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만 챙기고 책임별개 구조
안경사, 실증특례관련 이득 적어
플랫폼보다 제조사 역량강화 선행
티메프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피해규모만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안경업계에서도 실증특례로 지정된 안경원 콘택트렌즈 재판매 중개 플랫폼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티메프 사태는 국내서 손꼽히는 소셜 커머스 기업인 티몬과 위메프가 7월 초 예정된 판매대금 정산일에 정산금 지급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플랫폼 입점 셀러 등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으며, 유동성 위기에 처한 셀러들의 거래 취소가 이어지며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도 환불액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달 31일 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법원의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에 대한 안내를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하기도 했다.
이번 티메프 사태가 안경업계에 전하는 메시지도 결코 작지 않다. 일부 안경관련 입점사들이 티메프에 판매 대금을 정산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피해금액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울러 안경원 콘택트렌즈 재판매 중개 플랫폼(픽셀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픽셀로는 현재 플랫폼 입점 안경원을 모집 중이며, 본격적인 운영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그러나 안경사들을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티메프 사태로 인해 안경업계 플랫폼 사업에 대한 비관론을 주장하고 있으며, 플랫폼 기업에 의존하기 보다는 국내 제조 및 도매업체들의 역량을 키우고 유통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콘택트렌즈 관련 A 기업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판매 입점사와 구매자를 중개해주는 플랫폼을 만들고 중간에 광고료와 수수료를 취하는 시스템인데, 안경업계의 경우 의료기사법으로 보호받는 안경원과 안경사라는 판매 주체가 있다. 이미 소비자들은 안경원에 내방해 검안을 받고 30분 안에 자신에게 맞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수령해가는데 플랫폼 기업이 중간에 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은 판매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시에 판매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다. 안경원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가입할 이유도 명분도 없는 것이다. 안경원에서 바로 온라인 배송을 하면 간단한 것을 번거롭게 만드는 일 밖에 되지 않는다. 기업체 입장에서도 중개 플랫폼이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미 각 체인별로 픽업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매 중개 플랫폼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국내 제조, 도매업체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유통질서를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 안경업계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경사들 입장도 다르지 않다. 서울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B 원장은 “검안도 우리가 하고 제품도 우리가 보내고, 부작용에 대한 책임도 우리가 지는 것인데 왜 플랫폼 업체에 수수료를 지불해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픽셀로가 얼마나 안경원 콘택트렌즈 판매에 기여할지 알 수는 없지만 이미 저가 경쟁으로 치닫는 콘택트렌즈 시장에서 중개 업체가 수수료까지 떼가는 상황이라면 안경원이나 소비자 모두 득될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용을 보니 소비자가 안경원을 방문해 최초 도수 정보를 한 번 등록하면 이후 안경원 검안정보를 이용해 소비자는 어떤 제품이라도 구매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이것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버는 격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안경원 콘택트렌즈 재판매 중개 플랫폼 안건은 지난 3월 과학기술정통부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실증특례로 지정되며 안경업계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이에 안경사 131명은 지난 6월 4일 자발적으로 과기부 장관을 상대로 집단 행정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는 안경사들 스스로 취소 요구 탄원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