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기능 훈련 교육센터

준이(가명, 8)는 아침에 눈을 뜨면 어지럼증으로 고통받는 아이였다. 돌이 지났을 무렵부터 왼쪽 눈이 한 번씩 바깥으로 빠지거나 TV를 볼 때 고개를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손가락 따라보기도 되지 않던 아이다.

그런 준이가 7세 무렵 시기능훈련 부산센터를 방문했다. 다음은 시기능훈련을 졸업한 준이의 어머니가 보내온 후기다. 한국시기능훈련교육협회(COVD Korea 국제지부)는 소중하게 적어온 내용을 더 많은 안경사 분들과 나누고 싶어 준이 어머니의 후기를 공유한다.

준이가 5살때 대학병원에서 간헐성 외사시와 수직사시 진단을 받았는데 그때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에는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남편이 의사인데 남편 조차도 수술을 받아들이는 입장이었지만 그래도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가림치료를 열심히 받았다.

가림치료를 1년 반 정도 받은 6세 말 무렵에 시력검사를 했는데 0.40.5가 나왔다. 이전과 변화가 없었을뿐더러 입체시 검사에서는 파리 날개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병원에서는 다음 진료 때 수술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오라는 말을 전했다. 수술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었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말들과 전문적인 단어들 사이에서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느 말이 강하게 박혔다. 그래서 부작용이 뭔지 다시 물어보니 그건 다음에 얘기해준다며 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집에 돌아와 부작용에 대해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 세상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부작용이 단 1%라고 해도 불안한데 그 이상되는 수치에 절대 수술은 막고 싶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눈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시기능훈련(Vision Therapy)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고모에게 연락을 했고 근거리에 있는 시기능훈련 전문센터를 찾아 미국을 가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센터에 전화를 해서 담당자와 통화를 했는데 그가 한국에서 시기능훈련 전문센터가 있고 전문가들도 상주하고 있는데 왜 굳이 미국으로 오려고 하냐고 물었다. “한국에서도 시기능훈련이 가능하다고?”라는 의문과 함께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처음 부산에 있는 시기능훈련센터에 방문해서 검사한 결과 왼쪽 눈은 사시로 인해 좌안 억제와 복시가 있었고 중심외주시로 사시의 나쁜 적응증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한쪽 눈의 억제로 인해 입체시가 없었으며 안구운동발달검사(DEM)에서 숫자 읽기에 실패한 것은 큰 충격이었다. 내 눈에는 너무 잘 보이는 숫자인데 아이에게는 읽는 것이 불가능하다니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준이는 매우 차분하고 조심성 있는 성격인데다 겁이 많아서 위험한 놀이는 하지 않았다. 운동신경이 둔해서 공을 차거나 받는 행동을 잘하지 못했고 싫어했다. 그때는 그저 그렇게 타고 났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5세때 한글을 가르쳤을 때는 문자 인지가 조금 늦은 편이었고 6살때 영어유치원을 다녔는데 영어를 읽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어떤 날은 onno라고 읽고 또 어떤 날은 바로 읽기도 했으니 뭔가 이상했지만 눈 때문이라고 추측만 했었다.

시기능훈련을 하면서 가장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은 멀미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했는데 차를 타면 어지럽다고 울고 토하고 소리지르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상태가 참을 수 있을 정도까지 호전됐고 아침에도 점점 어지럼증이 사라졌다.

훈련을 시작한지 4개월쯤 됐을때 입체시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고 시력은 0.7/0,8까지 올라갔다. 가림치료를 1년 넘게 할 때는 그렇게 요지부동이던 시력이 단 4개월 만에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기능훈련을 졸업할 때는 1.0이 됐다. 정말 믿을 수 없는 결과다.

훈련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난 어느 날, 아이가 밖에서 공을 차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패스도 잘 받고 공도 실수없이 차고 있었다. 몇 번을 하더니 너무 재미있다면서 깔깔 거리며 몇 시간이고 공차기 놀이를 하더라. 그동안은 공을 잘 못차고 재미를 못 느끼는 것이 단순히 타고난 것인줄 알았는데 사물이 보이는 것과 다른 곳에 위치해 공차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처음 보는 아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격스러워 눈물이 났다. 우리는 볼 수 없는 세상에서 혼자 분투하며 그동안 얼마나 불안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아이의 소심하고 겁 많은 성격은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련으로 양쪽 눈이 점차 정렬되면서 아이는 밝아지고 초등학교 1학년 또래 남자 아이들처럼 산만해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지쳐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에너지 넘치고 자신감도 생기고 밝아졌다.

훈련 후반부였던 어느날에는 아이가 학교에서 읽을 책을 보냈는데 제법 글이 긴 책이었음에도 학교에서 다 읽고 왔다고 하더라. 책의 줄을 찾는 게 수월해지니 책도 빠르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종이접기를 하더라도 모서리를 예리하게 접는 것이 힘들어 짜증을 내곤 했는데 이제는 너무 쉽다며 뿌듯해 한다. 며칠 전에는 공 두개로 저글링도 연습하고 있다. 시기능훈련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아무리 연습해도 안되는 줄 알았던 일들이 눈-손 협응이 좋아지니 쉽게 해결되는 일이 많았다. 시기능이 이렇게나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줄 몰랐다. 무엇보COVD Korea 국제지부에서 수술을 하지 않고 사시를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감사하게 느껴졌다.

아직까지 국내에 시기능훈련 분야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우리는 미국까지 갈 생각으로 절박했었지만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미국에 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에게 한국 시기능훈련센터는 가뭄에 단비와 같을 것이다. 시기능훈련을 졸업한 준이는 입체시와 안구운동발달 등 모든 시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됐으며 어지럼증과 멀미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것도 수술과 약물없이 말이다.

준이의 훈련 효과를 보고나니 당뇨망막병증으로 시각장애 6급을 받고 고생하던 친정 아버지가 떠올라 추천했는데 아버지 역시 큰 도움을 받았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젓가락질이 어려워 늘 밥을 비벼서 숟가락만 사용해 식사를 하셨는데 이제는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집거나 깻잎을 떼어 드시기도 한다.

나는 시기능훈련의 엄청난 효과를 준이와 아버지를 통해 직접 두 번이나 확인할 수 있었다. 주변에 어지럼증을 겪거나 학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나의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훈련기간 내내 따뜻한 애정으로 치료를 잘 이끌어주고 우리 아이가 예쁜 눈으로 편안하게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신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부산 시기능훈련센터 임상사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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