봄을 맞으며 안경원의 분위기를 바꾸자.

비싼 돈을 들여서 인테리어를 새롭게 하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안경원을 깨끗이 닦고, 쓸고, 털고, 떼어 내자. 진정한 청소는 의미는 쇼원도우와 유리창의 지저분한 할인 현수막이나 포스트를 청소하자는 것이다. 너덜너덜하게 영혼도 없는 문구가 널려 있는 할인 간판들은 이제는 걷어내자.

약국 주인은 약장사가 아니라 약사님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자체적 검사와 처방도 못한다. 그리고 적게는 몇 백 원에서 몇 만 원짜리 약을 판다. 그래도 손님들은 약사님이라는 존칭을 사용한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어떠한가.

많은 국민들은 아직 우리를 안경사가 아니라 안경 장사라고 칭한다. 잘 보이지 않는 국민들에게 밝은 세상을 보게 해주는 이 직업이 얼마나 고귀한 일인가. 그 과정의 기술은 또 얼마나 수준 높은 고난이도 일인가. 당연히 안경사 선생님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싸구려 장사꾼의 인식을 못바꾸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손님들에게 불신과 신뢰를 크게 주고 있는 과대·과장 광고이다. 우리의 미래는 현재와 같은 싸구려 장사치로 지속되어서는 안된다. 지금처럼 해서는 결코 밝은 미래는 없다. 지금 안경원이 공급 과잉 상태라고 한다. 그럴 수도 있다. 또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만 탓하고 있을 만큼 한가롭지 않다. 안경원 적정 숫자의 개념은 우리가 얼마든지 바꿀 수가 있다. 여러 제안과 방법이 있을수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줄어든 기존 고객들의 객단가를 최대한 높이는 것이다. 기능성 렌즈와 누진 렌즈 등을 활용해 고객 한 사람 한 사람 수준을 높히면 된다.

특정 안경원을 대상으로 약 6개월 정도의 교육과 의식 개혁을 시킨 결과 매출에 큰 변화가 오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많은 안경사들이 끊임 없는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을 위한 투자를 과감히 한다. 바로 이렇게 실력을 갖추는 게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경쟁력이 된다.

최근 인터넷 발달로 안경과 렌즈의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많은 지식을 가지고 상품을 구매한다. 부족한 지식과 실력으로는 절대 고객을 상대하지 못하며 최대치의 객단가 창출을 시킬 수 없다. 현재의 상황을 공급과잉이 아닌것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물론 가능한 일이다.

우선 고객에게 안경의 가치와 눈의 소중함, 그리고 생활속에서 필요한 다른 포지션들과의 상대적 비교를 통해 안경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도 파이를 키우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는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을 바라보고 우리 고객의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나만의 경쟁력을 개발해야 한다.

우선 팩렌즈나 돋보기를 구매하려는 고객이 검안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 외에도 완성품 돋보기는 판매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들을 누진고객으로 변화시켜 고부가가치를 창출시켜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안경사들만이 판매가 가능하다는 대외적 명분도 세우기 위함이다.

실제 검안이 전제되지 않고 개인별 광학적 설계가 이뤄지지 않는 완성품 돋보기를 판매하는 것은 국민안보건 차원의 기본정신에도 어긋난다. 그리고 최대의 전문가적 접근으로 최대치의 효율을 창출시켜야 할 것이다. 또 안경원 외에서 안경테의 판매가 우리를 더욱 어렵게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근절시키기 위해 아직은 공산품인 안경테도 의료기기화를 시키기 위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근본적 방안을 세워 나가야겠으나 우선 그 이전에 대외적으로는 국민 안 보건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안경원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사회적 명분과 동의를 얻어 나가야겠다. 외부에서 안경테를 가지고 오는 고객에게는 정당한 고급 기술료를 청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스스로가 이를 이행해 나갈 때 그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언제까지 우리의 현실을 부정하고 비관만 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얼굴을 찡그릴 때 사용되는 근육은 70개가 넘고 웃을 때 사용되는 근육은 12개 정도라고 한다.

찡그리면 그만큼 많은 주름이 생긴다. 도저히 막을 수 없고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현실 속에서 긍정적 대처와 답을 찾아보자. 그리고 우리들 자신의 사회적 역할과 위치에 대해 자부심과 자존심도 함께 키워나가자. 긍정의 사고는 나를 발전시키고 나아가서는 안경계의 발전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주어진 현실을 비관과 부정을 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 극복하고 이겨나가는 안경사로서 역할을 다해 주기를 간절히 호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