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모안과, 무료검진으로 환자 모집 백내장 진행됐다며 수술 강요
안경사들 “타각적 굴절검사 결사반대하더니 불법영업도 빠져나가”
백내장 수술 환자를 알선하거나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백억원대 매출의 강남 안과 원장과 브로커 일당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은 것으로 최근 전해졌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성복)는 지난달 29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과 의원 대표원장 박모(50)씨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으며, 16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고 전했다.
또 환자 알선에 조력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소모(37)씨 등 6명에게는 징역 6개월~1년6개월에 집행유예 1~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및 추징금 수백만~수억원을 명령했으며, 안과 의원 총괄이사 김모(46)씨는 1심과 같이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전부터 언론보도를 통해 무분별한 백내장 수술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보험사들 역시 실손보험 탓에 막대한 손실을 입어 보험 계약자들과 소송전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브로커 일당이 감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들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관련 뉴스 댓글에는 ‘모 지역 안과 가지마세요. 순 도둑입니다. 무료검진 해준다고 하고 결과를 속입니다. 백내장이 80% 진행됐다고 특별할인해서 1000만원을 600만원에 준다고합니다. 의심이 들어 동네 안과 두 군데 진찰했더니 백내장 10% 정도. 하마터면 속을 뻔 했어요’, ‘이게 다 실손 보험료 올리는건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중형을 내리는 게 맞다고 봅니다’, ‘저렇게 브로커에게 수십억 알선료를 지급하면서 의료질서를 무너뜨렸는데도 집행유예 밖에 안된다니 처벌이 너무 가볍다’ 등 항소심 판결을 아쉬워하는 의견들이 많았다.
안경업계 입장에서도 명백한 의료법 위반임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니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는 것이라는 다소 격앙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안경사들이 보다 정확한 검안을 위해 타각적 굴절검사를 해야한다는 의견에는 안경사가 의료행위를 한다며 극렬히 반대하더니 정작 안과에서는 브로커를 끼고 버젓이 불법 영업을 해도 집행유예가 되니 안과 브로커들이 뿌리 뽑히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영업을 한 의사들에게는 면허정지나 취소같은 높은 처벌이 이뤄지고 알선에 참여한 이들도 보다 더 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는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거나 사주하는 행위는 환자 유치를 둘러싸고 금품수수 등의 비리나 불합리한 과다경쟁을 유발해 의료시장의 질서를 혼란시킨다”며 “종국적으로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과잉진료, 과잉비용의 부담이 결국 환자들이나 보험회사에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의료법 위반 행위를 실체적 경합범(두 개 이상의 행위가 각각의 범죄행위로 판단되는 경우) 관계로 보고, 일률적으로 경합범 가중을 적용한 1심의 판단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모 원장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병원 브로커 6명에게 환자 알선 대가로 총 40억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는데, 1심 재판부는 이 기간의 범행을 모두 각각의 행위로 판단해 경합범 가중을 적용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박씨의 의료법 위반 범행은 모두 영리를 목적으로 단일하고도 계속된 범의하에 일정 기간 계속해 저질러진 일련의 범죄행위이고 피해법익도 동일해 포괄일죄에 해당한다”며 “6명 브로커 사이에는 단일성이 없으므로 브로커 별로 각각의 포괄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병원은 환자 1명당 150만원 또는 백내장 수술비의 20∼30%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브로커를 광고 대행업자 또는 직원으로 둔갑시켜 합법적인 지출로 가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들은 백내장을 진단받고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을 받는 실손보험 계약 내용에 따라 40대 후반∼70대 가입자를 집중적으로 알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