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좋은 홍합과 토마토를 사용해 근사한 와인안주를 만들어보자
벼는 고개를 숙이고, 과일은 탐스럽게 무르익는 가을은 진정 식도락의 계절이다. 따뜻한 햇살, 달콤한 공기, 자연의 보살핌을 듬뿍 받은 재료를 먹고 자란 가축도 살이 오르긴 마찬가지다. 바닷 속 꽃게의 하얀 살도 탱글탱글 차오르고 대하의 껍질에는 꽃소금을 뿌린 듯 녹진한 단맛이 베어든다. 금어기 동안 살을 잔뜩 찌운 생선도 별미다. 수온이 낮아지면 생선 살은 더욱 쫄깃한 탄성이 생긴다.
이렇듯 자연의 진미를 즐길 수 있는 가을에는 '홍합'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홍합은 술집에서 사시사철 홍합탕으로 만날 수 있지만 여름의 홍합은 맛이 덜하며, 마비성 패류독소를 품고 있을 수 있어 먹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제대로 된 홍합을 맛 보려면 제철인 10월에서 12월까지가 적기다.
◇ 대표적인 서민의 술안주 '홍합탕'
홍합을 껍질째 잘 씻어 큰 솥에 팔팔 끓여낸 홍합탕은 날씨가 쌀쌀해질 무렵 생각나는 대표적인 술 안주다. 차가운 바람이 숭숭 드는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과 곁들이는 홍합탕은 백마디 말보다 담백한 위로를 준다. 저렴한 가격도 한몫한다. 홍합탕은 술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는 담백함 덕에 소주 뿐 아니라 와인, 막걸리 등 주종 불문하고 다양 술과 어울리기 좋다.
홍합탕은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지만 손님을 대접하거나 색다르게 즐기고 싶은 날이라면 약간의 변화를 주어도 좋다. 집에 홍합과 토마토만 있다면 별다른 테크닉 없이도 근사한 와인 안주를 만들 수 있다. 바로 지중해식 '토마토 홍합찜'이다.
◇ 지중해식 '토마토 홍합찜' 레시피
'토마토 홍합찜'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미리 해감해둔 홍합은 굵은 소금에 바락바락 치대며 껍질까지 깨끗하게 세척해준다. 그 다음 깊이가 있는 냄비에 무염버터와 편마늘, 페퍼론치노, 채썬 양파를 넣고 향이 오를 때까지 볶다가, 껍질을 제거한 방울토마토를 넣어 함께 볶는다. 토마토의 숨이 죽으면 잘 씻은 홍합을 먹을 만큼 넣고 화이트와인 한 컵을 부은 다음, 냄비뚜껑을 닫는다. 홍합이 입을 벌리면 냄비 뚜껑을 열고 오목한 접시에 담은 뒤 쪽파를 송송 썰어 올려 곁들이면 완성이다. 버터 향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마늘을 볶을 때는 올리브유로 볶고 홍합을 넣는 시점에 무염버터 한 큰술을 추가하는 것도 방법.
홍합은 '타우린'과 '아미노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눈을 맑게 하며, 토마토에는 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이 풍부하다. 주재료인 홍합과 토마토 모두 눈 건강에 탁월한 식품이지만, 지나친 음주는 오히려 눈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하는 것이 좋다. "적당히 마시는 술은 약술"이란 옛 말이 있다. 지친 하루를 위로하는 맛있는 음식과 술, 건강하게 오래도록 즐기려면 언제나 절제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