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이 온라인 중고카페서 하우스브랜드 판매
시중보다 50% 이상 할인에 현금결제 유도해 논란
안경사 커뮤니티 "면허 보유한 전문가 인식 없나"


새해가 됐지만 안경사들의 표정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 소매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데다 올해부터 최저시급이 전년대비 16% 이상 증가한 탓에 안경원 영업시간을 줄이는 곳도 점차 늘고 있다고 한 안경원 관계자는 전했다. 또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비트코인 광풍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비트코인 투자에 현금자산이 몰리면서 안경원 경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처럼 안경원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이슈들이 새해부터 들려오는 가운데 기나긴 불황 탓인지 지난해 말 어느 한 중대형 안경원이 인터넷 중고카페에 수입하우스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것이 온라인 안경사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논란이 된 안경원은 중고카페에 고가의 수입 하우스 브랜드인 'o'제품을 시중가 보다 반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게시글에는 "풀박스 케이스, 안경닦이 등 한번도 뜯지도 않은 새제품이며, 도수렌즈 넣은 적 없는 데모렌즈까지 그대로 있다. 또 주문량이 많아 품절된 색상이 있을 수 있으니 색상, 재고 문의 주세요"라고 친절히 안내까지 했다. 또 댓글에는 현금만 가능하다며 현금결제를 유도하고 있었다. 해당 안경원은 비교적 규모가 큰 안경원으로 다른 안경사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곳이었다.

안경원이 중고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안경사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안경사들의 반성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처음 중고카페 판매 게시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보한 모 안경사는 "해당 제품을 정식거래 하고 있는 입장에서 어이가 없지만 더욱 화가 나는건 안경사로서의 사명감이나 자존심은 생각하지 않으면서 '왜 안경사 면허는 취득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다. 오더를 하면 2주~3주 돼야 나오는 제품을 굳이 저렇게까지 판매를 해야하나. 기본적인 상도덕은 갖추고 영업을 했으면 한다"고 게시글을 통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게시글에 댓글을 단 안경사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했지만 자신들도 반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경사 'a'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정찰제라고 광고하면서 매장마다 다른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안경원 스스로가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안경원들의 가격경쟁 속에 중고카페 판매와 같은 기형적인 방법으로 소비자 판매를 하는 안경원들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 서울 서초구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b' 원장은 "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또는 내 매장의 매출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해서 온라인 판매를 한다던지 원가 이하의 판매를 하다보면 멈출 수가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b 원장은 이어 "한번 혼탁해진 냇물이 다시 맑아지기 위해서는 수십배의 냇물이 더 흘러야 한다. 안경업계도 마찬가지다. 후배 안경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업계를 물려주기 위해 모두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원 경기가 올해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안경사들이 80% 이상이다.(fn아이포커스 1월 1일자 설문조사결과) 그런데 안경사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이보다 더욱 심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저도수 돋보기 안경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안경사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가격파괴 형식의 안경원들이 속속 등장한 것도 모자라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진출하겠다고 나서 안경사들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하고 있다. 본지의 지난 1월 1일자 신년특집호 안경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격파괴 안경원들의 등장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45.6%의 안경사들이 '판매만을 우선시하는 안경사 개인의 마인드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는 안경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안경사 개인의 양심이나 도덕성이 현재의 혼탁한 업계를 만들었다고 보는 안경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경사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가격파괴 안경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안경사 개인의 양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안경사들이 많다면 가격파괴 안경원들은 줄어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아이러니해 보인다.

ratio1234@fneyefocus.com 김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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