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사랑 안경클리닉 조대본점 배훈 원장

 

배훈 원장
배훈 원장

'좋은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작은 나눔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

어릴적 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시던 부모님은 주위 분들에게 남은 물건들을 덤이라는 이름으로 나눠주셨다. 그리고 덤을 받은 그들을 단골로 만들어 가셨다. 물론 당장 경제적 이득은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를 보고 자라난 나는 '아 장사는 이윤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의 정을 남기는구나'라며 일찍 나눔에 대한 깨달음을 배우게 됐는지도 모른다. 삶이 그러하듯이 순간순간 하나씩 나누고 베푸는 일상이 스쳐지나간다. 누군가는 이를 몸으로 익혀가지만 그냥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지나쳐 버린다.

나는 몇 년 전 딸아이에게 하나의 제안을 했다. 딸아이를 등굣길에 혼자 보내는 게 걱정이된 우리는 함께 등교하면서 버려진 담배꽁초와 풀숲의 쓰레기를 치워보자고 말이다. 딸아이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다. 함께 등교를 하는 태권도 후배인 창민이라는 아이와 쓰레기봉투, 집게를 들고 쓰레기를 주우며 등교를 했다. 학교 앞에서는 이를 모은 뒤 수거하는 곳에 두고 돌아오기를 1주일, 등굣길에서 또 다른 반 친구와 마주치게 됐고 자연스럽게 친구들의 자매 또 그 친구들까지 5명이 쓰레기를 치우게 됐다. 우리동네 클린업 오남매, 청소계의 어밴져스가 탄생한 것이다. 이렇게 한 달간 등교하던 아이들은 제법 지루해졌는지 쓰레기 줍기보다 수다떠는 것에 집중하길래 또 다른 제안을 했다. 나눔과 기부였다.

 

배훈 안경사와 아이들이 1년간 모은 돈으로 나눔을 실천했다.
배훈 안경사와 아이들이 1년간 모은 돈으로 나눔을 실천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쓰레기 수거가 끝나는 곳에서 너희들에게 댓가로 1000원씩을 주겠다. 각자 저금통에 이 돈을 모아놨다가 돈이 모이면 절반은 너희들이 원하는 곳에, 절반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보자"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6개월간 열심히 쓰레기를 모았다. 그러면서 저금통의 배도 제법 묵직해져갔다. 아이들의 이런 행동들을 지켜보던 교감선생님과 거주지인 지산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우리 클린업 오남매에게 희망을 담은 노란색 조끼를 선물해줬다. 혁신학교라는 특성상 당장 상장을 주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훗날 기회가 왔을때 꼭 칭찬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우리는 더욱 신이났다. 골목골목 쓰레기는 물론 매주 취약지역을 선정해 집중해서 청소를 진행했다.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동안 동네를 청소하는 봉사를 실천하게 된 것이다. 연말 아이들의 저금통을 갈라서 아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선물을 사줬고 나머지는 아이들의 이름으로 100원 기적 코인트리에 정기후원과 굿네이버스를 통해 해외친구 1촌결연을 맺어주었다. 지금까지도 남미 에콰도르의 아만다라는 동갑내기 친구에게 성장일기가 담긴 감사편지를 받으며 나눔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나눔과 봉사는 결국 같은 말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유니세프, 세이브더 칠드런, 유엔난민기구, 그린피스, 소아암백혈병지원 생명나눔단체, 국제교류센터, 글로벌피스재단(GPF) 등 10여 곳에 후원을 하고 있었고 딸아이에게 이곳에 기부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자주 이야기해줬던 행복한 기억이 떠오른다.

나눔에 대한 칼럼 청탁을 받고 내가 글로 안경사들에게 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이 글을 20분만에 주저없이 써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안경사 일을 시작하고 수없이 행했던 공익캠페인의 덕이 컸던 것 같다. 안경이라는 좋은 나눔의 도구를 활용해 2005년 오픈한 이루 매장 앞에서 매년 이슈가 됐던 일들을 알려왔다. 광우병 파동부터 일본 위안부문제, 독도침탈, 일본강제징용 노동자와 강원도 산불피해돕기 그리고 올해 수재민돕기까지 10여개가 넘는 캠페인으로 수익금을 얻고 이를 관련단체에 기부하면서 꾸준하게 나눔을 실천하려고 노력해왔다. 물론 기부금 영수증을 받아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때 약간의 도움도 받았다. 오히려 환급을 받았던 때도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기부금 영수증 덕이라고 혼자 확신하며 기분좋게 보내기도 했다.

대한민국 안보건을 책임지는 안경사 동료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나눔과 봉사를 한 번 실천해 보는 것 말이다. 기부나 봉사가 어렵거나 복잡한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주위에는 작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형편이 좋지않아 안경원에 오기 힘든 어르신들이나 소년소녀가장에게 좋은 안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우리에게 큰 나눔이 아닐 수 있지만 받는 이들에게는 더없는 선물이 될 수 있다. 내가 먼저 변하면 내 가족, 내 주위 사람들과 함께 변하게 된다. 지금도 충분히 잘 버티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경제불황도 코로나 바이러스도 잘 싸워오지 않았나. 그렇다면 가슴이 뛰는 일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눔과 봉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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