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비급여 진료비 분석결과 공개… 최소 29만~최대 680만원
안과진료시 수술 강요하기도… 정부 “적정한 가격 설정 마련해야”
안경사 “무분별한 백내장수술 위험성 고객에게 전달할 의무” 조언
백내장 수술용 다초점렌즈 가격이 의료기관별로 29만원에서 680만원까지 최대 23배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경원들도 안과별 백내장 수술 진료비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객에게 알리고 수술을 결정함에 있어 반드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 역시 적극 알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올해 병·의원별 비급여 진료비 조사·분석 결과를 심평원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을 통해 공개한 가운데 백내장 수술용 다초점렌즈의 경우 서울에 있는 한 의원은 29만원, 또 다른 의원은 680만원을 받아 약 23배 차이를 보였으며, 조사 대상 의료기관 중간금액은 220만원이었다고 이달 5일 밝혔다.
이는 안과에서의 무리한 백내장 수술 권유 문제와 함께 투명하지 않은 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 차이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조사는 진료비만 분석한 것으로 의료기관 간 가격 차이는 진료 기준과 난이도, 인력과 장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백내장 수술용 다초점렌즈 가격이 23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아무리 다양한 요인이 있다하더라도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노안으로 인해 최근 안과진료를 받았다는 김 모씨(남·65)는 “가까운 글씨가 예전보다 더 안보이게 돼 지난달 안과 진료를 받았다. 안과에서는 아직 수술 단계까진 아니라고 했지만 몇 개월 후에는 꼭 수술을 해야한다는 뉘앙스로 얘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안과마다 수술비가 제각각이라면 소비자들은 얼마가 적정가격인지 알 수가 없지 않나. 정부에서 비급여 진료비 관련한 부분을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에게 적극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경업계 입장에서 보면 최근 노안인구 연령이 크게 낮아짐에 따라 백내장 수술 등 노안 치료 솔루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병의원 백내장 수술에 대한 국민들 신뢰도가 떨어진다면 오히려 기회의 장으로 삼을 수도 있다.
올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백내장 수술을 받은 40대 환자 수는 9만 834명으로 2010년 3만 3,910명 대비 약 2.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진 및 기능성 제품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는 안경업계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소식으로 안경사들 역시 누진 시장을 키우는 것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최근 실손보험 계약자 52명이 보험사 13곳을 상대로 제기한 백내장 수술 입원보험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내려졌는데, 무분별한 백내장 수술로 인해 보험사들이 지급 기준을 강화하면서 보험사와 실손보험 계약자 간 소송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경원에서는 누진렌즈나 어시스트렌즈, 멀티포컬 콘택트렌즈와 같은 기능성 제품을 내세워 백내장 수술을 고민하거나 수술 후 불편함을 느끼는 고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백내장 수술이 원거리와 근거리 시력을 완벽히 회복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고객들에게 안경원에서 더 안전한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누진 품목도 안경원 가격 경쟁을 유발하는 주요 품목으로 떠오르면서 누진 제품에 대한 메리트가 많이 떨어졌다고들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누진 제품만큼 안경원에서 판매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품목은 없다. 노안 인구 연령대가 낮아지고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경원에서는 누진을 포함한 기능성 제품 판매 증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안과에서의 노안 진료 프로세스나 안과 전용 관련 제품에 대한 안경사들의 정확한 이해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안경사들도 안경원 판매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노안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국민의 합리적인 선택을 돕기 위해 전체 의료기관별 주요 비급여 진료비를 조사해 공개하고 있다. 4년째인 올해는 전체 의료기관의 비급여 항목 623개 가격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 백내장 수술을 포함한 국민들이 관심 있어 하는 비급여 진료비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기관별 가격 차이가 큰 항목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협의해 적정 가격 설정을 유도하는 방안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