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기능훈련 성서계명센터 김혜덕 원장

안경원 경력 13년 차인 저는 굴절이상 교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많은 사례를 접했습니다. 어느 날, 피아노 실기시험을 앞둔 고객이 안경원을 방문했는데 눈이 피로하고 흐려져 악보를 볼 수 없다고 호소했어요. 도수를 올려보고 내려도 보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시기능에 대해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함을 느꼈고 대학원에 진학해 조절기능 이상자를 대상으로 시기능훈련 임상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배움의 갈증을 느끼던 시기에 국내에서 최초로 COVD 국제지부에서 시기능전문가 교육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망설임 없이 지원했어요.

저는 이제 COVD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시지각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시기능훈련센터를 운영하면서 대학에서 시기능훈련을 강의하며 제 임상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센터를 방문하는 대상자들이 의외로 참 다양하다는 것을 실감하며 대상자가 향상되는 과정을 보면서 2년간 대구에서 부산을 오가며 고생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인상 깊었던 사례를 소개하자면, 지능검사에서 경계 판정을 받은 초2 남아를 둔 어머니가 시기능훈련을 하면 아들의 지능이 좀 좋아지는지 궁금해 했어요. 이 아이를 검사해보니 심한 안구운동이상이 있어 책을 읽을 때 단어를 제대로 찾지 못했고 줄 찾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어요. 당연히 책 읽기가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훈련 초기에는 눈이 아프다며 모든 훈련을 회피하던 아이가 증상이 개선되면서 신기하게도 한순간에 변화되기 시작했어요. 모든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뿐만 아니라 스스로 활동을 재미있고 창의적으로 변경시켜서 하기도 했어요. 동화책 한 줄을 읽으려면 씨름을 하곤 했는데 이젠 짧은 동화책 한 권은 혼자서도 잘 읽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는 동안실행증과 피질시각장애를 진단받은 아이입니다. 언어장애가 있어 말로 소통할 수 없고, 소근육 문제로 정밀하게 움직일 수가 없어서 글을 쓸 수가 없으며, 의식적으로 고개를 흔들거나 끄덕이는 행동을 못해 다른 사람과 소통할 방법이 없었어요. 이 아이의 부모님들조차 딸이 보는 데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지나가는 작은 개미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미가 멈추는 순간 개미는 보이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부모님은 몰랐어요. 훈련하면서도 움직이는 물체는 볼 수 있었지만 여러 도형 중 삼각형을 찾으라고 하면 찾지 못했고, 크기가 20인 숫자를 인식하지 못했어요. 이런 이유로 아이는 9세까지 지적장애인의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2년 가까이 훈련하면서 정말 놀라운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어머니와 학교 선생님들도 아이의 집중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과제도 제법 잘 수행하고 있어 놀랍다고 하셨습니다. 저조차 놀란 것은 이제 고정된 물체를 잘 식별할 수 있으며, 시력이 1.0이 나온다는 것이에요.

시기능이상이 아이들의 학습과 삶의 질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대중이나 다양한 전문가들은 아직도 잘 알지 못합니다. 시기능문제는 가까운 양육자조차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읽기나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인지기능이 저하된다면 무엇보다 시기능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복장애가 있더라도 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주 장애에 대한 치료 효과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시기능훈련을 통해 시기능이 향상되면 시각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게 되고 학습활동과 일상생활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는 아동을 직접 경험한다는 것은 안경사로서 정말 뿌듯한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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