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개발·광고심의 공동진행 비용·시간 줄여 렌즈품질 UP 국산 C/L 명성·가치 더 높일것
회원사 10여곳서 자본 출자 협동조합 설립 새브랜드 출범 마진율 높여 전국안경원 공급
안성호 회장
대한콘택트렌즈제조협회가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대구국제안경전(DIOPS)이 열렸던 지난 4월17일, 12개 회원사 대표가 모인 가운데 안성호 엔보이비젼 대표를 신임 회장으로 맞았다. 이날 대한콘택트렌즈제조협회는 회원사들간의 더욱 긴밀한 협조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국산 콘택트렌즈 제품의 위상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향후 조합설립으로 공동 브랜드로 제품 출시, 신소재 연구, 기술 공유 등을 통해 현재의 협회를 조금 더 공신력 있고 파워있는 단체로 키울 계획임을 밝혔다. 힘있는 협회를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인 안성호 신임 회장을 파이낸셜뉴스신문 본사 라운지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협회 운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대한콘택트렌즈제조협회의 신임 회장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제 한 달 정도 됐는데, 어떻게 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그동안 우리 협회는 친목을 주목적으로 하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단체 등록이 안되다보니 우리가 내는 목소리에 강한 힘을 싣기는 어려웠죠. 문제가 생겨도 이를 공론화해서 심각성을 알려야 하는데 한계도 생겼고요. 콘택트렌즈 제조사는 물론 안경사의 대변자 역할이 안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요즘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이 매우 어수선합니다. 또 국산 제품이 상대적으로 해외보다 인정을 못받고 있죠. 이런 현상이 계속 지속되다보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더군요. 앞으로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 질서를 잡고 품질 좋은 렌즈를 생산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힘써보기 위해 회장 자리를 맡게 됐습니다.
현재 국산 콘택트렌즈 제조사 현황, 시장상황은 어떤가요?
-회원사로 등록된 제조사는 약 20곳 정도 됩니다. 최근 조사를 해보니까 공식적으로 등록된 제조사는 30~40곳인데 등록되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60곳 정도의 콘택트렌즈 제조사가 운영 중입니다. 이 중에서는 한 회사가 두 개의 사업자명을 낸 경우도 있을 수 있고요. 잘 아시다시피 가격파괴로 인해 콘택트렌즈 시장이 위축돼 있습니다. 특히 국산제품에 대한 덤핑이 심각하죠. 엊그제 한 자료를 봤는데, 국내 의료기기 중 콘택트렌즈 분야가 수입 1위를 기록했더군요. 그런데 수출 역시 2위로 꽤 높은 편입니다. 이미 전세계에서 국산 콘택트렌즈에 대한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어요. 유독 국내에서만 국산 제품이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아쉽습니다.
회장 임기 동안 가장 중점적으로 실행하려는 계획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우선 국산 콘택트렌즈 제품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협회 차원에서 소재에 대한 개발,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합니다. 국내 제조사 중 대부분은 콘택트렌즈 다국적기업과 비교해 영세합니다. 그러나 제조사끼리 힘을 합치면 충분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파워가 생깁니다. 신소재가 출시돼도 한 업체에서 이 샘플을 구매하고 독자적인 연구를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협회차원에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더 좋은 렌즈를 만들고 자체 검증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되겠군요. 그리고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질좋은 제품을 마진율 좋게 공급하는 것도 활발하게 논의 중입니다.
협동조합 구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프랜차이즈는 PB렌즈를 만들어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국적기업 브랜드들 역시 마진율이 그렇게 좋지 못하죠. 전국에 안경원이 1만개라고 했을때 이 중 프랜차이즈는 10~15%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약 9000여개에 가까운 일반 안경원들은 콘택트렌즈로 큰 매출을 올리지 못합니다. PB렌즈처럼 마진율이 높은 제품을 공급받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협동조합을 설립하려고 합니다. 회원사 중 뜻을 모은 제조사에서 자본금을 출자해 공동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마진율을 높여 전국 안경원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현재 약 10개 회원사가 동참했으며 향후 20개 업체로 늘릴 예정입니다. 저희 엔보이비젼을 포함해 인터로조, ICK, 렌즈맘, 티탑, 바쎈, 엠아이콘택트, 메디오스, 디케이메디비젼 등이 조합을 위해 뛰고 있습니다. 또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해 지원금을 유치한다거나 준회원으로 활동 중인 대구가톨릭대 융합센터에 연구용역을 요청하는 등 지금보다 광범위한 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대한안경사협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브랜드 가격을 지키면서 공동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안경원에 좋은 마진율을 제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향후 협회의 계획이나 조합 설립을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활발하고 체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회원사들과 소통을 해나갈 계획이신가요?
