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안경시장 10년 변천사

내가 공부를 위해 처음 광저우에 도착했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5년이다. 그때 같은 학교 친구들만 봐도 안경은 시력교정용 도구의 하나였다. 제일 많이 착용했던 스타일은 주로 무난하고 촌스러운 디자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경은 잘 보이게 하는 용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봐온 중국의 안경역사는 단순했다. 중국 상류층들 사이에서는 비싼 외국 브랜드의 선글라스, 안경테를 구매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자신의 부를 자랑하는 수단으로 통용되기도 했다. 서민층은 외국 브랜드를 모방하거나 현지에서 제조된 저렴한 제품을 주로 착용했는데 그 당시 저렴한 제품은 촌스럽고 테가 두꺼워 흔히 '모범생' 이미지가 강했다. 심지어 현지에서 제조된 저렴한 제품은 안경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름만 '안경'인 모방품이었다.

그러던 중 중국 내에서도 한국의 안경과 선글라스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생긴다. 바로 가수 비의 앨범 '잇츠레이닝'과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었다. 그 당시 비가 보잉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멋진 무대를 연출하자 비가 쓴 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그 뒤로 한류열풍을 타고 드라마 '풀하우스'가 중국에서 방영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당시 슈퍼스타 송혜교의 안경테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유럽의 안경과 선글라스에만 관심이 갖던 중국 상류층들이 한국안경 브랜드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중국의 안경시장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한류가 언제쯤 시작됐을까 생각해보면 2005년 당시 드라마 대장금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나서 인 것 같다. 중국 국립 방송사 CCTV에서는 대장금을 하루 5편씩 방송했다. 대장금 연기자들의 연이은 중국광고로 한국은 단아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갖게 됐다. 그러면서 급격한 한류가 시작되면서 한국 아이웨어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한국안경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전에 중국에는 제대로 된 안경원 하나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경에 대한 인식도 낮아 제대로 된 시력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안경원이 아닌 안과를 방문할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한국 안경업계를 본받아 안경원이 하나둘 늘어났으며 안경에 대한 인식이 성장하고 발전했다. 시력이 안 좋아도 미관 때문에 안경을 맞추지 않던 사람들도 안경테의 멋을 더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변해갔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눈 건강까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중국에서 안경은 미용목적으로도 사용된다. 이는 한국 연예인들이 일명 '생얼'을 감추기 위해 착용했던 알 없는 안경테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미용안경테 소비가 급증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고가의 안경테도 서스럼없이 구매하며 패션의 필수 아이템으로 사용하는 추세다. 이는 10년 전 시력이 안 좋아도 안경을 맞추지 않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지금은 오히려 시력이 좋은 소비자들도 패션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안경테를 구매 한다. 선글라스 시장 또한 한국 브랜드의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중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아시아 브랜드는 동양인 얼굴형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자리매김해 인기가 높아졌다. 한류의 영향도 있지만 기술발전으로 선글라스시장 전유물이던 유럽 브랜드의 선글라스를 조금씩 제치고 가성비 뛰어나고 디자인도 다양한 한국 선글라스 브랜드로 시장트렌드가 바뀌어 간다.

끝으로 중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면 10년 전에는 단순히 멋을 부리기 위한 미용렌즈가 주였다. 무분별한 미용렌즈 착용으로 갖가지 안질환이 발생하면서 콘택트렌즈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그 후 콘택트렌즈의 성장은 주춤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 한국 콘택트렌즈가 기술적으로 발전하면서 중국인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지금은 중국 20대 여성이 뽑은 TOP5에 한국 콘택트렌즈 브랜드가 3개나 올라와 있다. 3개 브랜드는 클라렌, 레이셀 등이다. 중국 여성에게 한국 콘택트렌즈가 인기 있는 이유로는 편안한 착용감, 다양한 도수선택, 자연스러운 디자인, 국내연예인들의 착용 등이다. 중국 젊은 층의 한국 콘택트렌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다.

물론 '짝퉁 천국' 중국답게 렌즈 역시도 가짜 제품이 버젓이 유통된다. 진품을 가품으로 바꿔치기 하거나 도수를 맞지 않게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사례들이 증가하면서 한국 콘택트렌즈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국 정품 콘택트렌즈라는 것을 인증할 수 있는 스티커 등을 부착해 짝퉁을 예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 김지윤 기자는 fn아이포커스 소속으로, 10년간 중국 유학생활을 바탕으로 한 중국인들의 안경 선호도와 흐름을 5회에 걸쳐 게재할 예정입니다.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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