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경기가 침체되고 저가 안경원들이 난립하면서 시장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안경업계에서는 진정한 전문 안경사를 찾아 보기 힘들고 장사치나 장사꾼만 판을 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어사전에는 장사꾼이란 ‘장사 수단이 좋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며 장사치는 ‘장사하는 사람을 홀대해 폄하하는 표현’으로 정의하고 있다. 전문가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의미를 감안하면 장사치, 장사꾼과 전문가는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장사치나 장사꾼은 마치 이익만을 위해 몰염치한 인상을 깊게 풍기는 반면 전문가는 이익창출도 하지만, 동 업계의 공동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공부하며 최소한의 상도의를 준수하는 신사적인 이미지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안경원 원장과 종사 안경사들은 장사꾼인가, 장사치인가 아니면 전문가인가. 안경업계 현 주소는 진정한 전문가 보다는 장사치나 장사꾼에 가까운 인사들이 더욱 많은 것 같다.
안경사는 시력 교정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안경을 조제해주는 전문가다. 검안(시력 검사), 안경테 및 렌즈 추천, 안경 조제가공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국내에선 1989년 안경사 제도가 도입됐다. 안경사가 되려면 대학에서 안경광학을 전공해야 한다. 이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시행하는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따면 된다. 국내 안경사 수는 2019년 말 기준 4만4736명이다. 매년 1000~1300명씩 늘어나고 있다.
안경사 면허 제도가 시행된지 30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은 어떠한가. 시장은 과잉공급에 과당경쟁의 모습을 보이고, 안경사를 보호해야 할 제도와 업무 범위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게 없다. 안경사라는 직업의 윤리는 감소하고, 학력 발전은 정체하고, 임상 능력 역시 저하되는 실정이다. 결국 안경사라는 직업의 사회적 위상은 바닥인 상태다. 국가마다 안경사 제도에는 차이가 있다. 일본은 일본안경기술협회(JOA)를 중심으로 민간에서 제도를 운영한다.
JOA는 안경사의 학력과 실무 경력, 시험 등을 평가해 S·SS·SSS 세 개 등급으로 엄격히 분류한다. 미국은 시력 검사와 도수 처방을 하는 검안 의사가 따로 있다. 검안에만 약 10만원의 비용이 드는 데다 안경 조제 기간이 2~3주에 달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 안경사들의 실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수년간 가격 출혈 경쟁이 벌어져 안경업계 전체가 흔들려왔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전문화를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선 안경사가 적지 않다. 누진렌즈 전문, 피팅 전문, 고도근시 전문, 수제 뿔테 안경 전문 등 종류도 다양하다.
또 안경기업들 역시 안경사들의 전문성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측면 지원을 열심히 하고 있다. 글로벌 콘택트렌즈 업체와 안경렌즈 기업, 그리고 안경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해 안경사들의 전문성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 다행스럽게 한때는 영업비밀(?)처럼 감추던 자신만의 임상사례 노하우를 안경사들 스스로 회원들과 공유하면서 전문성을 키우는 안경사들 역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안경사들도 안경사가 되더라도 많은 공부와 많은 임상 사례를 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안경 판매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눈에 대한 끊임없는 광학적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본적인 굴점검사에서 양안시 기능 검사, 이후 맞춤형 시생활 분석을 통해 우수한 안경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진정한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현재 국민 안경착용률은 60%에 육박했으며, 라이프 스타일의 다양화와 노안인구의 증가, 대기환경 변화 등의 요인으로 시생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가고 있다. 단순 시력보정을 넘어 아이케어 전문가로서의 역할이 요구되는 만큼 이에 맞춰 다방면의 전문성 확보를 해나갈 때 안경사가 전문가 그룹으로서 사회적 위상을 확립할 수 있다. 1인 멀티 안경 착용 인구의 증가와 기능성 렌즈 수요 급증, 노안 연령대의 하향을 비롯해 어린이 근시인구의 증가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었으며 이에 따른 차별적인 검안 및 지속적인 아이케어에 대한 소비자 요구는 늘어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2019년 한국시과학회지에 실린 ‘국내 안경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조사’(조연경 외 1인 저)에 따르면 안경원에서 불만족을 느낀 고객들의 불만족 사항에 대한 조사 결과 검안에 대한 전문지식 부족이 48.2%를 차지해 전문성에 대한 소비니즈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검안을 비롯해 누진 등의 기술력을 요하는 분야의 특화된 전문성 확보와, 다양한 부가 서비스 영역을 통한 안경사의 역할 확대는 시대적 요구이자 안경사 위상 제고를 위한 필수조건이라 볼 수 있다.
현재 안경업계의 현실은 무한 경쟁의 시대다. 출혈경쟁, 제살깎기 등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심산으로 시장 전체 질서를 흐려놓고 함께 망하는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을 비일비재하게 접할 수 있다. 안경업계는 달리는 사이클로 비교, 멈추면 쓰러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속도를 내면서 굴러가야 하는 운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처럼 안경업계는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진정한 전문가는 존재할 수 없고, 모두가 장사치나 장사꾼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은 경기침체 터널 속에서 소리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안경원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장사치가 아닌 전문가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안경원을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사치나 장사꾼은 불황이라는 바람이 불어오면 흔들리며 우왕좌왕하는 갈대와 같은 존재지만 전문가는 폭풍우에도 굳건히 버티는 소나무와 같은 존재다. 현재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안경업계 발전에 초석이 될 수 있는 진정한 전문가가 하나 둘씩 늘어나야 안경업계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기대할 수 있다. <계속>

좋은 기사 많이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