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제조사가 판매 나선듯
균일가 12000원으로 품질↓
'케이스는 안경원서' 꼼수도

5면기획 중고나라

가입자 수만 1600만명에 이르는 대형포털사이트 'N'사의 중고카페에 다소 황당한 안경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안경사 SNS채널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2일 올라온 중고카페 게시글은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남은 각종 안경테 및 선글라스 원가 생산가에 판매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업로드 됐으며, 최초 게시글은 11일에 올라왔고 이후 3개의 똑같은 게시글이 시간을 두고 각각 업로드 됐다. 해당 게시글을 읽은 까페 회원들은 4개의 게시글을 합해 채 100명이 되지 않았지만 댓글을 통해 문의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게시글을 보면 중고제품도 아닐 뿐더러 소량이 아닌 대량으로 안경을 판매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또한 제품설명에서는 '공장에서 창고 재고 정리 중입니다. 직접 생산한 안경이며, 도매로 넘기고 남은 안경들이 있어 판매합니다. 국내에서 수작업 생산조립제품으로 내구성과 가벼움이 뛰어납니다. 티타늄, 울템 등 시중에선 10만원이 넘는 고급소재입니다. 재고이다보니 안경원에서는 구하기 힘든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도수는 안경원 가셔서 넣으시면 되세요'라고 설명을 붙였다.

그러나 게시글에 올라온 사진만을 봤을 때는 국내산 수작업 제품이라고 하기에는 제품의 퀄리티가 형편 없었다. 선글라스는 원가이하 판매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산 저가 아크릴 선글라스로 보였고, 안경테 역시 사진만으로도 코팅이나 디테일 부분이 확연하게 퀄리티가 뒤떨어져 보였다. 일반적인 대구 제조업체에서 생산된 제품이라고 하기엔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마치 다이소와 같은 저가 할인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유사해 보였다. 또 정상적인 제조사들의 재고처리방식과는 많이 다르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모 제조업체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재고 제품을 낱장으로 중고카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 제품 퀄리티가 국산제품이라고 하기엔 너무 조잡하다. 소매를 한다고 해도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같은 채널들이 훨씬 판매도 수월하고 소비자들 판매율도 높은데 중고카페에 판매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처음부터 품질을 덜 따지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안경원을 무시하는 듯한 글도 함께 덧붙여 안경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도수는 안경원 가서 맞추시면 됩니다', '케이스는 따로 나가지 않고 안경원에서 렌즈 맞추실때 달라고 하면 대부분 그냥 줍니다'라고 친절히 설명을 달았다. 이를 본 안경사들은 혀를 찼다. SNS를 통해 이 글을 접한 안경사들은 '저 사람 뭔데 케이스를 그냥 준다고 하죠?', '사방에서 분탕질이네 진짜', '안경제조업계도 변화가 필요할 듯 하네요' 등 분노에 찬 댓들글이 여럿 달렸다.

서울 서초구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안경테·선글라스 판매채널이 다양해지고 안경원을 내방하는 공테 고객이 늘고 있어 안경사들도 부대용품뿐만 아니라 조제가공, 피팅 등 기술료를 따로 책정해 청구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사라고 하는 곳에서 안경원에서 케이스를 그냥 줄 것이라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고 자신은 어디 안경원에서 사가지도 않을 싸구려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고 있으니 그 화살이 다 어디로 가겠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조·도매사들의 재고 판매 방식에 대한 안경원과의 갈등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때 되면 진행하는 대형 유통사들의 수주회에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안경사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상호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물며 위와 같은 기형적 제조·도매사들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면 시장은 더욱 자정이 어려울 정도로 혼탁해 질 것이 뻔하다. 거대한 외부 자본들이 안경업계에 손을 뻗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건전하고 깨끗한 유통구조마저 스스로 만들어 가지 못한다면 자본의 힘 앞에 우리 업권을 서서히 빼앗길지도 모를 일이다. 업계 관계자들 모두가 진중히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ratio1234@fneyefocus.com 김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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