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문적인 검사와 친절한 상담으로 충성도 높은 콘택트렌즈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A 안경원. 그러던 중 인근에 팩렌즈를 최소 20%에서 최대 7~80%까지 할인해주는 B 안경원이 문을 열었다. 가격할인 때문에 A 안경원은 적잖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A 안경원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다. 최근 팩렌즈를 대폭 할인하는 안경원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 안경원이 늘고 있다. 내 안경원과 가까운 곳에 문을 연 곳이 가격적인 메리트로 고객을 뺏는다고 가정했을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정도다.
첫 번째는 가격을 같이 할인하는 것, 두 번째는 빠져나간 고객들의 매출을 다른 곳 즉,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을 해고하는 것, 세 번째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된 것일까.
해당 문제로 고민하는 안경원이 늘고 있는 만큼 한 콘택트렌즈 기업에서는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예를 들어 할인하는 안경원의 영향으로 5000원씩 할인한다고 가정하자. 그렇게 될 경우 현재보다 약 300명의 고객이 추가로 방문해야 매출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직원을 해고하고 혼자 혹은 2명이 근무하게 될 경우를 보면 당장 인건비가 줄었기 때문에 고객이 빠져나가도 매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2~3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하게 되면 그만큼 피로가 쌓이기 마련이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 집중도가 떨어져 효율적인 운영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경우에 손해는 어느 정도 발생할까. 시뮬레이션 결과로는 현재 매출에서 약 80만원 정도가 떨어진다고 나타난다. 물론 모든 안경원에 적용되는 수치는 아니다. 안경원 규모, 위치, 콘택트렌즈 고객 비중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옆 안경원을 따라서 가격을 할인하는 것보다 전문성을 키우면서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덜 손해본다는 것을 나타내는 수치가 될 수 있다.
사실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고객은 충성도가 높지 않다. 지금은 B 안경원에서 구매를 하더라도 더 싼 C 안경원이 나타나면 다시 옮기게 된다. B 안경원 보다 단돈 천원이라도 싸게 팔게 되면 다시 A 안경원을 찾겠지만 B 안경원이 몇 백원 더 할인하게 되면 또 뺏길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할인은 어떤 사례에 적용해도 만족스러운 대응 방안이 될 수 없다.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한 안경원은 콘택트렌즈 고객 한 명당 1시간이 넘는 검사를 진행한다. 단순히 콘택트렌즈를 구매하기만 해도 꼼꼼한 검안을 통해 현재 눈 상태를 체크하고 어떤 렌즈가 잘 맞는지를 컨설팅해준다. 눈 충혈도가 심하거나 안질환 징후가 보이면 과감하게 콘택트렌즈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꼭 안과를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도 잊지 않는다. 그럴 경우 이 고객은 눈 상태가 좋아졌다고 판단될 때 이 안경원을 다시 방문한다. 그리고 콘택트렌즈나 안경을 구매한다.
이 안경원장은 가격보다 전문성으로 고객을 확보한 좋은 사례다. 실제 이 안경원에서는 4만5000원 이상의 프리미엄 콘택트렌즈 판매 비중이 월등히 높다. 양 옆에 O 안경원이 두 곳이나 자리잡고 있지만 오히려 콘택트렌즈 매출은 늘고 있는 편이다. 물론 초반에는 고객들도 많이 뺏기고 가격만 문의하고 돌아가는 고객들이 많았다. 지금은 전문적인 검사와 상담을 신뢰하며 이 곳만 찾는 고객들이 더 많다.
현재 안경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제 살을 깎아먹는 무의미한 가격경쟁이 아니라 고객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안경사의 전문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