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혈당측정 주기능
인터로조.울산과기원서 개발
안경사 업무포함될지 미지수

스마트 콘택트렌즈
식약처가 제공한 스마트 C/L 이미지

안경업계도 스마트 콘택트렌즈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될까.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이하 식약처)는 최근 스마트 콘택트렌즈 허가·심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간하고 '콘택트렌즈를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당뇨병 환자들이 바늘로 손을 찔러 채혈하는 고통에서 벗어나 센서가 삽입된 콘택트렌즈 착용만으로 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가 허가·심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만큼 콘택트렌즈 분야의 심도깊은 연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제품화가 한층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고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최신 기술이 매일 업데이트 되는 시기인 만큼 식약처에서도 새로운 과학기술을 응용한 융복합 혁신 의료기기의 제품화가 순조롭게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관련 제도와 가이드라인 등을 꾸준히 정비해 나가고 있으며 콘택트렌즈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동안 구글 등 여러 IT기업·관련 의료기기 기업에서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을 시도했으나 지금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낸 적은 없다. 일반적으로 당뇨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혈당을 분석하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제대로된 분석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 구글이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와 공동으로 구글렌즈를 제작해 눈물의 당 농도를 분석하는 진단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눈물이나 땀과 같은 체액은 이미 혈당이 높아진 20~30분 후에야 당 수치가 변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정확한 혈당 분석이 어렵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박장웅 교수팀은 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의 변영재 교수,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이정헌 교수와 공동으로 무선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해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를 통해 최근 발표했다. 렌즈에 장착된 센서가 눈물 속 포도당을 감지해 LED가 켜지면 정상이고, 꺼지면 혈당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내용이다.

안경업계에서는 최초로 인터로조(대표 노시철)가 스마트 콘택트렌즈 사업을 진행 중이다.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박사과정 금도희.전자전기공학과 심재윤 교수를 비롯해 화이바이오메드 등과 공동으로 '월드 클래스 300 (World Class 30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인터로조가 개발 중인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울산과학기술원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개념의 당뇨 진단 시스템이다. 각막과 눈꺼풀 안쪽에 있는 혈관에서 착안한 것으로 초소형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와 광검출기기가 장착된 렌즈를 낀 채 눈을 감으면 암실과 같은 환경에서 혈관 속에 있는 당화혈색소를 빛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진단을 내리는 새로운 개념의 당뇨 광 진단기술이다. 인터로조는 지난해 화이바이오메드에 70억원을 투자하며 스마트 콘택트렌즈 조기 상용화에 힘을 보태며 사업 진행에 박차를 가했다.

삼성전자는 AR 기능을 구현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 특허출원을 발표한 바 있다. '증강현실을 위한 스마트 콘택트렌즈와 그 제조 및 동작방법'이라는 이름으로 특허 출원된 이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카메라와 동작 감지 센서, 트랜스미터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렌즈가 스마트폰과 연동돼 착용자가 윙크 등의 신호를 보내고 신호를 받은 스마트폰은 렌즈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전송한다.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혼선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아직 개발 중인 만큼 민관 협력을 통해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스마트 콘택트렌즈의 기계적·생물학적 안전성을 확보하고 콘택트렌즈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정확도, 세밀도, 센서의 안전성, 함수율 등의 요구사항이 담겨 있다. 이밖에도 렌즈 및 기타 부속 기기의 규격, 소재, 모양 및 작용 원리와 성능, 의료기기법에 따른 허가 등의 시행규칙 등의 내용을 약 75페이지에 걸쳐 담고 있다.

아쉬운 점은 식약처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는 포도당을 통해 당뇨수치를 진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번 가이드라인이 인터로조가 연구 중인 스마트 콘택트렌즈와 얼마나 부합할지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상용화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과연 안경원에서 취급할 수 있을지, 한다면 어느 범위까지 안경사 업무에 포함될지도 지켜봐야 할 문제다. 현행법상 콘택트렌즈는 의료기기에 포함돼 있고 당뇨를 측정하는 기능이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의료기기 범주 내에 있기 때문에 안경사가 취급하는데 별무리는 없지만 질병과 연관된 만큼 관련 법규도 명확히 만들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안경업계와 안경사에 플러스 요인이 될지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스마트 콘택트렌즈가 본격 상용화되면 단순히 시력교정, 미적인 아이템 이미지에서 벗어나 의료기기 인식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blessjn@fneyefocus.com 노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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