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브 교육센터 매니져



장영은
장영은 칼럼 '행복한 안경사, 행복한 고객'
이노베이션을 통해 변화된 삶에 대해 생각해 봤다. 빨리 가자는 남편의 잔소리 없이 가상의 대형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장바구니 한가득 담아보는 나만의 자정 타임 쇼핑 그리고 좋아하는 커피 취향을 알아채고 할인 쿠폰과 함께 주로 마시던 시간에 뜨는 알람까지 참 재미있는 삶이 매일 펼쳐진다.

인간과의 대면이 급격히 줄어든 부분이 다소 아쉽지만 원하는 바가 손쉽게 해결되는 편리함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막연히 소비자 입장에서 디지털 혁신이 선사하는 편리성을 즐기기에 앞서 한 명의 안경계 일원으로서 제4차 산업혁명이 변화시킬 안경사의 미래적 업무 형태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우리 안경계는 이러한 이노베이션의 물결을 어떻게 스마트하게 즐겨볼 수 있을까?

우선, 변화하는 미래에 대해 글로벌 유통 전문가들은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검토해봤다. 가장 인상깊게 느껴진 '아마존 북스' 케이스를 공유하고 싶다. 전세계 대표 온라인 마켓인 아마존은 2015년부터 아이러니하게도 오프라인 서점을 열고 매장 숫자를 확장하고 있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서점이 배송비용의 절감으로 수익률에 유리하다고 하지만 쉽고 빠르게 손가락 운동으로 찾아지는 상품을 떠나 실제 보고 사야하는 물건도 있다는 걸 온라인 마켓 최강자인 아마존의 이색 행보가 이미 입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직까지 가상 세계가 쉽게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이를 통해 필자가 고민한 안경원의 미래적 대응책은 '고객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는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아마존 북스'가 온라인 상에서 고객에게 완벽히 만족시키지 못한 점은 '경험'일 것이다. 책을 구입하는 많은 사람들은 서점을 직접 방문하며 느끼게 되는 나를 둘러보는 시간, 여유로움, 추억 등 다양한 감성적 경험이 독서를 통한 정보 수집보다 중요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즉 안경원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도 단순히 안경 또는 콘택트렌즈와 같은 시력교정 도구를 구매하는 목적 보다는 불편함에 대한 상담 그리고 본인에게 맞는 솔루션 제안과 같은 전문가인 안경사와의 교류에 더 많은 중요도를 가지지는 않을까? 이 고민을 해결해 줄 실천 포인트를 하나 제안해 보겠다.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자-콘택트렌즈가 단순 상품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교정 도수, 눈 상태, 착용 패턴 등 복잡한 요소들이 성공적으로 합을 맞춰야 편한 착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콘택트렌즈 구매를 위해 방문하는 고객에게 "어떤 제품을 찾으세요"라는 다소 무의미할 수 있는 첫 마디보다는 보다 임팩트 있는 방법은 어떨까? 방문 고객의 충족되지 않는 니즈를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 생산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예를 들면 "요즘 여름철이라 덥고 습기가 많은데, 안경 착용이 불편감을 준 경험은 없나요?"와 같은 질문은 콘택트렌즈라는 다른 교정 방법도 제안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다.

최근 회사에서 진행된 소비자 리서치에 의하면 대다수의 안경 착용자는 콘택트렌즈 착용 가능성에 대해 궁금해 했다. 하지만 전문 안경사의 추천에 의해 시작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즉 스마트한 질문을 통해 고객의 숨은 니즈를 찾아내고, 전문가로서 이를 채워줄 기회를 만들어 본다면 고객 중심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듀얼 교정(안경 + 콘택트렌즈)과 같은 매출의 업그레이드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적극 찾아 내주는 것이야 말로 가상 현실이 해낼 수 없는 '인간'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이진 않을까?

고객과의 생산적인 대화를 위해 또 한가지 고민해 본 것은 바로 제품 별 적정 사용자에 대한 정리다. 과연 수많은 콘택트렌즈 종류 중 각각 어떤 대표성을 가진 고객에게 추천하는 우리 안경원만의 기준이 있는지 검토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온라인 쇼핑이 흔히 어떤 목적, 어떤 타입 등 카테고리를 정리해서 제품을 제안해 주듯이 가상 현실이 제공하는 것 보다 뛰어난 고객 상담을 위해서는 건조감, 노안 증상 등과 같은 교정 목적 별 추천 렌즈를 정리해 보고 각 제품 별 특장점을 소개할 '한 문장' 대화도 숙지해 두면 좋겠다. 안경원을 방문할 때마다 많게는 수 백 개에 이르는 미용 렌즈들을 색상 별 또는 스타일 별로 잘 정리해 둔 경우를 보면서 고객 입장에선 투명 렌즈도 유사하게 정리해서 소개해 주면 편리할 텐데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미용 렌즈와 달리 투명 렌즈는 제조사 또는 착용 주기 별로만 정리돼 있고, 각 제품 별 제공받을 수 있는 최대의 혜택은 '00%의 할인율'이 보다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고객 중심에서 이를 변화시켜 본다면 건조함은 느끼는지, 근거리 작업에 어려움은 없는지 등과 같은 보다 현실적인 니즈가 근거가 되어 제품을 추천 받는 다면 단순히 할인 받은 얼마의 값어치 보다 내게 꼭 필요한 제품을 통해 제공받을 혜택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값어치로 다가올 것이다.

디지털 이노베이션은 더 똑똑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노베이션 역시 누군가 인간의 두뇌가 기반이 이끌고 있을 것이 분명한만큼, 우리는 가상 현실이 절대로 가지지 못하는 따듯한 심장(마음)을 기반으로 고객 중심에서 생각하고 보다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더 고민하자. 히루 빨리 나의 생각과 행동을 리노베이션 하는 것이 안경계의 이노베이션에 대처하는 최강의 솔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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