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시현

전 시 현
fn아이포커스 취재부 차장

요즘 한국 사회에서 흔히 잘 쓰는 용어가 '갑질'이란 단어다. 지난 7월 27일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 논란에 휘말렸던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이 3년간 운전기사를 12명 갈아치운 사실이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갑질'하면 이 언니(?) 역시 빼놓으면 서운할 터. 바로 '땅콩 회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다. 항공기를 강제 회항시킨 혐의와 사무장을 강제로 비행기에서 내리게 한 행위는, 국내는 물론 국외로 한국을 알리시는 데 크게 한몫했다.

한국 안경 시장에서 '갑질'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유명 A 안경 프랜차이즈는 가맹점마다 매월 PB 상품을 매입 할당량을 정한 뒤 그만큼 계약하지 않을 경우 일괄적으로 전국 가맹점에 배송하며 반품도 허용하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경영을 한다. 이유는 본사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다. 현금결제를 강요하기도 하며, 카드결제를 할 때는 수수료를 가맹점에 떠넘기는 행위도 서스름없이 한다.

며칠 전 유명 B 안경 프랜차이즈 안경원에서 60대 어르신이 언성을 높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안경원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3개월 전에 맞춘 안경이 본인에게 맞지 않으니 환불해 달라고 했단다. 앞서 어르신이 안경을 맞춘 다음 날 눈이 불편하다고 호소를 해 안경원은 20만 원 넘는 고가의 렌즈도 무상으로 공급했다. 다시 안경원을 찾아 환불해 달라는 것. 결국 B 안경원은 울며 겨자먹기로 환불해줬다. 갑이 승리하는 순간이다. 소위 본사와 하청업체가 체결할 때 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계약서 첫머리에는 갑과 을이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갑은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사람'이고, '을은 돈을 받고 일을 해주는 사람'가 되어 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런데, '돈을 가진 사람'은 힘이 세고, '돈을 받고 일을 해 주는 사람'은 힘이 약하기 때문에 불공평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갑이 어떤 이유로 업체를 바꿔버리면 을의 매출에 타격을 주게 된다. 그래서 을은 갑의눈치를 보며, 갑이 불공정한 요구를 하더라도 들어줘야 한다. 설령 갑이 터무니없는 업무 내용을 지시하더라도 을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진행한다. 그래, 여기까지 100번 양보해서 일이니까, 업무니까 괜찮다고 치자. (물론 업무라고 해서 결코 괜찮지 않지만)

진정한 갑질은 여기서부터다. 일을 진행하다가 갑의 신경을 조금이라도 건들렸다가는 갑질이 바로 시작된다. 다짜고짜 전화를 해 인격 모독적인 폭언은 물론 본인이 해야 할 사적인 업무도 지시한다. 회의 시간에 늦는 것은 기본이다. 심지어 거래처 업체 사장이나 오너를 찾아가 담당자 직원의 업무 능력을 논하기도 하며, 그 거래처 회사 평도 서스럼없이 한다. 그것도 거래처 사장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갑질을 즐겨 하는 사람의 심리는 갑과 을을 철저히 구분 짓고, 하청업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뭐든지 함부로 해도 된다는 무례함, 하청업체가 벌벌 기면서 권위에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기대 등 심리가 깔려있다.

갑질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것이요, 열등감속에서 나타난 심리이다. 안경업계 대부분은 영세업체들이 많다. 이들은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불황 속에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경우가 많다.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폭언을 퍼붓어 갑질 하기 좋아하는 담당자들. 그들이 존재하는 한 안경업계는 영원히 경제 불황 속에 허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경업계에 갑질을 즐겨 찾는 사람이 많다.

이것은 곧 안경업계가 아직 미성숙하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안경 시장은 하루빨리 갑질을 일삼는 저속한 문화에서 벗어나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가 이뤄져야 경제 호황을 맞이할 것이다. 한국 안경 시장이 발전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갑과 을의 불공정 계약이 아닌, 상호 협력하는 계약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jun7564@fneyefoc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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