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팀으로 대학 특강 문의가 종종 있다. 오랜만에 캠퍼스의 젊은 에너지와 열정 가득한 학생들을 만날 기대에 대학 특강은 참 반가운 스케줄이다. 얼마 전 특강에서 만난 학생의 한 질문이 많은 생각을 가져다 줬다
질문은 "아큐브에 다니면서 뭐가 제일 좋으셨어요?"였다.
2018년 1월1일이 되면 교육팀에 입사한지 10년 차가 된다. 뉴질랜드에서 검안학과 치의학이란 각자의 분야에서 임상가로 잘 지내오던 우리 부부는 어릴 적 떠나온 고국이 점점 그리워졌다. 결국 역이민을 선택했다.
필자는 "한국 안경계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터무니없을 만큼 당찬 면접 멘트와 함께 아큐브 교육팀이 됐고, 남편은 교수가 돼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타국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갖길 희망하시던 부모님들의 조언을 따라 많은 교포 자녀들처럼 의료계 전문직을 선택했지만, 우리 부부는 '교육'이란 공통적인 틀 안에서 결국 모국으로 돌아와 각자 분야의 발전을 위해 봉사 할 수 있는 제2의 삶을 선물 받았다.
대학 도서관 좀비 커플로 엄청난 공부량에 허덕이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우리 둘 모두 누군가 앞에서 강의를 한다는 상상은 해 본적이 없지만 현재 가고 있는 길에 대한 책임감이 점점 크게 느껴진다..
이런 책임감은 새벽의 칼바람을 가르고 버스와 열차를 번갈아 타며 교육센터에 방문해 주신 안경사 선생님들을 만날 때면, 더욱 배가 된다.
임상가로 일했던 때를 기억해보면,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는 날들 중 고객의 시력을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해줄 수 있을지, 내가 부족해서 고객에서 최고의 검사를 못해주는 건 아닌지 고민해보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교육에 참여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아큐브 교육팀으로 활동하며 국민의 시력 보건을 위해 이렇듯 열정이 많은 모국의 안경사분들을 만나게 된 것이 내게는 아마도 가장 큰 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얼마 전, 여러 국가의 시력 보건을 책임지는 안경사, 검안의들에 대한 내부 보고서를 읽으며 유독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안경사를 전문가로 봐주지 않아요' 라는 한국 안경사 선생님들의 공통적인 고민 부분이다. 새벽 칼바람을 맞으며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안경사 선생님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 분야 전문가로 세상이 바라보지 않는 다니 얼마나 속상한 일인가. 안타까운 마음에 여러 날 고민이 지속되고 있다.
회사에서 배운 좋은 생각 방법 중 하나가 바로 'WHAT-WHY-HOW'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막연히 고민하기 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3가지를 중심으로 생각을 키워 나가는 방법이다.
덧붙여 공유해보자면, 경영진에게 프로젝트를 발표하면 항상 집중적으로 듣고 질문하는 부분은 WHAT보다는 WHY 라는 점이 늘 인상적이다. 어찌 보면 경험이 많은 최고 상관들이 바라 보았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할 거라는 것보다 '왜'하려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그 부분에 대한 설득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WHAT-WHY-HOW 방법으로 우리 안경사의 '가치(value)' 상승에 대한 고민을 해 보고 싶다. 어찌보면 우리들이 원하는 것이 고객보다 상위에서의 위엄함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WHAT) 단지 전문적인 견해로 고객에게 추천을 할 때, 신뢰를 갖고 받아들여 주길 원하는 것이 시작이 아닐까. 결국 우리가 더욱 높은 가치를 가진 전문가로서 탈바꿈 하길 지향하는 원인에는 고객을 돕고 시력을 개선시켜 주고 싶은 업무의 본질에서 오는 것 같다.(WHY)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아큐브 경영진 회의에서 일단 WHY 가 설득된 건에 대해 WHAT 즉, 어떻게 그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가는지에 대해서는 상세 보고가 적다. 그 뜻이 맞다면 담당자가 가장 적절한 방법을 고민하고 이행할 것을 믿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렇듯 만약 우리가 고객들에게 전문가로 인정받고자 하는 WHY가 확실하다면, 스스로 실천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HOW는 우리 스스로가 매일의 업무 속에서 찾아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가 다른 임상가 친구들과 약간 다른 길을 걸었지만 틀린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안경사 선생님들이 고객을 대하며 매일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방법이 다를 뿐 틀린 것은 없다. 다만 우리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상대를 도와 나의 가치를 상승시키자'는 신념을 가지고 공통적으로 달려가다 보면, 조금은 더 나은 내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곧 안경계는 국가고시를 통과한 새로운 안경사 가족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들과 함께 걸어갈 내일이 보다 희망 차려면, 우리 모두 오늘보다 변화하려는 작은 노력이 합쳐질 때 완성될 것 같다.
장영은 칼럼 '행복한 안경사, 행복한 고객'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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