-지금까지는 제조사 대표자들끼리 모여서 간단히 식사하거나 특별한 현안이 생기면 그 시기에 잠깐 활동하는 게 전부였다면 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더욱 긴밀한 소통 체계망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그동안은 회사의 오너만 협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알았더라면 앞으로는 실무자들까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넓혀 일을 진행하게 됩니다.
가격파괴 등 콘택트렌즈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둡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콘택트렌즈제조협회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어깨가 무거우실 것 같은데요. 국산 제조사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한정적인 유통경로죠. 불과 몇년 전과 비교했을때 제조사는 5배 이상 늘어 공급이 과잉되고 있는데 유통은 안경원 1만곳이 전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조건이 열악해지면서 매출이 하락하고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생깁니다. 그렇다고 저희 국산 제조사끼리 가격을 담합하는 것은 말도 안되고요. 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그 파급력은 매우 큽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안경원에서 콘택트렌즈 제품의 가격을 확 내렸다고 했을때 그 주변 안경원들이 가격을 따라서 낮출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서울 전체, 인근 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 도미노처럼 퍼지게 되는거죠. 가격을 자꾸 덤핑하게 되면서 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낮아지고 소비자 신뢰까지 하락하게 됩니다. 파괴는 굉장히 빠른 시간에 이뤄지지만 정상화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까다로운 광고심의도 애로사항으로 꼽히는데요.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심의를 신청하는 비용이 생각보다 큽니다. 타 산업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되는 단어 한 개도 저희 심의에는 무척 까다롭습니다. 물론 눈에 들어가는 의료기기이기 때문에 심의가 더 까다로운 것은 알고 있지만 몇 번이나 심의를 넣는 비용과 시간이 큰 애로사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협회의 공신력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협회 차원에서 혹은 협동조합의 이름으로 MOU를 맺어 심의비용을 낮춘다면 회원사와 조합원이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국산 콘택트렌즈 제품들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수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산 제품들의 위상을 말씀해주세요.
-국산 제품은 뷰티렌즈에 특화돼 있습니다. 한류 붐에 어느정도 영향을 받으면서 동남아, 유럽까지 폭넓게 수출되고 있습니다. 컬러와 디자인은 한국 렌즈가 글로벌에서 1등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출을 위해 대량생산 하다보면 미세한 컬러를 구현하는데 소홀해지고 소비자 만족도는 떨어지죠. 일본에서도 컬러렌즈 만큼은 저희를 따라올 수 없습니다. 중국은 눈에 직접 닿는 것인 만큼 아직까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고요. 다만 뷰티렌즈 강국을 꿈꾸는 차세대 국가들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대만은 국가에서 콘택트렌즈 산업을 밀어주고 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산업이 성장하고 있죠. 선두자리를 계속 지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은 물론 소재와 기능에 있어서도 퀄리티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서울 방문에서 대한안경사협회장과의 면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신가요?
-현재 온라인 판매에 대한 문제가 굉장히 민감한 사항입니다. 세계적인 판매 흐름이나 활발한 직구 현황만 봐도 온라인 판매는 어쩌면 시간싸움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온라인 판매를 강력하게 저지하는 입장입니다만 향후 규제가 풀렸을때 아무 대비가 돼있지 않으면 우리 제조사는 물론 안경사분들 역시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가 풀렸을때 어떻게 대비해 나가는 게 좋은지 또 온라인 판매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제조사와 안경사가 어떻게 협력하는 게 좋은지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당장 올 6월부터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계신가요?
-맞춤형 PB렌즈 제조를 위한 협동조합 설립에 우선 만전을 기할 예정입니다. 또 우리 조합만이 구현할 수 있는 특정 소재를 개발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바이오분야 기관과 협업을 통해 시도하려고 합니다. 올 하반기는 저희 협회가 향후 진행할 사업이나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간이 되겠네요.
끝으로 안경사 분들한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힘든 상황인만큼 안경사와 제조사간의 단합을 통해 서로에게 불이익 주는 행동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현재 국산 콘택트렌즈의 품질은 높아졌는데 그 가치는 10년 전보다 더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요. 식약처의 까다로운 제재 아래 십여개의 공정을 거쳐 노력해 만드는 제품입니다. 저희 국산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안경사 분들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친한 안경사 한 분이 요즘 자신이 편의점 직원인지, 전문 보건인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 하시더군요. 면허를 소지한 의료인인 만큼 정당한 권리를 통해 저희 국산 제품까지 빛을 볼 수 있도록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