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검안사 역할 각인 기회 단순 판매사 위치 벗어나야
대안협 "장기적 정책 실현“

 

 

최근 안경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전문안경사(Certified Optometrist)'제도가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원만히 정착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전문안경사 제도는 (사)대한안경사협회(협회장 김종석‧이하 대안협)가 올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정책으로 한국 안경사 면허를 소지한 자가 대안협이 운영하는 국제기준에 따라 옵토메트리스트(OPTOMETRIST)에 필요한 이론과 실무의 표준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위원회의 시험을 통해 지식적, 실무적, 윤리적 인증을 받은 실무전문가를 양성하자는 제도다.  

대안협은 현재 한국 안경사는 사회적 위치와 법적 직무가 수십년간 정체돼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준비하고 수준을 높인 뒤에 법적인 지위나 역할을 정부나 관계부처에 요구해야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문안경사 제도를 통해 안경사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직업적 가치 제고와 안경사의 독보적인 영역을 장기적으로 영위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반면 전문안경사 제도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미 안경사 면허를 취득해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굳이 전문안경사 제도를 만들어 갈라치기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안경사 제도는 1978년 대안협 전신인 안경인협회에 의해 민간 자격증으로 발급됐고, 1989년 의료기사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국가면허 제도가 시작됐다. 법률 개정의 주 내용은 안경사는 안경의 조제 및 판매를 위해 도수조정을 위한 검사를 하는 것이 허용됐고, 34년이 지난 현재 학제 변화를 통해 석‧박사 배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안경사의 사회적 위치와 법적 직무에 대한 변화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우리가 제자리에 정체돼 있는 동안 미국은 물론 영국 및 다수의 유럽 국가와 아시아 국가인 필리핀,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는 안경사는 조제가공사가 아닌 검안을 주업무로 하는 'OPTOMETRIST(검안안경사)'로 변화했고, 전문성 확보를 위해 학제도 4년제로 상향 통일화가 되고 있는 것이 보편적 추세다.

보통 안경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의 호칭은 전 세계적으로 조제가공사(OPTICIAN)라고 칭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안경사는 단순한 조제가공사로 보기 어렵다. 세계검안협회(WCO) 직무에 따른 분류에서도 한국 안경사는 OPTOMETRIST(검안사)로 분류하는데, 안타깝게도 현재 대한민국 법제처에서는 OPTICIAN(조제가공사)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문안경사 제도 추진 TF위원회 민훈홍 위원장은 "한국 안경사 제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준비해 수준을 높인 뒤 이에 필요한 부분을 요구해야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미국의 경우 100년 전 안경원을 운영하던 조제 가공사가 지금의 검안의(검안사)가 됐고, 검안사가 되기 위해 미국은 8년제, 호주는 6년제, 기타 국가는 4년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것은 어떤 경우라도 우리나라의 안경사라는 너무도 우수한 제도적 시스템과 환경을 무시하고 검안사라는 명칭으로 가고자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내 안경사는 현재 굴절이상을 측정하고, 양안시 검사를 통해 눈의 불편함을 처치해주는 제도가 존재하는 국가처럼 검안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 안경 판매자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안경사 제도는 안경사라는 직업이 10년 또는 그 이후라도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선호하는 직업으로 만들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다.

김종석 협회장은 "정책의 추진은 단기 정책과 장기 정책으로 구분해 진행을 해야한다. 하루 아침에 이룰 수 없는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은 힘들지만 누군가는 희생적 역할을 통해 장기적 안목의 정책이 꼭 필요하다. 협회는 집행부가 바뀌어도 바뀌지 말아야 할 목표를 설정하고 그를 위해 책임있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며 "바로 그러한 과제 중 하나가 전문안경사 제도다. 사실 전문안경사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도 당장에 큰 변화가 이뤄지기는 어렵다. 아울러 그로 인해 즉시 큰 이익적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후배들을 위해 직업적 가치를 제고시켜 나가야 할 책임적 의무를 다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협회장은 "일부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정책이다. 임원들은 물론, 회원들의 적극적 참여가 있을 때 우리의 미래를 밝히게 될 것이고, 모두가 함께 할 때 전문안경사 제도는 훗날 훌륭한 제도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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