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포컬·토릭·누진등 선진국비해 처방률 현저히 낮아
온라인판매 이슈 해소 위해선 전문성 어필 무기로 제격
지난 2021년은 기약없이 지속된 코로나19와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를 위한 시도, 물보전환경법으로 인한 안경원 규제 등 업계 안팎으로 부정적인 이슈가 끊이지 않았던 한 해다. 특히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 이슈는 대한안경사협회 및 각 시도안경사회 회장 및 임원들의 대대적인 반대 시위와 안경사들의 국민청원 참여 등 힘을 보탠 덕에 무산으로 일단락됐지만 언제든 이와 같은 위기상황은 다시 올 수 있다. 정부의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규제완화와 개혁의지가 그 어느때 보다 높은데다, 현재로서는 차기정부의 기조도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단 지난해뿐만 아니라 그동안 심심치않게 온라인 판매는 도마 위에 올랐다. 콘택트렌즈부터 도수안경까지 안보건 전문가인 안경사의 업무를 위협하는 정책은 국민의 편의성이라는 이름으로 주장돼 왔다. 지금까지는 지켜왔지만 올해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안경사와 업무에 관련된 법안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내에서도 콘택트렌즈, 도수안경이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것은 결국 시간싸움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산업이 증가하면서 온라인과 관련된 산업이 발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역시 시력교정을 위해 필수인 만큼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가 목소리를 높인다면 언제든지 온라인 판매가 다시 불거질 우려가 높다.
그렇다면 온라인에서 판매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콘택트렌즈, 안경렌즈 기업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드시 안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서 안전성을 입증받은 뒤 구매해야 하는 제품이 안경원의 주 비즈니스로 자리잡게 되면 가격이나 편의성 때문에 온라인 구매로 눈을 돌릴 확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는 렌즈 분야에서 다양한 기능성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멀티포컬렌즈, 토릭렌즈 등 콘택트렌즈부터 누진다초점, 드라이브, 블루라이트차단, 오피스전용 안경렌즈까지 수십여개다. 안타까운 점은 시중에 유통된 기능성렌즈 제품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높은 점유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멀티포컬 렌즈의 경우 현재 3%대이며 누진다초점렌즈의 경우 10%대다. 선진국에 가까울수록 기능성렌즈에 대한 점유율이 높게 나타나는 편인데, 대표적인 예로 멀티포컬 렌즈는 전세계 평균 점유율이 14%다. 한국존슨앤드존슨 비젼 아큐브 교육팀 이영완 팀장이 공유한 2021년 'International contact lens prescribing in 2020' 리포트에 따르면 처방률 1위 국가는 프랑스.이탈리아로 3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포르투칼, 뉴질랜드, 캐나다, 덴마크, 스웨덴 등은 20%이며 필리핀도 12%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5%, 중국은 4%로 우리나라와 근소한 차이지만 조금씩 앞서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에실로코리아 소효순대표는 지난 2019년 한 행사장에서 누진다초점렌즈의 경우 프랑스는 65%로 매우 높은 편이며 미국은 38%, 말레이시아는 24% 정도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높은 편인 토릭렌즈는 30%대인데 아직 토릭렌즈에 대해 정확히 모르거나 본인이 난시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기능성렌즈는 모두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없는 품목이다. 전문가의 세밀한 검사와 상담을 통해 자신의 정확한 시력에 대해 알아야하고 노안렌즈의 경우 착용한 뒤 잘 적응하고 있는지 사후관리까지 필요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능성렌즈의 경우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안이기도 하다. 도수만 맞춰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은 가격이 더 저렴한 안경원이나 심지어 해외직구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능성렌즈만큼은 아직까지 전문가의 상담과 추천에 의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안경사협회가 올해 8월, 한국갤럽과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더라도 응답자의 75.7%, 84.1%가 안경렌즈, 콘택트렌즈 구매시 안경원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안경사에 대한 신뢰가 높은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안경류 제품을 취급할 수 있는 판매처는 안경원이 돋보적으로 자리잡을테고 정책이 국민 편의성을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도 렌즈 분야는 안경사가 반드시 소비자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힘을 보탤 수 있게 된다. 그 시작점에는 반드시 기능성 제품군이 자리잡고 있으며 안경원 비즈니스 성장에도 분명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여전히 암울하게 맞이하는 새해지만 안경사들의 전문성을 토대로 업계의 저력을 자랑할 수 있는 기능성 제품이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