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기능훈련 누리센터 김남수 원장
"오빠 된장찌개 대박 맛있네!" 칭찬에 그리도 인색한 아내가 웬일로 제가 끓인 찌개가 맛있다고 합니다. 아내와는 결혼 24년째인데 요즘은 제가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오늘처럼 간단한 요리를 아이들과 함께 직접 해봅니다. 이렇게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 것이 저에게는 소소한 즐거움입니다.
제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었습니다. 하루 대부분을 안경원에서 보내고 심지어 퇴근 후에도 업무에 관련한 고민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불 꺼진 텅 빈 안경원에서 몇 시간을 이런저런 걱정으로 서성일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죠. 퇴근해도 머릿속은 안경원 걱정뿐 가족은 그저 귀찮은 존재로 느껴지기까지 했었습니다. 그 무렵 불면증도 극에 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에 행동발달검안 시기능훈련을 공부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죠. 행동발달검안 시기능훈련에 대해 잘 몰랐던 터라 그저 안경원 매출에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공부를 시작했었습니다. 단어조차도 생소했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반신반의하며 안경원에 시기능훈련을 위한 작은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증상이 까다롭지 않은 대상자들에게 배운 내용을 접목해 보았습니다. 한 달 두 달이 지나며 증상이 호전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난생처음 공부가 재미있어지더군요. 제가 공부에 재미가 붙다니요.
11월은 제가 시기능훈련센터를 개원 한지 꼭 4년째 됩니다. 안경원을 경영하며 3년 남짓 행동발달검안 시기능훈련 공부와 임상실무를 병행하며 경험을 쌓은 후 센터도 나름 아기자기하게 꾸며봤습니다. 안경원을 같이 운영할까도 생각했었지만 오로지 시기능훈련에 집중하고 싶어 훈련센터만 세팅하면서 그 덕에 예산을 삼분의 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동료와 함께 훈련프로그램 연구와 임상경험을 나누며 하루하루를 보람있게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개원 후 처음 1년은 힘이 들었습니다. 저도 시기능훈련이란 단어가 생소했듯이 훈련대상자들 또한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였겠죠. 요즘은 다행히 다양한 매체들로 인해 시기능훈련에 대한 관심도가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이고 감사하게도 훈련을 경험해보신 분들의 소개로도 내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기능훈련을 접하고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저 열심히 살면 그것이 최선인 줄로 알았던 저에게 '누구를 위해서'라는 질문을 저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시기능이상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서 "이제는 넘어지지 않고 계단을 뛰어다녀요", "책 보는 게 쉬워졌어요", "어제 영화를 봤는데 하나도 어지럽지 않았어요" 등의 말을 들을 때면 안경원을 경영하면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보람에 가슴이 뜁니다. 그리고 '이제야 제 인생의 의미를 배우며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구나'를 느낍니다.
지금도 동료들과 활발히 시기능훈련에 대한 공부를 합니다. 예전 같으면 언제쯤 안경원을 그만두고 쉴 수 있을까를 생각했지만, 지금은 하루하루가 저에게는 흥미롭고 새롭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인생의 절반 밖에 살지 않았더라고요. 아직 몇십 년은 더 배우고 제 도움이 필요한 대상자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남은 인생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를 함께 극복하고 있는 동료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