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 고글 11개 구매하겠다 속인 뒤 근처 식사금액 빌려
안경사 커뮤니티선 비슷한 수법에 피해 입은 사례들 적지않아
불경기에 대량구매 유혹 수법 빈번… 물건 건네기 전 결제부터
대기업 작업복을 입고 고글이나 안경을 대량구매 할 것처럼 속인 뒤 식사값을 달라며 소액을 받아내 도주하는 60대 남성이 있어 수도권 소재 안경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방화동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S 원장은 “머리가 희끗한 60대 남성이 H그룹 작업복과 작업화, 서류를 들고 고글 11개를 구입한다고 한 뒤 자신의 부서 과장이 디자인을 고르고 결제를 한다며 근처에서 식사를 하려하는데 지갑을 두고 왔다. 3만원만 달라고 해서 줬는데 이후 종적을 감췄다”고 말했다. S 원장은 “워낙 소액이라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들리는 얘기로는 일산이나 의정부에서도 이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 더 이상 피해를 입는 안경원이 없으면 하는 마음에서 제보를 하게됐다”고 말했다.
한편 S 원장은 관련해 안경사 대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글을 올렸다. 해당글에는 ‘저도 당했습니다. 두 달 전에. 수법이 똑같습니다’, ‘경기도 일산에서 작년 11월경에 저도 당했습니다’, ‘친구가 이런 인간 있다더라. 전화한지 이틀만에 방문했다. 의정부는 한 번 훑은 것 같다’ 등 같은 수법 피해를 호소하는 안경사들이 다수 있었다.
한편 해당 수법은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TV 다큐 프로그램에도 소개될 정도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한 파렴치한 범죄행위로 소개되면서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 2022년에 이웃 주민인 척 영세 상인들을 속여 상습적으로 돈을 가로챈 50대 남성이 시민들의 발 빠른 대응으로 경찰에 붙잡힌 일도 있었다. 광주 남구에 있는 악기 제조사에 50대 남성 A씨가 찾아왔다. 자신을 인근 아파트 주민이라고 소개한 그는 악기 제작을 주문하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겼다. 주문을 마치고 나가던 A씨는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헐레벌떡 되돌아와 “딸이 급하게 돈이 필요한데 집 앞 은행에서 인출이 안 된답니다. 5만원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부탁했고 가게 주인 B씨는 5만원을 선뜻 내줬다. 그러나 A씨는 돈을 받자마자 달아났고 가게 주인 B씨는 자신의 오토바이로 쫒아간 끝에 A씨를 직접 붙잡아 경찰에 인계한 사건이 있었다. A씨는 경찰 조사 결과 같은해 7월과 8월에도 광주 남구에 있는 안경원 두 곳에서 비슷한 범행을 저질렀으며 사기 혐의로 처벌받은 다수의 전과도 확인됐다.
이외에도 경기 침체를 틈타 소상공인들을 허탈하게 하는 이른바 ‘먹튀’ 수법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소개되고 있다. 특히 술집이나 음식점은 흡연을 이유로 자리를 비우는 손님들이 더러 있는데 이를 이용해 계산하지 않고 도주하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안경원의 경우에도 고가의 렌즈나 안경테를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에 낯선 고객이 다수의 제품을 구매한다거나 고가의 제품을 구매한다고 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비슷한 경우를 겪었다는 서울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C 원장은 “1인 매장의 경우 손님들이 몰리면 고객들을 전부 케어할 수가 없다. 손님이 몰리는 틈을 타 써본다고 한 뒤 그대로 달아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CCTV가 거의 모든 매장에 있기 때문에 신고를 하면 되겠지만 안경원 입장에서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라며 “안경원 입장에서 경기도 어려운데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한다고 하면 혹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는 고객에게 현금을 선뜻 건네서는 안되고 꼭 결제부터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