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매력점을 통해 본 점의 역사

현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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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을 보면 관상가들이 잠든 수양대군의 미간에 몰래 '역모의 점'을 찍는 장면이 나온다. 관상학적으로 역모의 기운이 강한 점이 나타난 수양대군을 임금이 알아보고, 미리 경계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얼굴에 있는 점은 모양마다, 시대마다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 받곤 했다. 예로부터 얼굴에 난 점은 그 위치에 따라 운명을 예측하는 관상학적 근거가 되었으며, 얼굴에 난 점은 모두 '흉 점'이라 지우는 것이 좋다는 속설도 있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점은 미용과 패션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1990년대에는 당대를 풍미한 여배우 고소영과 김희선, 전지현의 인기로 인해 코에 난 점이 일명 '미인점'으로 통하며 일부러 점을 찍는 이들이 생겨났고, 보다 최근에 들어서는 눈 아래 점이 '도화점'이란 말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렇듯 얼굴에 인위적으로 점을 찍는 행위가 비단 현대 사회에 국한된 유행이 아니란 것이다. 17세기~18세기의 유럽에서는 천으로 만든 점을 얼굴에 풀로 붙이는 것이 이미 패션의 한 형태로 자리잡았었다. 대관절 유럽에서 점이 왜 유행하게 된 것인지 가장 유력한 설로는 당대 십자군 전쟁으로 중앙아시아와 교류하게 된 유럽인의 눈에 페르시아인이나 아랍인의 얼굴에 난 점이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얼굴에 인위 점을 찍는 행위는 상류층의 여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번져나갔는데, 특히 귀족들이 모이는 사교파티에서 얼굴에 찍는 점은 특정 메시지를 띄기도 했다.

덩죠 Dangeau 후작 부인의 초상
덩죠 Dangeau 후작 부인의 초상

먼저 이마 중간에 붙이는 점은 '위엄'을 나타내고, 볼 보조개 끝에 붙이는 점은 '웃음점', 볼 중간에 붙이는 점은 '공손점, 입술 옆에 붙이는 점은 입맞춤을 불러 일으키는 '뽀뽀점'을 의미했다. 눈 주변에 붙이는 건 '열정', 입술 아래에 찍은 점은 '수줍다'는 의미를 나타냈다. 이 같은 귀족들의 미용점은 '무슈(Mouches)'란 이름으로 성행했는데 프랑스 대혁명을 계기로 사라졌다. 현대에 들어와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최고의 '섹스심볼'인 마릴린 먼로의 '입술 옆 점'은 그녀의 대표적인 시그너처로 섹시하고도 관능적인 매력의 상징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절대적인 아름다움보다 다양한 가치가 인정받는 요즘 사회에서는 특정 위치의 점이 인기를 끌고 있진 않지만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사랑받는 매력점이 있다면 단연 '눈 주변 점'이다. 관상학적으로 눈물이 많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눈물점'은 이성에게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도화살'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젊은 이들 사이에서 '도화점'이라 불리기도 한다. 눈 주변 점을 갖고 있는 스타로는 얼마 전 남자친구 던과 함께 'PING PONG'으로 돌아온 가수 현아, 그룹 워너원 출신의 강다니엘, 배우 김유정, 소희 등이 있다. 이렇듯 눈물점은 특히 연예인에게서 많이 관찰되는데, 이는 눈물이 많은 이들일 수록 감수성, 예술적 재능을 소유하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비비 인스타그램
비비 인스타그램

최근에 떠오르는 스타인 가수 비비에게서는 독특한 눈물점이 관찰된다. 비비 스스로가 밝혔듯 눈 아래 붉은 두 개의 점은 인위적으로 만든 점이다.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비는 직접 이 점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기도 했다.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난 열꽃을 보고, 갑자기 나는 여기 점이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무너지는 비비에게 할아버지는 침착하고 멋진 어른이었고, "할아버지를 닮고 싶다는 마음에서 부적같이 새긴 것"이 지금 비비의 점이라고. 점은 이목구비를 매혹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뿐 아니라 이렇듯 유의미한 상징과 이야기를 내포하기도 한다. 근사한 상징과 그보다 풍부한 해석이 가능한 매력점, 올 가을 자신만의 '매력점'을 찾아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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