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로 실증특례 지정후 “우리도 해달라” 몇몇 업체 등 정확 포착
대안협 “단체·안경원·기업 한목소리내야 업권수호 가능하다”토로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의료개혁을 두고 이를 반대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첨예한 대결 구도가 수달째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은 의료서비스를 저버리고 업권을 지키려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비판의 목소리 역시 크지만, 안경업계는 한목소리를 내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반면교사를 삼을 지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안경업계 역시 정부가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단계적으로 풀려는 의지가 명확한 가운데, 정부 및 관계기관 등과 실무 회의를 갖는 등 세부 조율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안경사 단체와 회원 안경사, 그리고 관련 기업들이 힘을 하나로 모으지 않으면 빗장이 쉽게 풀릴 수밖에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나마 최근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안경업계는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실증특례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려는 정부의 판단과 이번 사법부의 엇갈린 입장으로 여전히 안경업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허용 저지 최전선에 있는 (사)대한안경사협회(협회장 허봉현‧이하 대안협)는 최근 정부 관계자들과 상시적인 미팅을 이어가며, 향후 진행 과정을 조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과 차례로 회의를 마친 대안협 관계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18일에는 아직 온라인으로 풀리지 않은 안경업계와 세무, 부동산 등 업계 관계자들과 정부 부처의 회의 자리가 있었다. 회의 현장에 있었던 대안협 모 임원은 “이미 온라인 판매 허용에 방점을 찍고 대화를 하려고 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말투와 행동 등 오만한 행태에 깜짝 놀랐다”며 “안경사를 전문가로 대우하지 않고, 비협조적이면서 강압적인 분위기 조성을 하는 정부 관계자들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또 대안협은 다른 정부 부처와 회의 과정에서 알게 된 일부 안경업체와 일선 안경원들의 이중적인 태도에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정부는 구매 이력이 있는 콘택트렌즈 소비자와 해당 안경업소 사이에 온라인으로 구매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판매 중개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실증특례로 지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시행 방법을 대안협 측과 조율 중이다.
문제는 일부 안경기업이 정부 부처에 이미 플랫폼 기업으로 선정된 픽셀로처럼 자신들도 플랫폼 기업으로 선정시켜 달라는 제안을 꾸준히 하고 있으며, 픽셀로 측에는 모 저가 안경 프랜차이즈 업체와 다수의 개인 안경원들이 자신들도 콘택트렌즈 온라인 중개를 해보고 싶다고 무수한 연락을 통해 타진한 정황들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대안협 관계자는 “업권을 지키는데 있어서 힘을 한데 모아도 부족할 판에 앞에서는 웃는 얼굴로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반대에 동조한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줄서기를 하는 등 표리부동한 실태 등을 확인했다”며 “협회가 최전선에서 온라인 판매를 저지하기 위해 뛰고 있으니, 안경업권 수호에 안경사 회원들과 안경기업들은 한 몸처럼 움직여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도매업계 A업체 관계자는 “실증특례가 플랫폼 형태의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에서는 이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수익을 어떻게 낼 것이냐 하는 문제는 좀 다르다. 안경원을 통하는 사업구조 이기 때문에 안경원 모집과 소비자 홍보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투입 비용대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픽셀로가 실증특례로 지정되고 나서 관련 업체들 사이에서는 왜 픽셀로만 해주느냐 하는 논란들이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현재 검안을 안과에서 하고 온라인으로 콘택트렌즈를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안경업계 관계자들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실증특례가 아닌 그 이후다. 픽셀로와 유사한 형태의 플랫폼 기업들이 계속해서 안경업계에 진출하게 되면 업권 수호라는 빗장이 풀려 대문이 활짝 열리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쿠팡이나 하파크리스틴 등 거대 자본을 갖춘 기업들이 실증특례로 지정되기라도 한다면 우리 업권은 영영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 현재 의사들처럼 업계 관계자들 역시 모두가 한 배를 탄 심정으로 기민하게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