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눈의 굴절상태가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변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성장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근시 진행은 특정 시기에 그 변화량이 매우 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은 비정상적인 변화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비정상적으로 변화된 굴절상태도 종종 접하게 된다. 어떤 굴절상태의 변화가 비정상적인 것인지 가늠해보려면 먼저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부터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1. 근시의 비정상적인 증가
굴절이상이 갑작스럽게 또는 일반적(정상적인 근시진행)이지 않은 상황에서 근시 쪽으로 흘러든 경우는 조절경련, 콘택트렌즈 사용에 따른 각막부종, 수정체의 핵경화증, 당뇨병, 특정 약제의 사용, 야간근시 등이 있다.
① 경련에 따른 근시
굴절이상을 근시로 바꾸는 조절경련은 기능성과 심인성(psychogenic) 원인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일명 가성근시라고 부르는 경우는 지속적이거나 과도한 근거리 주시요구에 따른 모양체의 과다한 긴장이 정시 또는 약한 원시를 근시로 나타나게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라도 임상적 분류에서는 근시가 되며 기능성으로 분류된다. 반면에, 심인성 원인은 근거리 반사(near reflex) 경련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결과 폭주, 축동, 조절경련이 뒤섞여져 근시라는 굴절이상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기능성은 근거리에서 조절과 폭주가 지속될 때 안정피로를 느끼거나 근거리에서 원거리로 주시거리를 바꿀 때 조절이 이완되지 못하는 이차적 문제로써 근시가 나타난다. 심인성은 안정피로가 지속적일 수 있으며 간헐적이거나 지속적인 내사시가 수반되어 복시가 나타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굴절검사에서는 타각적 검사와 자각적 검사의 결과가 잘 맞지 않으며, 검영법 결과가 불안정하고 자각적 검사는 마이너스 렌즈를 과도하게 요구한다. 근거리 양안시 상태는 경련 증상(과도한 폭주)을 나타낼 수 있다. 조절마비제를 사용할 경우에는 자각적 검사의 측정값에서 근시의 정도가 낮아지는 특징을 가진다.
기능성 경련에 따른 근시의 원거리 처방은 가능한 선까지 플러스 렌즈 쪽으로 안경을 처방한다. 또한 약간의 가입도 처방이 근거리 주시에서 조절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사용한다. 조절용이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vt를 실시하거나 과도한 조절성 폭주를 예방하고자 bi 프리즘을 근용 처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심인성 경련은 그 분야의 전문가(심리치료사, 정신과 의사, 상담가 등)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며 필요하다면 위약용(placebo) 안경을 처방한다. 안경의 양비측(binasal) 시야를 불투명하게 처리해서 시선을 정렬시켜 과도한 폭주를 막고 조절의 이완을 노리는 방편도 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② 콘택트렌즈의 사용에 따른 각막부종
콘택트렌즈를 무리하게 사용할 경우 각막의 상대적 산소결핍(anoxia)에 따른 결과로 각막부종과 함께 근시가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의 근시는 각막내피, 각막두께, 각막굴절률, 전방깊이(anterior-chamber depth) 등이 모두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일반적으로는 특별한 증상 없이 근시진행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콘택트렌즈 자체의 불편을 호소하지 않는 이상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콘택트렌즈를 제거한 후 안경을 사용했을 때 과도하게 흐림을 느낀다면 각막부종을 의심할 수 있으며, 교정시력의 수준도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다.
콘택트렌즈에 따른 각막부종이 있다면 각막 일그러짐(distortion)에 의하여 각막곡률을 측정할 때 마이어(mires)가 일그러져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콘택트렌즈를 제거한 후에 시행된 검영법의 반사광이 불규칙적이고, 검사의 종료점이 불명료하며, 안경을 사용한 최대교정시력이 콘택트렌즈보다 낮은 경향이 있다. 부종에 따른 생리적인 반응으로 결막의 충혈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이러한 충혈은 윤부(limbal region)에서 더 심하고, 각막은 예민한 느낌을 받는다. 때때로 신생혈관이 발생되기도 한다.
rgp 렌즈에서는 드문 편이지만 너무 꽉 조이는 소프트렌즈(tight)를 사용한다면 이와 같은 각막부종이 렌즈 사용 후 빠른 시기에 발생될 수도 있다. 부종은 대부분 각막실질에서 나타나므로 중심부 각막의 흐림(clouding) 또는 맥리(striae)가 관찰될 수 있다. 또한 각막곡률이 기존보다 가팔라진 경우(steep)와 렌즈를 사용한 후에 근시의 측정값이 불안정하면서 높아진 경우 발생한다.
콘택트렌즈의 사용 후 굴절상태가 어느 정도나 빨리 안정될 수 있는지 예측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부종을 의심해서 굴절검사의 처방을 미루겠다면 4∼6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기간 중 낮은 교정시력에 따른 불편이 너무 크다면 높은 산소투과율의 콘택트렌즈를 사용토록 해준다.
