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큐브 홈쇼핑에 커뮤니티도 들썩… 대안협 “강경대응 방침”
“안경사 고유영역인데… 무료검안은 안경사 전문성 무시 처사”
대안협, 현안대책위원회서 논의… 아큐브에 공식 면담 요청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고 검안을 하고 있지만 엄연히 안경사의 기술력이 포함된 전문 서비스다. 고객들 중에는 검안을 당연한 서비스로 알고 심지어 다른 곳에서 제품을 구매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도수 정보까지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전국민이 다 보는 홈쇼핑 방송에서 무료 검안이라고 떠드는 것이 업계를 선도한다는 기업이라는 곳에서 할 행동인가. 우리의 전문성이 무시당하는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이다.”
서울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의 한숨 섞인 토로다. 최근 한국존슨앤드존슨 비젼에서 홈쇼핑 방송을 진행한 것과 관련해 안경사들의 분노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존슨앤드존슨 비젼은 최근 아큐브 모이스트 멀티포컬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타이틀 아래 ‘무료 검안’, ‘무료 시험착용을 위한 무료 상담예약’ 등의 내용으로 홈쇼핑 방송을 진행한 바 있다. 홈쇼핑에서 물건을 판매한 것도 아니고, 제품을 알리기 위한 단순 마케팅 활동으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안경사들과 상생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피력한 거대 기업의 이런 행태는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게 대다수 안경사들 의견이다.
특히 방송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무료 검안’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무료 검안을 내세웠는지 짐작은 되지만 홈쇼핑 방송을 접한 국민들은 안경원에서 검안은 무료라는 생각이 깊게 박힐 수밖에 없다. 물론 기존에도 검안료를 별도로 청구하는 안경원은 극히 소수에 불과할 만큼 제품을 구매할 경우 일종의 서비스로 제공되는 부분으로 여겨졌지만, 검안은 국가면허를 취득한 안경사들만이 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보건의료서비스다.
최근에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자신의 도수만 알려고 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검안비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경사들 사이에서 조금씩 퍼지는 와중에 전국민을 상대로 무료 검안이라는 문구를 대놓고 홈쇼핑에서 홍보했으니 일부 안경사들은 배신감 마저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방송을 접한 또 다른 안경사는 “안경사를 하기 위해 4년을 공부하고 비싼 장비를 들여놓고 짬짬이 시간을 내서 검안 관련 강의를 듣고 공부하며 안경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모든 노력이 무료라는 단어 하나에 다 사라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홈쇼핑 방송을 통해 콘택트렌즈 잠재 고객을 안경원으로 방문하게 해준다는 아큐브의 취지는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콘택트렌즈는 눈에 직접 닿는 제품으로 의료기기 2등급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국가 면허를 취득한 안경사만이 콘택트렌즈를 판매할 수 있다. 안경사는 콘택트렌즈를 판매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검안은 물론 그에 따른 처방과 피팅 등 소비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맞춤처방을 통한 토탈 아이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안경사들에게 무료 검안을 해주는 사람들이라는 타이틀을 안경사와 상생을 약속한 기업에서 덧씌우고 있는 셈이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한국존슨앤드존슨 비젼 관계자는 “아큐브는 안경업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카테고리 확장, 안경사들의 전문성 강화에 항상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번 홈쇼핑 광고 역시 아직은 규모가 작은 멀티포컬 렌즈 카테고리 확장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업계를 성장시키고 소비자들의 시생활을 적극 개선할 수 있는 솔루션을 소개하기 위해 진행한 것”이라며, “이 때문에 멀티포컬 렌즈를 알림과 동시에 안경사들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전문 상담이 필요한 기능성 콘택트렌즈 카테고리를 알리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멀티포컬 렌즈를 소개했으나 15초에 담을 수가 없어서 장시간 제품을 설명할 수 있는 홈쇼핑 채널을 이용한 것으로 제품 판매가 아닌 멀티포컬 카테고리의 성장을 위한 전문 상담 예약 플랫폼에 대한 소개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당 관계자는 “이번 답변은 아큐브 브랜드 공식 입장은 아니며 관계자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무료 검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한 정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한국존슨앤드존슨 비젼이 최근 진행한 홈쇼핑 방송과 관련 안경사 커뮤니티 반응도 뜨겁다. 페이스북 커뮤니티 ‘안경사 사랑방’에서 한 안경사는 아큐브 홈쇼핑 방송 페이지를 캡처한 게시글에서 ‘아무리 자유시장 체제라고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업체에 의해 공개적으로(그것도 홈쇼핑 채널에서) 무료 검안을 해야 하는지, 무료 검안에 대해 안경사들과 공감 형성을 하고 진행하는 것인지 아쉽고 안타깝기만 합니다’라고 했다.
댓글에도 ‘안경사들에게 배제되는 기업은 서서히 침몰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변 안경사들에게 이미 배제되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언제까지나 안경사들이 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합니다’, ‘무료 검안 거부합니다’, ‘장사치들이나 하는 짓거리 신물납니다’, ‘일회용 제품 취급 안 한지 5년째입니다. 없는 게 더 편합니다’ 등 전부 아큐브를 비난하는 내용들이었다.
경기도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B 원장은 “무료 검안을 아큐브 측에서 해주는 게 아닌데 누구의 동의를 얻어 무료 검안이라고 홍보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검안은 결국 안경사들이 하는 것 아닌가”라며 “글로벌 기업이라고 해서 안경사를 무료 검안을 해주는 사람으로 매도해도 되는지 되묻고 싶다. 얼마나 안경원에 매출 기여가 있어서 안경사 전체를 그렇게 몰아가는지 아큐브 입장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대한안경사협회(협회장 김종석·이하 대안협)도 지난 10일 제1차 현안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아큐브 콘택트렌즈 예약상담 방송 송출 및 영업정책에 대한 대처 건을 가장 큰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공동위원장인 신영일 중앙회 수석부회장은 “지금 업권을 위협하는 여러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현안대책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오늘 첫 회의에서는 크게 세 가지 현안에 대해 검토하고 현안대책위원회를 통해 발전적인 방안을 계속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협회장도 “현재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변화와 혁신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우리 안경 분야는 보건의료와 판매가 공존하는 환경이다 보니 다른 분야보다 유통 시장의 변화에 따라 부침이 더 심하다고 볼 수 있다”며 “오늘처럼 머리를 맞대고 똘똘 뭉쳐야 어려움을 타개하고 보다 강력한 업권을 만들어갈 수 있다. 현안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건설적인 논의를 해나가자”고 강조했다.
대안협 관계자는 향후 대응에 대해 “아큐브 측에게 공식적으로 면담요청을 한 상태이며 우리의 입장을 강력히 전달할 방침이다. 아큐브가 안경사들과 상생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정부에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허용을 대기업 유통사에서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아큐브의 홈쇼핑 영업정책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아큐브 측과 상생 방안을 논의하겠지만 아큐브 측에서 거부한다면 안경사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