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대 유동인구 많은 거리에 갈수록 늘어 출처 알수없고 품질 검증안돼 위험요소 다분 소비자들 안경원 판매가격 불신할 우려 높아
선글라스에 이어 도수테까지 가판 판매 등이 점점 늘고 있어 안경원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10대는 물론 20~30대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홍대입구 대학로. 의류부터 신발, 액세서리부터 먹을거리, 유흥 등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매장이 들어선 중심가 거리는 주말은 물론 평일 낮에도 많은 유동인구로 복잡하다. 그중 액세서리와 귀여운 소품을 판매하고 있어 10대부터 2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 편집숍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도수테를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안경을 직접 착용해보기도 하고 구매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판매되는 디자인을 보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원형테가 주를 이루고 있다. 컬러도 블랙부터 레드까지 다양했으며 언뜻 보기엔 메탈 느낌을 주는 디자인도 있었다. 가판대만 놓고 보면 안경원 진열대를 옮겨놓은듯 다양한 디자인을 취급하고 있었다.
문제는 판매 가격이다. 최소 5000원부터 아무리 비싸도 1만5000원을 넘지 않는 가격대로 형성돼 있다. 눈이 나쁘지 않더라도 민낯을 가리는 패션소품 용으로 사용하기에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쇼핑품목에 없더라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이는 도수테 판매가 안경원 밖에서 심상치 않게 이뤄지고 있어 구매경로가 나눠진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저렴한 안경테를 접할수록 소비자들은 안경원에서 파는 안경테가 비싸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최근 트렌드 경향에 맞춰 카피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안경원에서 인기있는 제품을 가판대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디자인이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제품 자체가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비슷한 제품을 안경원에서 더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면 오해와 편견이 생길 우려가 높은 것이다. 물론 안경원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품질이 더 좋고 브랜드 가치가 있지만 소비자에게 이런 설명이 쉽게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1~2년 전만 해도 안경원 외부에서 도수테를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았다. 선글라스의 경우 1만~2만원대의 제품을 진열해놓은 의류매장은 많았지만 도수테는 뿔테 한두개가 전부였다. 디자인이나 품질 퀄리티가 떨어지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조금 달라졌다.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제조되는지 알 수 없지만 우선 가볍고 디자인도 트렌디하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직원들의 참견 없이도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10대와 20대 초반 사이의 소비자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고교와 대학가에 인접한 곳에서 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는 A 원장은 "학생들이 종종 안경테를 들고 와서 렌즈를 맞춰 달라고 한다. 어디에서 구매했냐고 물어보면 선물받았다는 친구들도 있고, 길거리 지나가다가 예쁘고 싸서 샀다는 친구들도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제대로 완성이 안된 허접한 제품이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문제점을 쉽게 발견하기 힘들다"며 "그렇다고 가판대에서 안경을 구매하면 안 좋다라고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다. 이럴때 아쉽고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A 안경사와 같은 고민을 가진 안경원이 적지 않다. 하지만 법적으로 공산품으로 분류된 안경테를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가판대에서 산 안경을 착용하다가 부상을 입거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안경업계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수도 있다. 여러가지 각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많다는 의미다. 선글라스의 경우,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에서 구매한 제품의 피팅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 무료 피팅, 무료 AS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고객들로 안경원에서는 몸살을 앓고 있다.
신림동에 위치한 안경원의 B 원장은 "다른 곳에서 구매한 선글라스 피팅을 무료로 해주지 않거나 비용을 받을 경우 퉁명스럽게 대하는 고객들이 많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3000원을 받고 있는데 기분 나쁘다며 돈을 던지고 가는 고객들도 있었다. 피팅을 하다가 파손이라도 되면 큰 금액을 물어줘야 하는 일도 발생한다. 여러모로 힘든 시기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안경사협회 김종석 서울시안경사회장은 "안경원 외의 곳에서 판매되는 도수테에 대한 심각성을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유통과정이나 품질을 안경사들이 전혀 검증하지 않은 제품들이 여러 곳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그곳에서 구매한 제품을 가지고 안경원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안경사들이 무상으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들이 늘고 있는 시점에서 이럴때일수록 기술료 청구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해 업권을 보호할 수 있는 테두리를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