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끼고 이틀뒤 시력 반토막
채널a, 여중생사례 11일 보도
구체적 정황없는 자극적인 뉴스
해당기업 "여중생 컴플레인 없어"
현재 포털 등 기사 삭제된 상태

채널에이보도

지난 11일, 동아일보의 종편채널인 채널a가 '컬러렌즈 꼈다가 이틀만에 시력 반토막 난 여중생'이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후 관련 기사는 여러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재생산됐으며 각종 카페, 커뮤니티,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최초로 보도한 채널a 기사는 포털사이트에서 삭제된 상태지만 잇따라 보도한 몇몇 매체에서는 아직 기사를 내리지 않았다.

채널a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한 여중생은 5000원짜리 컬러렌즈를 낀 뒤 이틀만에 응급실에 실려갔다. 응급실에 실려간 여중생은 아파서 눈물 못 뜨겠다고 했으며 병원에 갔을 때 시력이 '0.5·0.6'인 치료용 렌즈를 착용했지만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검사 결과 여중생은 왼쪽 눈에 세균 감염을 동반한 각막 찰과상 진단을 받았으며 평소 시력보다 반 이상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여중생을 진료한 의사는 "콘택트렌즈 때문인 것 같다. 컬러렌즈를 착용하면 균이 침범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어 해당 뉴스를 보도한 기자는 '최근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처방전 없이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컬러렌즈가 크게 유행하고 있는데 부작용이 숙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쉽게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며 '많은 전문가들은 컬러렌즈를 장기간 착용하면 시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확한 원인없이 단순히 저가렌즈를 꼈기 때문에 시력이 손상됐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제품이 불량이라거나 혹은 중학생이 렌즈를 착용하기 전에 손을 씻지 않았다던가, 관리하는데 있어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던가 하는 구체적인 설명은 빠져있고 단순히 5000원짜리 렌즈를 이틀간 착용했는데 시력이 손상됐다는 결과를 낸 것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컬러 콘택트렌즈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끊이지 않았던 가운데 또 한번 업계의 신뢰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저렴한 렌즈=컬러렌즈=안질환의 원인'이 마치 공식처럼 통용되면서 이와 관련된 기사가 여러번 노출됐었다. 그때마다 지속적으로 정정을 요청하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으나 아직도 갈길이 멀어 보인다.

우선 단순히 5000원짜리 렌즈가 단 이틀만에 안질환을 유발할 정도로 저가의 품질은 아니다. 현재 콘택트렌즈 전문 프랜차이즈가 활성화 된 가운데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5000원부터 1만~2만원 대의 저렴한 pb렌즈를 판매하고 있지만 품질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착용수칙이나 착용주기를 지키지 않고 장시간 컬러렌즈를 끼고 있다면 눈에 무리가 갈 수는 있지만 이틀만에 시력이 50% 이상 떨어졌다는 보도는 다분히 과장됐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해당 기사가 발췌돼 게시됐으며 댓글 수백건이 달렸다. 물론 '싼 렌즈 끼면 확실히 눈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는 댓글이 종종 보이긴 했으나 대체적으로 '몇 년간 지속적으로 껴왔는데 난 아무렇지도 않던데', '확실히 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력이 반토막 날 정도로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저 정도로 문제가 생겼으면 어떤 렌즈를 껴도 아팠을 것 같은데'라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문제는 콘택트렌즈 전문 프랜차이즈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반 안경원에서도 다양한 제조사의 컬러렌즈 병, 팩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안경원마다 가격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저렴하게 구입한다면 만원대라도 가능하다. 그런데 품질이나 회사의 브랜드, 마케팅, 콘셉트와는 별개로 단순히 저가 렌즈가 안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자주 거론된다면 국내에서 컬러렌즈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그 어떤 회사들의 제품도 표적이 될 수 있다.

또 문제가 되는 보도는 '처방전 없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컬러렌즈'라는 문구다. 시력교정술 등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콘택트렌즈를 구매하는데 특별한 처방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구매 전에 안경사들이 검안을 거치고 상담을 통해 제품을 추천하거나 이미 자신이 쓰는 렌즈가 있다면 그 제품으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토릭이나 멀티포컬 등 전문적인 렌즈도 안과의사의 처방전이 필요없다.

콘택트렌즈 기업 소속 한 검안의는 "간혹 소프트렌즈가 부드럽기 때문에 빼는 과정에서 찢어지는 등 손상이 생길 수 있다. 만약 빼는 과정에서 렌즈가 찢어졌다면 충분히 안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렌즈 가격이 5000원이라고 해서 더 심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며 시력이 단번에 50% 이상 떨어졌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콘택트렌즈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한 안경사 역시 "저가 렌즈라서 안질환이 온다는 식의 보도는 맞지 않다. 10만원에 가까운 실리콘 하이드로겔 렌즈를 껴도 본인에게 맞지 않거나 부주의하게 관리, 착용했을때에도 충혈 등 안질환이 발생한다. 단순히 가격으로 렌즈의 품질을 나누는 것은 맞지 않아 보인다. 우리 안경원에는 3만~4만원대 렌즈가 제일 저렴한 축에 속하지만 상대적으로 5000원보다 고가인 렌즈를 착용하고도 컴플레인은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널a의 보도가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보도를 접한 해당 브랜드 기업 관계자는 "우리 제품에 문제가 있어 소비자가 병원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알았다. 중학생이 렌즈를 껴서 시력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학부모 입장으로는 당연히 해당 매장이나 본사에 클레임 전화를 수도 없이 걸었을텐데 이상하게 치료비를 청구하거나 항의하는 전화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해당 중학생이 착용했다는 렌즈는 만원짜리 제품으로 기사에서 계속 언급하는 5000원 렌즈는 아니다. 정말 우리 제품 때문에 시력이 나빠졌다면 충분히 조치를 취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우리 쪽으로 연락오는 것이 없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blessjn@fneyefocus.com 노민희 기자
저작권자 © fn아이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