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에 방문할 기회가 종종 있다. 교육이나 국내 안경업계 파악을 위해서 등이다. 그런데 모든 안경원은 문을 여는 순간부터 각자만의 '공기'가 느껴진다. 안경사 선생님들의 밝은 표정이나 행동에서 열정 온도가 높게 투영되는 곳이 많지만 그와 반대로 다소 냉기가 느껴지는 곳도 있다. 나는 파트너사의 직원이기 때문에 안경원 상황을 고려하고 분위기를 캐치할 수 있지만 안경원을 방문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우리 안경원의 첫 인상 온도는 얼마나 될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토드로프 팀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의 경우, 첫 인상은 0.1초 정도에 결정이 된다고 한다. 만약 안경원을 방문한 고객이 문을 여는 시점부터 0.1초가 흐른 시간까지 좋은 첫인상을 보이지 못한다면 전문성을 살려 정성껏 검안을 하거나 목이 쉴 정도로 열심히 설명을 해도 아주 좋은 느낌으로 반전 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각인된 첫인상이 다르게 바뀌려면 약 60회의 대면 기회가 필요 하다니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안경원의 열정 온도를 높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이 시간을 시작으로 '행복한 안경사, 행복한 고객'이란 주제를 통해 안경원 구성원 모두 높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따스함이 느껴지는 첫 인상의 안경원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보려고 한다. 행복한 안경사의 검안은 행복한 고객 창출의 기본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고민에 앞서 문득, 뉴질랜드에서 검안의로 근무했을 때 내가 근무하던 클리닉의 온도는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당시 '브랜치 매니저'라는 타이틀을 부여 받은 첫 해라 한국인 명성에 누가 되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에 열의를 다하리라 다짐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검안실에서 스스로 진행하는 검안 외에 클리닉 대표의 불분명한 의중(비젼), 그에 대처하는 매뉴얼의 부재 등으로 간단한 결정 조차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에는 늘 클리닉 대표 선배를 찾아 헤매던 기억이 남아 있다. 아마 이때 누군가 우리 클리닉을 방문했더라면 나의 모습은 열정과 행복에 차올라 업무에 몰두하는 모습보다는 타이틀이 주는 책임감에 수동적인 서비스만 제공하는 이미지로 비춰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 클리닉은 오후 5시30분쯤 문을 닫았는데 하루 중 모든 직원들이 가장 활기차 보이는 시간이 5시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것으로 봐도 우리 클리닉의 분위기기 어땠는지 반증한다. 분명 뉴질랜드에서 근무했던 클리닉의 열정 온도는 방문자들이 느끼기에 그리 뜨겁지 않았을 것 같다.
그때는 힘들게만 느껴졌던 일이지만 지금에서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고민을 하고 되짚어 보는 것을 보면 하나씩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놓여있지 않는가하고 생각이 든다. 뉴질랜드에서 귀국한 후 존슨앤드존슨 비전케어라는 대기업에 입사한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그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해답을 찾기도 하고 더 좋은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경험한 두 근무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조직의 크기다. 뉴질랜드에서는 자영업에 가까웠지만 현재는 대기업이라는 곳에 소속돼 있다. 상대적으로 조직의 작고 직원 수가 적은 안경원의 경우에도 내가 뉴질랜드에서 경험했던 직원 관리 등 많은 애로사항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협업해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기업들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직원들의 열정을 끌어올리는지 궁금하지 않을까.
존슨앤드존슨 비전케어에 입사 후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연초에 모든 직원들이 해야하는 연간계획 수립이다. 매년 본인의 직무에 해당하는 분야 중 회사가 제시한 비전과 목표를 토대로 개인이 시행할 '비지니스 골(GOAL:목표)'을 3~4가지 정도 설정한다. 또 이에 달성하기 위한 자기계발 포인트나 행동지침도 함께 수립한다.
예를 들면 그렇다. 국내 난시 시장의 확장을 위해 얼마의 시간을 들여 진행할 것인가, 교육에 대한 평가나 이로 인한 비즈니스 효과는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를 설정했다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을 기입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회사가 제시하는 비전과 목표에 합당한지 논의하고 연중 총 3회에 걸쳐 지속적인 진행사항을 보고한다. 연말에는 연초에 설정한 목표를 어떻게, 얼마나 달성했는지에 대한 평가도 이뤄진다.
이런 프로세스에는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본인 스스로 수립한 계획에 대한 책임감이 부여된 탓인지 대부분의 직원들은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우 열정적으로 임한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밤샘 작업을 하거나 휴일도 반납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물론 이 상황이 이상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내면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열정이 밑받침되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보고 외에 회사는 크게 개입하지 않는다. 직원 한명, 한명이 프로들인 만큼 스스로 기획하고 수립해 나가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존슨앤드존슨의 직원 관리 노하우를 안경원에 접목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활용해 보고 싶다. 안경원 첫 이미지를 개선하고 싶은 상황이라면 원장 입장에서는 내가 그리는 안경원에 대한 비전이 '고객 중심의 전문적인 서비스'임을 설정하고 이를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시도할 계획을 수립해 보라고 하는 것이다. 계획은 비교적 구체적으로 수립하도록 한다. 물론 원장은 직원이 자발적으로 세운 계획들은 관심을 갖고 반드시 달성하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또 직원들의 계획대로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졌다면 그 공에 대해서도 함께 나누고 그에 따른 보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객들에게 설문을 통해 오늘 방문한 고객이 한달 후 방문했을때 첫인상 점수가 정해놓은 수치보다 향상된다면 다함께 '치맥 파티'를 여는 것은 어떨까. 보상과 더불어 직원들간의 유대감을 높이는 좋은 행위가 될 수 있다.
공동목표 설정과 포상 플랜은 안경원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공동의 터전으로 가꿔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출근길이 행복한 안경사가 많이 근무하는 안경원은 아마도 후광(halo) 효과로 인해 행복한 고객이 많은 안경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