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열매는 '영양 덩어리'지만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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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면 울긋불긋 물드는 산세와 청명한 하늘, 들쿠레한 가을 바람이 먼저 떠오른다. 뒤이어 따라오는 감상은 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낙엽과 무르익을대로 익은 단감이 땅에 떨어져 나는 달큰한 냄새. 떨어진 은행잎과 은행 열매가 구둣발에 치이고 짓이겨 나는 고릿고릿한 냄새 역시 인상적인 가을의 한 장면이다.

은행나무의 고아한 자태를 보다보면 우아함에 먼저 취하고, 이내 군침이 돈다. 암그루에만 맺히는 황색의 열매는 맛도 좋다. 애주가라면 꼬치구이집에서 빼놓지 않고 주문하는 것이 바로 은행일 것이다. 나무 꼬챙이에 끼워 숯불에 정성스레 그을린 은행 열매의 단출한 맛은 베이컨토마토말이나, 와사비마요닭꼬치 같이 화려한 꼬치구이 사이에서도 단연 존재감이 역력하다.

작지만 맛은 어떤 열매 못지 않게 농후한 은행은 영양 성분도 뛰어나다. 한의학에서는 은행 열매를 '백과(白果)'라고 하며,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며, 숨이 찬 증상을 낫게 한다'고 설명한다. 폐와 기관지에 진액을 보충해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아줌으로써 만성 기침과 호흡기 질환에 도움을 준다. 또 은행에 함유된 칼륨은 신장의 기능을 도와 혈압을 낮추고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은행에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과 '비타민 A', '징코라이드'도 풍부하다. 항산화작용 및 항염증에 효능이 있는 '징코라이드'는 과잉 활성산소를 제거한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성분들은 뇌세포를 손상시켜 치매를 유발하는 '플라크'의 축적을 억제하고 활성산소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덜어주며 혈행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이는 미세한 모세혈관이 집중된 안구의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주어 황반변성, 녹내장 같은 안질환을 예방하고 눈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이밖에도 피부보습, 요실금 및 야뇨증을 개선하는데도 효능이 있다.

이렇듯 '영양 덩어리'인 은행이지만 과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은행에는 독성물질이 있다. 원나라의 의서인 <삼원연수서>에서는 "굶주린 사람들이 밥 대신 은행을 많이 먹고 다음날 모두 죽어있었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은행에 함유된 독성 성분인 '아미그달린', '부르니민', '메치피리독신' 등은 열매를 익히더라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또 은행의 껍질에도 '비오불'이라는 독성 성분이 있어 은행을 먹을 때는 껍질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좋다. 

은행은 성인의 경우 하루 10알, 소아는 3알 정도 섭취하는 것이 적당하다. 은행의 독성 물질에 노출됐을 때는 복통, 구토, 설사, 경련 및 발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면 즉시 섭취를 중단하고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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