③ 수정체의 핵경화증(nuclear sclerosis)

대략 55∼60세 이후에는 연령증가에 따른 다양한 노화가 드러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백내장이다. 아주 초기에는 핵 경화와 약간의 혼탁을 나타낼 수 있다. 수정체 핵경화증은 노화에 따른 백내장 중 하나이며, 오래된 섬유(fibers)가 탈수와 함께 더 조밀해지면서 단단해진 것이다. 또한 수정체 내에서는 황갈색 색소가 모아진다. 경화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 수정체핵의 굴절률은 증가하게 된다.
노안이 진행된 이후 불편을 느꼈던 근거리 시력이 간혹 다시 좋아진 듯 보이는 것은 수정체의 굴절상태가 눈을 근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경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되지만 검사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갑자기 자각한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근시도 역시 갑자기 생긴 것처럼 표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간혹 수정체 중심부에 백내장에 따른 혼탁이 발생되면 나안상태에서 사용한 핀홀에 시력의 개선이 없거나 오히려 나쁜 것처럼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수정체 핵에 비록 경화가 발생했더라도 혼탁이 심해진 이후가 아니라면 핀홀(pinhole)의 사용은 원거리 시력을 증가시킨다. 이것은 수정체 핵경화가 바로 투명도까지 손실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후 백내장의 진행으로 수정체가 불투명해지면 핀홀시력은 나아지지 않는다. 또한 다른 매질이나 망막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핀홀 시력은 좋지 않다. 이처럼 수정체 핵경화증에서 시력을 저하시키는 다른 요인이 없다면 굴절검사와 교정시력의 확보는 수월한 편이다. 따라서 핵경화증은 굴절검사를 기준해서 안경을 처방한다.
중년 이후 한쪽 눈에서만 근시가 진행된다면 수정체 핵경화증을 의심할 수 있으며 그 정도의 차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정상적인 처방을 한다. 그러나 그 차이가 다소 심하다면 근시가 진행된 눈의 도수를 낮게 교정해줄 수 있다. 만약 완전교정을 해줄 요량이면 하방주시에서 발생되는 프리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핵경화증에 따른 시력의 변화는 그 속도가 어느 정도일지 미리 알 수 없으므로 처음에는 검사하는 주기를 짧게 잡았다가 시력이 안정적인 것을 확인했다면 점차 그 간격(6, 12, 24개월)을 늘려도 된다. 안과검사에서는 검안경(direct ophthalmoscope)으로 망막을 볼 때 수정체핵경화의 말단이 보일 수 있으며, 슬릿램프를 사용해서 수정체를 관찰했을 때는 수정체 중심부에서 유적(oil-droplet)이 드러난다.
④ 당뇨병
당뇨병은 cvt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는 대부분 스스로 자신의 병증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상담하기 편하다. 당뇨에 의하여 눈의 굴절상태는 원시가 줄거나 근시가 증가될 수 있는데 그 범위는 보통 1.00 d에서 3.00 d에 달한다.
당뇨병에서 굴절성 변화 외에 눈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른 문제로는 당뇨병성 백내장, 3번 또는 6번 신경의 마비(동공반사와 조절은 정상), 당뇨병에 따른 망막병증 등이 발생될 수 있으며, 그러한 병증의 정도는 당뇨병의 진행과 기간에 따라 좌우된다.
굴절검사에서 근시의 정도가 심해졌더라도 되도록 마이너스 렌즈를 증가시키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에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혈당(blood-glucose)이나 혈압이 가장 잘 통제되었을 때 굴절검사의 재시행을 권한다.
⑤ 근시성 굴절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특정 약제
일시적으로 눈의 굴절상태를 근시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약제는 의외로 많다. 각각의 약제는 조절체계의 특정 부분에 관여해서 비정상적인 결과(근시)를 유발한다. 녹내장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된 축동제 등이 대표적이며, 또한 항생제의 사용에 따른 모양체 부종이 일시적으로 근시를 유발할 수 있다.
이처럼 약제가 근시를 일으키는 경우의 원인은 본질적으로 모양체 부종과 그에 따른 수정체 두께의 변화에 있기 때문에 조절마비제를 사용하더라도 조절경련처럼 굴절상태의 변화를 바로 나타내주지 않는다. 또한 근시를 유발시킨 약제의 종류를 감안했을 때 조절마비제의 사용은 매우 조심스럽게 된다.
⑥ 야간근시(night myopia)
야간근시는 대부분 야간운전에서 느끼는 불편을 예로 드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생활환경에서는 야간운전을 제외하면 비록 야간근시가 있더라도 큰 불편은 없다. 따라서 야간근시는 낮은 조도에서 낮아진 시력(높아진 근시)이 주는 불편이 큰 경우에 한하여 별도의 처방을 도모한다. 야간근시의 굴절검사는 암순응 상태에서 굴절이상을 다시 측정한 후, 증가된 근시만큼 야간운전용 안경을 따로 사용토록 한다.
야간근시에서는 모양체근이 어두운 환경에서 완전히 이완되지 못한 것을 많이 거론하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어두운 도로에서 운전 중에 멀리 있는 밝은 간판을 보게 되더라도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다. 반면에, 색소성 망막염(retinitis pigmentosa)에 따른 야간의 시력저하는 앞서와 같은 상황에서 밝은 간판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색소성 망막염에서 간체 광수용기의 유전적 퇴화(hereditary retinal rod photoreceptor degenerations)가 진행되었더라도 초기에는 추체의 기능이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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