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아이풀 안경원 김성계 원장

안경원 콘택트렌즈 재판매 중계 플랫폼 실증특례 안건이 이달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이하 과기정통부) 34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7번째 실증특례 안건으로 지정됐다. 과기정통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픽셀로가 신청한 구매이력이 있는 콘택트렌즈 소비자와 해당 안경업소 사이에 온라인으로 구매이력과 동일한 렌즈판매를 중개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실증특례로 지정했다고 밝히며 기대효과로 콘택트렌즈 비대면 구매 방식을 통한 소비자 편의성 증대와 해외와 국내 역차별 문제 해소를 꼽았다. 그러나 안경사들은 콘택트렌즈 재구매 온라인 판매가 시장성이 있을지 의문을 표하고 있으며, 집에서 잠깐 걸어만 나가도 안경원들이 밀집해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많은 편의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또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는 콘택트렌즈가 해외보다 비싸기 때문에 역차별을 해소하겠다며 온라인 재판매를 실증특례로 지정했지만 안경원에서 플랫폼 업체로 판매하는 주체가 바뀐 것이기 때문에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이에 본지는 실제 안경사들은 콘택트렌즈 온라인 재판매 중계 플랫폼 실증 특례 지정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의견을 들어봤다.

서울 강동 아이풀안경원 김성계 원장
서울 강동 아이풀안경원 김성계 원장

이번 달에 과기정통부에서 픽셀로라는 업체가 신청한 콘택트렌즈 온라인 재판매 중계 플랫폼이 실증 특례 안건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우리 안경사들이 우려했던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물론 매우 제한적이고 콘택트렌즈를 안경원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안경원과 아무 상관 없는 업체가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미명아래 우리 안경사들의 소중한 업권을 침탈해 가는 것 같아 허탈한 심정입니다. 제가 알기로 전국의 80% 안경원들이 콘택트렌즈를 포기하려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콘택트렌즈는 안경사들에게 마진도 적을뿐더러 안경원 간 출혈경쟁의 핵심 품목으로 인식되어 점차 안경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저는 정말이지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안경사들의 먹거리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안경사들만이 판매할 수 있는 의료기기로 지정된 품목을 포기하고 온라인으로 팔자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지금은 안과에서만 사용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근시를 억제하는 드림렌즈 같은 수면렌즈를 안경원에서도 판매가 가능했습니다. 저도 그런 제품을 잘 판매하는 안경원 중 하나로 꼽혔고 매달 일정 수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습니까. 안과만이 할 수 있는 품목으로 지정돼 안경원에서는 근시 억제를 위한 콘택트렌즈 솔루션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우리의 밥그릇을 야금야금 빼앗기는 동안 우리는 서로 싸게 팔기 위한 경쟁만을 해왔습니다. 저는 이 부분도 하루빨리 우리 업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출혈경쟁만을 일삼다보니 우리의 먹거리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안경 가격은 20년 전 보다 더 싸게 팔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가서는 서로 공멸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콘택트렌즈 온라인 재판매 중계 플랫폼 실증특례 지정은 이제 시작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콘택트렌즈에 이어 안경렌즈까지 플랫폼 업체들에게 내어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서울시안경사회 임원일을 하면서 정부기관 사람들도 만나고 해봤지만 공무원들은 그저 위에서 내려오는 오더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협회를 중심으로 안경사들이 국민들과 정부에게 안경사들은 전문가이고 콘택트렌즈든 안경렌즈든 안경사의 손을 거쳐야 함을 계속해서 어필하고 소비자들에게도 전문가로 보여질 수 있도록 꾸준한 노력을 해나가야 합니다.

또 국산 콘택트렌즈 저변확대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 년전 서울시안경사회에서 자체 공급한 콘택트렌즈 제품이 있었는데 반응이 꽤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국산 업체들 기술력이 글로벌 업체들의 그것과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중소 제조업체들이 힘을 내고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에서도 어느 정도 판매율을 기록해야 일부 메이저 업체들에게 안경사들이 끌려 다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회사들에 대항할만한 제품들이 국산 업체들에서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안경산업도 많은 변화의 흐름 앞에 서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업권수호의 외침만이 해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5만 안경사들이 힘을 모으고 한 목소리를 내야만이 거대 자본을 무기로한 플랫폼 업체들과도 싸워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안경사들이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많아지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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