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눈 주변 상처 없도록 설계 영국.미국.중국 등 10여 개국에 수출 일본은 매년 30~40%씩 매출 성장중
올해 3월 각종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를 모은 영상이 있다. 부산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로버트 켈리(Robert E. Kelly) 교수가 영국 BBC방송과 스카이프(글로벌 화상통화 프로그램)로 진행한 인터뷰 방송이다. 해당 방송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한국 정치사의 의미 등의 내용을 다뤘다. 인터뷰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방송 중에 발랄한 춤동작을 선보이며 등장한 켈리 교수의 자녀가 집중을 받은 것이다. 3~4살 남짓한 이 아동이 착용한 안경이 토마토안경 'TKAC19' 모델. 해당 동영상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토마토안경은 부산지역의 강소기업을 소개하는 뉴스에도 출연, 일명 스타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날 이후로 아직까지 '엄마'들 사이에서 연신 화제를 모으고 있는 토마토안경 김승준 대표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토마토안경 - 김승준 대표
-2003년 창립 이후로 가장 크게 주목을 받은 것 같습니다. 확실히 매출에 변화가 있었는지요.
저는 우선 이런 방식의 마케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창립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스타마케팅을 시도해본 적도 없기 때문이죠. 유명인을 활용해서 홍보를 하면 아무래도 더 빨리 인지도를 얻게 됩니다. 성공의 지름길인 셈이죠. 제품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보다는 더 많이 홍보하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스타마케팅을 지양했던 것입니다. 물론 켈리교수의 영상으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고 더불어 매출이 오른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기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마케팅으로는 좋은 기회 같은데요.
우리 토마토안경은 오로지 제품으로 승부하는 기업입니다. 아이들이 착용하는 안경테이기 때문에 더 세심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우리 안경을 쓰는 어린이들은 넘어져도 눈 주변은 거의 다치지 않습니다. 간혹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부모들이 있는데 '우리 아이가 놀다가 가구 모서리에 찍혀서 넘어졌다. 크게 다칠 뻔 했는데 이 안경 덕분에 오히려 눈 주변에 상처가 하나도 나지 않았다'라고 하더라고요.
-토마토안경만의 기술이나 노하우가 있나요.
안경을 쓰는 아이들이 다쳤을 때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부분이 코받침이나 경칩입니다. 우리 토마토안경 제품은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로 돼 있으며 경칩은 부드럽고 둥글게 처리가 돼 있어 넘어져도 다치지 않게 보호하는 것이죠. 특별한 기술이 있다거나 자랑할 만한 비싼 소재를 쓰는 것도 아닙니다. 흔한 TR 소재지만 아이들을 위한 연구와 결합돼 토마토안경이 탄생한 것이죠.
-품질도 뛰어나지만 디자인도 빠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디자인이 있나요.
아이들이 안경을 착용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은 우리가 해소시켜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안경을 썼을 때 조금 더 멋있게 보이게 한다든지 혹은 안경으로 인해 자신감을 줄 수 있도록 화려한 디자인 요소를 추가한다던지 등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저희 제품 중에 키즈 B.C 라인이 있습니다. 이 디자인은 이중사출방식을 통해 다리부분에 도형을 입체적으로 장식했습니다. 동그라미, 네모, 세모 모양인데 도형이 각각 한 부분이 비어 있습니다. 원형의 피자에서 마치 한 조각을 먹은 것처럼 빈 공간을 만들어놓고 안경을 쓰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상상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목표죠. 또 동그라미지만 각이 질 수 있구나, 네모지만 한 부분을 빼면 계단 모양이 될 수 있구나 이런 것들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일본에는 8년 전부터 진출하셔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일본 현지 반응은 어떻습니까?
일본 동경광학전시회에 나가면 우리 부스에 매년 찾아와서 너무 고맙다고 인사하는 안경사들이 몇 명 있습니다. 토마토안경 때문에 매출이 많이 늘었다고 매출 1위 제품이라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요. 사실 일본은 우리나라 제품을 잘 구매 안하기로 유명하죠. 비슷한 스펙이라면 자국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가격을 조금 높게 책정하더라도 품질이 월등하게 좋아야 합니다. 그런 전략으로 접근했던 것이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 외에 영국, 홍콩, 미국, 타이완 등 10여 개국에 수출 중입니다. 수출하고 있는 국가들은 토마토안경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영국의 한 아이엄마가 8년 전에 저한테 편지를 보냈습니다. '자신의 아이에게 토마토안경을 꼭 씌우고 싶은데 파는 곳이 없다. 제품을 보내줄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한글로 번역해서 보냈길래 안경테 몇 개를 챙겨서 보냈는데 그 뒤로 영국에서 토마토안경을 판매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7년간 거래를 하고 있는데 현재 그 대리점 월 매출이 2000만원 정도라고 하더군요. 2013년에 열린 영국안경박람회에서는 우리와 독일 로덴스톡 키즈 안경테가 결승까지 올라갔는데 토마토안경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일본 내에서는 키즈 안경테를 얘기할 때 '토마토안경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더군요. 일본 매출은 매년 30~4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안경제품이 워낙 좋기 때문에 키즈 선글라스 제작에 대한 요청도 많을 것 같은데 혹시 계획이 있나요.
요청은 많습니다. 얼마 전에도 일본 나고야 소매점에서 선글라스를 만들어 줄 수 없겠냐고 요청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자외선이 물론 안 좋지만 아이들은 햇빛도 쐬어가면서 야외활동을 많이 해야 눈이 건강해집니다. 야외활동을 거의 안하고 컴퓨터, TV만 접하다보니 안경을 쓰는 아이들이 느는 것이죠. 실제로 베트남 아이들은 시력이 거의 3.0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가 선글라스까지 만들어버리면 아이들이 태양을 통한 눈 훈련 기회를 뺏는다고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도 절대 선글라스를 만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올해 수출탑 100만 달러를 달성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향후 내수, 수출 등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전 토마토안경을 처음 시작한 이유가 제 아들 때문이었습니다. 제 아들에게 좋은 안경을 씌워주기 위해 시작했고 그 마음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랑으로 만든 제품이지 매출을 얼마 올리고,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한 제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거창하게 수출탑 달성, 내수 활성화 이런 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일본시장에서 정정당당하게 겨뤄 최고의 제품으로 자리 잡고 싶다는 목표는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