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은정 건양대학교 안경광학과 교수-1


최 은 정 건양대학교 안경광학과 교수

시인성(visibility)이란 사물의 존재나 모양 등을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시인성은 안전한 운전이나 항해, 비행 등을 위한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 중의 하나이다. 지난 2015년 2월 인천공항 고속도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역대 최다의 106중 추돌 사고는 짙은 안개로 인한 시인성 결여에 기인한 것으로 당시 가시거리는 10 여 m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인성과 관련된 연구는 조명·자동차·기상·건축·항공·군사·전기전자·영상·교통·디자인 등 매우 넓은 분야에서 다양한 내용과 도구, 그리고 방법으로 다뤄지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도로의 차선에 대한 시인성은 반사도를 측정하여 평가할 수 있다.

항공기나 최근 고급 차량에서는 전방을 주시하면서 동시에 운행 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장치인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Head-up Display)를 사용하는데, 여기에 표시되고 있는 다양한 심볼의 시인성은 위치·언어·색상 등에 따른 반응 시간·눈 운동 데이터·동체 시력 등을 측정하여 평가한다.

고액권 화폐 발행 시에는 금액 단위가 커지면 추가되는 0의 개수가 늘어나므로 이의 구분을 위하여 0의 위치·색상·명도·크기 등을 변경시키면서 판독성 및 가독성을 측정하여 시인성을 평가한다. 도시 환경의 기능적 관점에서 옥외 광고의 시인성과 가독성은 디자인에 앞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항목이다.

일반적으로 인위적인 디자인의 앱 영상으로 구성되는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는 시인성 테스트를 위해 평균 밝기 및 색의 분포 비율을 이용하여 앱 영상을 분류한 후, 분류별로 가장 높은 만족도가 높은 밝기를 최적의 밝기로 하여 시인성을 평가한다. 하지만 각 학문 분야에서는 이러한 시인성 평가 시 피검자에 대한 시기능의 한계와 정상 범위에 대한 조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시인성의 한계는 기본적으로 눈의 시각적 능력, 즉 시기능에 좌우된다. 따라서 시인성과 관련된 연구에서는 검사에 참여한 피검자들의 시기능이 정상 범위에 속하는지 등을 사전에 선별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피검자들의 상당수가 굴절이상·부등시·건성안·대비인지·색각·라식 및 라섹 수술 외 기타 안과적 질환 등과 같은 문제를 가질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라식이나 라섹 수술자가 많고 이들의 경우는 비수술자보다 눈부심의 정도를 더 크게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어 있다. 이러한 피검자들은 결과에 부정적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문진이나 기타 안경광학적 측면에서의 검사를 통해 배제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타 학문 분야에서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간과하고 있다.

시기능의 평가 항목으로는 시력·대비인지·시야·색각·조절·입체시·눈부심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시인성과 관련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항목은 시력과 대비인지다. 시력은 시기능의 양(quantity)적인 면 즉, 얼마나 작은 것까지 구분(분해)해서 볼 수있는지(분해능,resolution)를 평가하는 요소이고,대비인지(contrast perception)는 시기능의 질(quality)적인 면 즉, 두 인접한 대상 사이의 밝기 차를 얼마나 잘 알아차릴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요소이다.

신문을 볼 때처럼 작은 글씨를 읽어야 하는 경우나 사물의 세세한 부분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면 시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야간운전이나 안개·황사·눈·비 등과 같은 악천후 상황이라면 전방에 있는 차량의 번호판을 읽거나 갑자기 나타난 대상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보다도 대상 그 자체가 전방에 나타났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므로 시력보다는 배경과 대상의 휘도차를 식별해낼 수 있는 능력인 대비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인성이라는 주제가 타 학문 분야와 안경광학 분야를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안경광학 분야가 여러 학문 분야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산학협력을 통해 시인성이 우수한 차세대 LED 전조등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안경광학 분야에 몸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도 타 학문 분야와의 융합의 길이 넓게 펼쳐져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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