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한약으로 시력강화 주장
보건당국 "과학적 근거없어"

한의원
사진은 허위·과장광고로 보건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모 한의원 블로그 게시글 캡쳐.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침과 뜸, 한약 등의 치료로 소아 시력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며 어린이 안경이 눈건강에 치명적이라고 온라인을 통해 홍보한 모 한의원이 허위·과장 광고로 보건당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해당 한의원이 위치한 관할 보건소는 "민원이 접수된 의료기관 블로그 내용 중 최상급 표현과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내용 등 의료법에 저촉되는 행위에 대해 즉시 시정하도록 행정지도 했다"고 밝혔다.

해당 한의원은 자신들의 시력향상 치료법을 블로그와 홈페이지에 설명하면서 '안경 벗는 병원', '소아시력 집중 치료 클리닉', '안경 벗는 소아시력 전문 클리닉'이라고 홍보할뿐만 아니라, '소아 원시 어린이 안경만이 답이 아닙니다', '어린이 안경부터 씌우지 마세요', '안경에만 의존하지 마세요' 등의 제목으로 수 십개의 게시글을 업로드 하는 등 노골적으로 안경이 아닌 한의학으로 시력 개선이 가능하다고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안과 전문의나 안경사가 아닌 한의사가 어린이 시력 관리 및 치료에 대해 접근하는 것은 다소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많다.

박충실 서울시안경사회 교육부회장은 "한의원에서 단순 홍보수단으로 시력개선 등을 언급하는데 과학적으로 명확히 증명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 혹시나 하는 소비자들의 간절한 마음을 현혹시키려는 상술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경렌즈 'b'업체 관계자 역시 "어린이 근시완화나 시력개선에 직접적인 치료가 가능한 약물은 약리학 분야에서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안다. 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한의학계의 돌파구로 시력 개선 분야를 타깃으로 정한 것처럼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문제는 위에 언급된 한의원뿐만 아니라 '소아 시력 개선'을 주 진료 분야로 설정해 홍보하고 있는 한의원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소아 시력 개선 한의원'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수 십, 수 백개의 블로그가 검색되고 한의원들마다 자신들이 어린이 시력 개선에 특화된 치료법을 보유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의원이나 안과 모두 홍보경쟁이 치열하다고 하지만 근시 등 시력 개선 분야는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도 다수의 연구가 진행 중인 분야로 효과적으로 증명된 방법이 존재하지 않지만, 한의학 치료를 통해 시력이 개선될 수 있으며, 안경을 벗어야 한다는 한의원들의 주장은 단순 상술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

한편 이같은 한의원들의 공세에 안경사들은 안과에 이어 한의원까지 업권을 뺏으려 한다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c'원장은 "가격파괴 분위기로 내부적으로 시끄러운 업계에 또다시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접하게 된 것 같다. 시력검사와 같은 전문적인 눈 관리는 안경원과 안과에서 행하고 있는데 한의원에서 왜 그러고 나서는지 모르겠다"며 "한의원 쪽도 분위기가 많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무리하게 진료과목을 늘려 더 많은 환자들을 유치하려는 상술로 보인다. 안경업계도 이러한 공세에 힘 모아 적극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ratio1234@fneyefocus.com 김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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