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약국보다 1/3저렴… 약사들 “전문성 무너지고 경영난 생길 것”

최근 약사 전문지에 약국 늘어선 줄알고보니 1/3 수준 파격 염가 판매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올라왔다.

해당 기사는 최근 약국가의 한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는 사진이 약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서울의 한 약국에서 타 약국의 가격보다 1/3 수준으로 파격 할인 판매하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에는 소비자들이 약국 밖까지 30m 이상 줄을 길게 서 있다. 문제는 판매 가격인데 모든 품목이 저렴하지만 국내 대형 제약사 진통제의 경우 사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위 약국 소식을 접한 다른 약사는 사입가보다 저렴하게 파는데 다른 약사들한테는 불가능한 가격이다라고 토로했으며 또 다른 약사는 난매 문제는 약국가의 고질적인 문제로 가격체계 교란을 일으킨다. 가격에만 매몰된 경쟁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과 결국 이는 소비자로부터 약사의 전문성을 떨어트리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약국은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에게 성지로 알려지며 많은 방문객이 찾아오는 곳이다. 서울 인근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유명해져 대량으로 약을 사기 위해 일부러 서울에 오기도 한다.

약국 내부 문제가 어쩐지 안경업계와 많이 닮아있다. 파격적인 가격할인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몰리고 그로인해 주변 안경원들이 가격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안보건 전문가로서의 안경사 입지가 좁아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한 약사도 인터뷰에서 약사의 전문성을 떨어트리는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파격할인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은 당연히 다르다. 해당 기사가 소비자들 커뮤니티나 SNS에서 퍼지면서 반응은 긍정적이다. 댓글들을 보면 마트들도 미끼상품 가져다놓고 하는데 약국이라고 다를 게 있나. 전품목 할인은 아니고 어느 정도 남는 게 있을 거다’, ‘교통비 써가며 오는 것은 소비자 마음’, ‘약국별로 가격을 다르게 받는 것도 몰랐다. 어짜피 같은 약이면 더 싼 곳에서 사는 게 이득아닌가의 반응이 대부분이다.

안경업계도 비슷하다. 한 번 시력검사를 받아서 자기 도수를 알게 되면 그 뒤에는 저렴하게 판매하는 안경원을 찾거나 해외 직구로 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도수, 원하는 브랜드만 물어보고 판매하는 것은 같은데 굳이 정가로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지난 몇 년간 업계 내부에서는 저가 체인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그로 인한 이슈들이 많았다. 안경사들은 협회에 해당 안경원 제재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고 주변 안경사들은 고객 확보, 경영 악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에는 전문적인 검안과 상담으로 기능성 제품을 위주로 처방하는 안경원, 파격 할인으로 박리다매를 내세우는 안경원 등 양분화되면서 업계 내부의 이슈들도 일단락 된 분위기다.

그러나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움직임은 계속 보이고 있다. 안경사의 검안과 상담이 뒷받침돼야 판매할 수 있는 기능성 렌즈의 활성화에 주력하는 것도 가격보다는 안경사들의 전문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지난해에는 정부에서 실증특례 사업에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가 제일 첫 번째로 포함돼 있다가 12월 항목에서 삭제되긴 했지만 완전히 취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주목하고 있다. 일부 안경사들은 콘택트렌즈부터 근용안경 등 지속적으로 온라인 판매가 제기되는 것은 그만큼 안경사들의 전문성이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약국 사태를 교훈 삼아 내부적으로 바뀌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인 것은 맞다. 특히 약국의 경우 의료분업화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약국에서 조제가 가능하다. 아직은 안경사 스스로 검사하고 안경 조제·가공, 콘택트렌즈 처방이 자율적이지만 계속 판매 위주의 이미지가 강해진다면 안과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판매가 가능한 시기가 올 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약국이나 안경원도 생업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경쟁이 필요한 것은 맞다. 가격이 될 수도 있고 전문성이 될 수도 있지만 가격할인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곳을 무조건 비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눈 앞의 이익을 우선시하다보면 결국 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한 약사도 인터뷰에서 당장 눈 앞의 수익을 위해 가격만을 앞세운 경쟁은 오히려 대다수 선량한 약국들의 경영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경원도 비슷하다. 가격경쟁에 밀린 안경원들이 문을 닫게 되고 전국적으로 안경원 개체 수가 줄어들면 경쟁력이 그만큼 커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반대다. 한창 성행하던 매장들이 문을 닫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우후죽순 생기던 탕후루 매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매장 수가 줄어들면 아직 운영 중인 다른 매장이 이익을 볼 것 같지만 그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트렌드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현재 전국에는 약 1만 여개의 안경원이 운영 중이다. 1만 곳 모두에 전문성과 고객들에게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할 것을 강제할 수는 없다. 다만 온라인으로 콘택트렌즈 등을 판매한다고 했을때 그래도 안경원에서 상담도 하고 검사도 받은 뒤에 구매하는 것이 더 믿음직스럽다라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도록 안경사들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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