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법 개정안의 부당함 알리는 불씨가 되고 싶었다"

우리는 전문자격 갖춘 의료인
생존권 박탈 두고볼수만 없어
후배들에게 당당한 선배돼야
6월4일까지 계속… 동참호소

박종달
박종달 안경사


지난 7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에 몸집만한 피켓을 들고 묵묵히 시위를 이어나간 안경사가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이하 복지부)는 '양안 굴절률이 같고 +3.0D 이하인 근용안경과 도수수경에 대한 온라인 판매 허용을 담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이를 강력하게 저지하는 안경사의 입장을 적극 표명하기 위한 첫 번째 움직임이었다.

피켓에는 '국민의 눈 건강이 우선이다. 근용안경 인터넷 판매는 눈 건강에 매우 해롭다. 안경사 생존권 위협하는 근용안경 인터넷 판매방침 철회하라'가 적혀 있었다.

1인 시위에 나선 이는 인천시안경사회 소속 행정부회장 박종달 안경사다. 물론 협회에서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1인 시위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한 명의 안경사로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안경원을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1인 시위를 마친 박종달 안경사를 인근 카페에서 만나 1인 시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생업을 잠시 놓아두고 밖으로 나오시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요.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행동하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협회라는 곳이 있고 거기에 소속된 임원과 회원이 있지만 이들이 마음은 모두 같아도 행동하기에는 참 어렵습니다. 홀로 안경원을 운영하는 분들도 있고 직원이 있더라도 몇 시간을 비워두는 것이 쉽지는 않죠. 제가 먼저 행동하게 되면 의지는 있지만 망설이고 있거나 방법을 잘 모르는 동료 안경사들이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1인 시위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제가 불씨가 되고 싶었습니다.



1인시위

첫날 시위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운이 좋았던 탓인지 그날 청와대 앞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는데 언론사 30~40곳에서 취재를 나왔더군요. 취재 나온 카메라에 잡히려고 노력했는데 얼마나 사진이 올라올지는 모르겠네요. 저희가 국민 안보건 향상을 위해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언론사에서 다뤄서 소비자에게도 적극 알려지면 좋겠지만 주요 언론사는 사실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우리의 입장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많은 광화문이나 명동, 국회 등도 있는데 청와대를 꼽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아직 입법예고 기간이고 규제개혁 관련된 부서는 대통령 직속이기 때문에 청와대를 선택했습니다. 입법이 통과되면 그 뒤에는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전에 저희 안경사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하고 이 법안이 잘못됐다는 것을 피력하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이번 의기법 일부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앞서 언급했듯이 국민 안보건과 안경사 생존권 위협을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온라인에서 +3.00 디옵터까지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 시력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 국민의 80%는 양안시력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온라인 판매를 강행한다는 것은 마치 초등학생에게 안경을 판매하라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한 마디로 온라인 판매업체들만 배불리는 법안입니다. 저가 근용안경이 무분별하게 유통될 것이고 결국 우리는 이것저것 다 뺏기게 될 것입니다. 현재 홈쇼핑이나 옷가게, 다이소에서도 선글라스, 안경테가 판매되는데 돋보기까지 뺏길 수는 없습니다. 국가 면허를 소지하고 있는 전문가임에도 돈만 주면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으로 전락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콘택트렌즈를 이번 개정안에 빠져있습니다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은 어떤까요?

-당연합니다.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고 국민들도 원하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언제든 온라인 판매가 풀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근용안경을 지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 뚫리게 되면 콘택트렌즈도 수월하게 풀릴 것이고 그 이후는 누진다초점렌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주 견고한 둑이 조금씩 허물어지면 그 틈새로 물줄기가 새어나오게 되죠? 당장은 졸졸졸 흘러 들어오게 되지만 계속 새어나오면 결국 공간을 전부 채울 수 있는 만큼의 양이 쌓이게 됩니다.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근용안경, 수경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무도수 콘택트렌즈, 기능성 콘택트렌즈 그리고 누진다초점 렌즈가 될테니까요.



근용안경을 지키고 콘택트렌즈 온라인 규제완화에 대한 얘기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안경사 분들의 노력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합니다. 현재 원데이렌즈를 제값 주고 판매하는 안경원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제살깎기 경쟁으로 업계 내부에서는 피가 나고 있는데 이를 가볍게 치부하는 일부 안경사들 때문에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식이면 콘택트렌즈도 곧 드러그스토어, 편의점에 판매될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협회에서는 지속적으로 안경사를 계몽·계도해야 합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습니까?

-우선 오늘(7일) 시위의 첫 테이프를 끊고 이 모습을 안경사 사랑방, 공식 페이스북, 아이옵트 등에 올렸는데 다행히 긍정적으로 봐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목요일(9일)은 인천시안경사회 진승언 사업부회장이 함께 해주기로 했고 금요일(10일)은 노수영 홍보부회장이 동참합니다. 다음주 월요일(13일)은 이주신 인천시안경사회장이 현장에 나오기로 했습니다. 저는 입법예고 기간인 6월4일까지 계속 현장에 나올 예정입니다. 동참하겠다는 안경사 동료분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1인 시위를 알렸을때 주변 동료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 인천시안경사회 김기성 홍보이사와 상의했습니다. 다행히 저와 뜻을 같이 해주고 적극적으로 코디네이팅 해주고 있어서 든든합니다. 많은 동료들이 김기성 안경사처럼 동참해주기를 희망합니다.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협회에서는 회원들에게 신뢰와 일관성 있는 믿음을 보여주시기를 당부합니다. 지금은 서로 경쟁상대가 아니라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동료입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6월4일까지 그리 긴 시간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 힘을 합쳐 극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우리 후배들에게 제대로된 업계를 물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동료 여러분의 동참을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blessjn@fneyefocus.com 노민희 기자




1인 시위 동참 문의 (김기성 홍보이사)
*010-2764-1917 (문자·카카오톡 우선)
*홈페이지: www.hiey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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