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패션·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 갈수록 증가 가벼운 메이크업 하는 남성도 늘어… 아이크림 등 매출↑ 뷰티렌즈도 거부감 없을듯… 적극 판매로 매출향상 기대
하루에 수많은 신조어가 생기고 사라지는 시대다. 신조어는 시대상이나 트렌드의 흐름을 반영하기도 한다. 작년에는 가성비(가심비)와 밀레니얼 세대 등의 신조어가 유행했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신조어는 무엇이 있을까. '아저씨이기를 거부한다'는 콘셉트의 그루밍족(grooming)이다. 그루밍족은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신조어로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을 시켜주는 데서 유래됐다. 자신을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외모는 물론 패션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데 남성들의 미용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동호회가 온라인 카페 등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을 봐도 최근 가장 핫(hot)한 시대적 화두임을 알 수 있다.
그루밍족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화장품, 클러치백, 반영구 눈썹문신, 남성용 색조 화장품, 니플밴드 등의 아이템 매출이 늘고 있다. 니플밴드는 여름철 얇은 옷을 입을 때 신체 부위가 보이지 않도록 가려주는 것으로 20~30대 남성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gfk에 따르면 대표적인 남성 그루밍 아이템으로 꼽히는 전기면도기 제품의 프리미엄 고가라인 매출이 점차 늘고 있다고 밝혔다. 최상위 제품군으로 분류되는 25만원 이상의 제품은 올해 5월까지 약 107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기간보다 42.4%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화를 늦추는 제품들 역시 인기다. 올해 상반기 눈가 주름을 잡아주는 아이크림을 전년 동기보다 53%, 손과 발의 주름을 막는 핸드.풋 마스크팩은 94%, 눈가나 입가의 주름을 관리하는 아이.립 패치는 12% 더 구매했다. 피부관리기(38%)와 미백크림(15%), 나이트 크림(9%), 체중조절용 쉐이크(29%) 구매량도 늘었다.
실제로 소비자들도 자신들이 그루밍족이라고 생각할까.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세 이상 성인남성 1058명을 대상으로 '그루밍족 현황과 인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명 중 2명이 스스로를 그루밍족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들 중 과반(58.7%)수 이상은 기초 화장품인 스킨, 로션 외에도 자외선 차단제, 에센스·크림, bb크림, 립글로즈 등을 바르고 있으며 염색이나 펌 등 헤어관리, 반영구 화장, 왁싱·제모, 점 제거시술 등을 받는 남성들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평소 가벼운 메이크업을 하는 동료, 친구에 대한 인식도 나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통업계에서는 그루밍족이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형 쇼핑몰에는 남성들의 니즈를 한 번에 충족할 수 있는 원스톱 전문 쇼핑공간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루밍족은 콘택트렌즈 특히 뷰티렌즈에 있어서도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이미 시력교정을 위해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남성이 적지 않다. 직장인들 중에는 10년 이상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고 있고 아웃도어 활동을 활발하게 즐기는 50대 이상 중년 남성들 중에서도 멀티포컬렌즈 등으로 시선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투명렌즈는 남성들에게 있어 더이상 특별하지 않고 당연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뷰티렌즈에 있어서는 희미하게 벽이 존재했다. 과거에는 뷰티렌즈를 착용하면 성 정체성에 의심을 받거나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때가 있었지만 그루밍족이 대세인 지금 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된 것이다. 헤어에 컬러를 입히고 색조 메이크업을 시도한 이들의 다음 타깃은 뷰티렌즈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서클이나 컬러렌즈는 눈매를 더욱 또렷하게 해주고 눈빛을 매력적으로 변신시켜 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나 뷰티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투버들이 메이크업과 뷰티렌즈를 한 세트로 묶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자신의 미(美)적 만족감을 높이고 사회적인 위치와 타인의 시선 혹은 자신만의 개성 표현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투자하는 이들에게 있어 뷰티렌즈는 하나의 아이템이 될 수 있다. 안경원을 방문하는 남성 고객들에게 뷰티렌즈를 적극적으로 추천해볼 시기가 된 것이다. 물론 추천하기 전에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미용실, 화장품 판매점에 다녀온 경험이 있나요?', '어느 장소에서 남보다 조금 더 특별하고 주목받기를 원하나요?', '레저를 즐길 때 과감하게 꾸미고 싶은 니즈가 있나요?' 등의 질문을 통해 남성 고객이 뷰티렌즈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혹은 니즈가 있는지에 대해 유추할 수 있다.
여성고객만을 대상으로 뷰티렌즈 유저를 더욱 확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고객에게 눈을 돌려보자. 20~30대 남성 고객들이 뷰티렌즈 매출을 올려주는 큰 손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