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단축근무 안경원 늘어
골프등 생활체육 동호회 활발
더불어 소비자 c/l.고글 각광

워라밸


#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a 안경원은 혼자 운영하는 곳임에도 금, 토요일은 일찍 문을 닫고 일요일은 무조건 안경원을 쉰다. 일주일에 2일은 무조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원칙을 정했다. 일요일 하루는 일상을 일찍 마무리하고 휴식을 취한다. 그래야 다음 일주일도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출이나 고객이 줄어들었을까. 답은 '아니'다. 단골 고객들은 휴일과 단축근무 일을 피해서 방문한다. 정말 급한 경우는 간혹 쉬는 중에도 연락이 오는데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매출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는 불안과 우려가 있었는데 걱정이 불과했다. 오히려 여가시간이 늘어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


최근 '워라밸'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워라밸은 잘 알다시피 워크-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를 줄여 부르는 말로 직장을 구할 때 중요한 조건으로 여기는 일과 개인의 삶이 균형을 이룬다는 의미다. 우리 안경업계에도 이미 워라밸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 안경사의 업무가 고되고 개인 여가시간이 적다는 것은 익숙한 사실이다. 안경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 가까이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이 많은 대형 안경원이라면 근무시간은 더 짧겠지만 1인 안경원의 경우 오롯이 혼자 긴 시간을 안경원에서 보내야 한다.

이런 문제로 안경사 이탈이 많고 신입 안경사가 갈수록 줄어들자 주 5일 근무, 근무시간 단축, 월 2회 주말 휴무 시행 등 지역별로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사실 이는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전부터 지역별로 움직임이 두드러졌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인근 안경원에서 나 혼자 주말에 문을 닫는다면 매출 하락에 대한 불안요소가 발생하지만 인근 상권이 한 번에 같이 쉰다고 하면 큰 타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주변 상권 신경쓰지 않고 꼭 쉬겠다고 다짐한 개인 안경원들 역시 한 달에 두 번 정도 주말에 문을 닫기도 했다. 이들은 취미 활동을 즐기고 가족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안경사들은 자신의 여행기, 맛집 탐방기 등을 소비자와 공유하기도 한다. 골프, 축구 등 다양한 모임과 대회가 적지 않게 열리고 있는 것만 봐도 안경업계가 워라밸의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기대할 점은 특정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의 증가다. 여가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웃도어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이와 관련된 고글, 선글라스, 콘택트렌즈 품목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콘택트렌즈의 경우는 20~30대 전유물로 여겨지다가 스포츠 등을 더 편안하게 즐기고 싶어하는 중년층 고객들을 유입시키기 시작했다. 야외활동의 특성상 고글이나 선글라스를 꼭 착용해야 하는데 제품 자체에 도수 렌즈를 넣는 경우도 있지만 콘택트렌즈와 병행 착용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

더구나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에서 최고의 이슈가 되는 기능성 콘택트렌즈의 활성화도 맞닿아 있다. 중년층의 경우 난시, 노안의 증세로 근시렌즈보다 토릭, 멀티포컬 등 하이엔드 제품군의 수요도 덩달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콘택트렌즈를 처방하는 안경사들은 토릭, 멀티포컬 렌즈 판매율이 전체 콘택트렌즈 판매율과 비교했을때 40~50%에 달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소비 트렌드, 생활환경, 라이프스타일은 매번 변화한다. 패션에도 유행이 있듯이 생활에도 유행이 도는 것이다. 경제불황, 물가 인상 등 살림살이가 팍팍하다고는 하지만 매년 연휴때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고 아웃도어 관련 용품 반응도 좋다. 캠핑족도 늘어나면서 도심 곳곳에 텐트를 친 나들이객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대 트렌드에 맞춰 업계도 조금씩 변화를 이루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상담 스킬도 각자 안경원에 맞게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선글라스, 고글 판매를 많이 뺏겼다고 하지만 렌즈에 도수를 넣거나 전문적인 as와 피팅이 강점인 만큼 이를 적극 어필하는 것이다. 주5일 근무, 단축근무가 전국적으로 정착되면 안경사들도 워라밸을 여유롭게 즐기는 안보건 의료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lessjn@fneyefocus.com 노민희 기자
저작권자 © fn아이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