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경계의 혼돈과 암울함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심했던 2017년도를 뒤로하고 한 해가 저물어간다.
매일 매일 무심하게 일상으로 행하고 있는 우리의 업인 안경은 시력검사, 조제가공, 피팅 등 모든 포지션에 전문성과 정확성이 동반되어야 하는 너무도 정밀한, 가히 과학이라 해도 어색함이 없는 분야다.
안경의 사회적 가치는 의사가 행하는 의술에 비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높고 소중하다. 우리는 병원이나 의사의 업무를 존중해주고 그 가치를 흥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느 병원이, 어느 의사가 잘 치료하고 잘 낫는다더라를 우선한다.
그렇다면 우리 안경원이나 안경사의 위치는 어떠한가?
소비자들은 어느 안경원, 어느 안경사가 편안하게 검사하고 정확한 조제가공으로 좋은 안경을 해주는가는 고려하지 않는다. 어디가 더 싸게 주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될 뿐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파와 환경의 조성은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시력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광명을 제공하는 준 의료행위를 하고 있고 고도의 전문성이 동반되는 그 과정은 가히 과학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준의료인이자 과학적 행위를 하는 전문가로서의 가치와 사회적 위상 강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시장의 상인들도 상도의를 지키고 동업자적 자세를 견지하며 살아가는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 안경사들은 오늘만 살면 되고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이웃의 동료를 죽여야 내가 사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안경원 내.외부에는 50%, 70%, 혹은 1+1폭탄세일, 심지어는 공짜 등의 문구까지도 난무하고 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의 가치와 위상은 우리가 높여야 한다. 높은 과학적 가치는 인정받아 마땅한 것이다. 인식의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 이제는 바꿔 나가야 한다. 안경은 폭리를 취하는 업종이고 안경가격은 무조건 깎아야 한다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우리가 바꿔야 할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이렇게 우리가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동안 잃어버린 선글라스 시장은 물론, 일반 안경테까지 안경원이 아닌 수많은 곳에서 마치 액세서리처럼 판매되는 것이 상례화돼 가고 있는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내적인 경쟁은 지양하고 정당한 우리의 것들을 찾아오고 지켜내는데 힘을 모아야 할 매우 중요한 시기다. 안경테를 지키지 못하고 안경사의 업무가 안경렌즈만 파는 것으로 축소된다는 것이 고착화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상상도 할 수 없이 위축될 것이다.
품질도 검증되지 않은, 출처도 불분명한 저급의 안경테를 가지고 와서 안경렌즈만 구매하는 고객이 계속 증가하는 현실적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 하다. 저급한 안경테, 가품 가능성이 있는 안경테 등은 국민의 안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부득이 이를 수용을 해야 한다면 우리의 기술적 가치가 충분히 반영된 기술료를 각자의 가치만큼 아주 높게 청구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동참해서 안경테는 안경원에서 구매해야 신뢰할 수 있다는 국민인식의 전환을 집중적으로 모색해 나간다면 안경원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서 우리의 업권을 지켜나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방향전환이 일부의 궁여지책이라는 해명과 공급의 과잉이라 어쩔 수 없다며 자행하는 할인판매도 근절 될 것이다.
우리는 가치 높은 기술과 과학을 판매하는 업종이다. 할인이라는 막장경쟁으로 싸구려 장사꾼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가 노력한다면 할인 막장경쟁을 하지 않아도 지금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요소들은 충분히 있다.
끝으로 안경사 동료분들께 간곡하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함께 지켜나갑시다."
"함께 찾아나갑시다."
"함께 높여나갑시다."
"함께 살아갑시다."
"우리는 과학을 판다는 자부심을 가집시다."
권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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