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당근김치가 있다고?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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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는 세계인이 인정한 한국의 대표 저장 음식이다. 겨울철 심지가 단단하고 잎이 아삭한 고랭지 배추가 나오면, 집집마다 아낙네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빙 둘러앉아 김치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김치는 그 집의 한 해 밥상을 책임진다.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반찬이자, 민족의 얼이 서린 고유한 문화다.

김치하면 빨간 소를 버무린 배추김치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넣는 식재료와 레시피에 따라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서걱서걱한 살얼음 낀 물김치, 삼겹살과 궁합이 그만인 맵싸한 갓김치도 있다. 지역과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에 따라 굴을 넣은 굴김치, 갈치김치, 전복김치 등 종류만 수만가지다.

한국인의 김치 사랑의 그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다. 1937, 스탈린의 이주정책으로 척박한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고려인들은 모국의 맛을 그리워했다. 정착한 러시아연해에서는 배추와 무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그들은 비슷한 식감의 당근으로 김치를 만들었다. 이것이 오늘날 마르코프차의 전신, 고려인의 당근김치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당근에는 눈에 좋은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베타카로틴은 몸 속으로 들어가 비타민 A로 변환되어 야맹증을 예방하고 시력을 보호한다. 항산화에도 효능이 있어 세포 손상을 방지하며 면역력을 높여준다.

당근김치(마르코프차)를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잘게 채를 썬 당근은 소금에 잠시 절여둔다. 달군 팬에 해바라기유, 다진 마늘 한스푼, 채썬 양파를 넣고 양파의 숨이 죽을 때까지 볶아준다. 그런 다음 절여둔 당근의 물기를 짠 뒤, 볼에 넣고 볶은 양파와 섞는다. 식초 한스푼을 넣고 버무린 다음, 맛을 보며 식초를 첨가한다. 완성된 당근 김치는 냉장 보관 뒤, 고기나 다른 음식을 먹을 때 함께 곁들인다

당근은 매일 1개씩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듯 당근으로 김치를 만들면, 매번 번거롭게 조리하지 않아도 온 가족의 당근 섭취를 늘릴 수 있다. 몸에도 좋고 눈에도 좋은 당근김치로 가족의 건강을 책임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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