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 처분 ‘합법’으로 정당화… 소비자 클레임, 안경원 전가

온라인 기반 몇몇 업체, 국민 편의성 명분 내세우며 업권 위협

콘택트렌즈 픽업 판매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업권 침탈 우려가 또다시 커지고 있다. 최근 일부 업체가 픽업 서비스 관련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합법이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사업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조적 불법성과 책임 전가 문제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아울러 안경원 콘택트렌즈 재판매 플랫폼을 비롯한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논란까지 겹치며 안경사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일부 콘택트렌즈 온라인 픽업업체들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근거로 자신들의 영업 방식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명확히 한계를 가진 예외적 사례에 불과하며, 구조 전반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검찰 또한 검안 없이 제품 봉투만을 전달하는 행위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구조가 안경사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위험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어떤 제품을 어떤 이유로 주문했든, 결국 제품을 전달한 안경사가 모든 법적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 전달에 불과했더라도 민·형사상 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충분히 예상된다.

수익 구조 또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픽업업체가 이익을 대부분 가져가고, 실제 현장에서 전달을 맡는 안경원은 20% 내외의 수익만을 얻는다. 그런데 책임은 전적으로 안경원이 지게 되는 구조이다 보니 안경원 입장에서도 크게 메리트는 없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재주는 안경사가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업구조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다 보면 콘택트렌즈 온라인 유통이 전면 허용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된다면 현행 오프라인 중심 콘택트렌즈 판매체계는 붕괴되고, 안경원은 더이상 콘택트렌즈로 수익을 낼 수 없을뿐더러 안경렌즈마저 내어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안경원에 대한 전문성 상실과 소비자 신뢰 저하로 이어지며, 안경업계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34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에서 실증특례 안건으로 지정된 안경원 콘택트렌즈 재판매 중개 플랫폼역시 온라인 픽업 서비스가 단초가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현재 해당 플랫폼은 안경원들의 저조한 관심 속에 유명무실화되는 모양새지만 안경업계를 노리는 플랫폼 기업들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획재정부 한걸음 모델 과제로 선정된 단초점 안경 온라인 판매 관련해 연합뉴스가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연구원)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가 단초점 안경 온라인 판매 시범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하며 큰 혼란이 있었다. 연구원을 통해 시범사업 실무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자 안경사들은 해당 사업을 추진했던 라운즈에 또다시 온라인 안경 판매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서울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시범사업에 대한 실무 가이드라인이 나왔다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시범사업을 시행해도 되는 것 아닌가. 콘택트렌즈 온라인 픽업이 보편화되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면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를 하고 나서겠다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콘택트렌즈는 현재 2등급 의료기기로 1등급인 안경렌즈보다 위험도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콘택트렌즈 온라인 픽업이 법적인 제약 없이 보편화된다면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의 경우 이미 시범사업 실무 가이드라인까지 나온 상황에서 라운즈와 같은 기업이 가이드라인을 지켜가며 온라인으로 안경을 판매하겠다고 나서면 안경업계 입장에서는 내세울 명분이 없어진다.

플랫폼 기업들은 하나같이 국민 편의와 시장 확대를 이유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 시장을 점유하는 기업들 배를 불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실제 안경사들에게 얼마만큼 이익이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안경을 맞추겠다는 고객 수요는 그대론데 수요 확대 없이 현재 있는 수요를 플랫폼 기업들이 차지하겠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플랫폼 기업들 매출이 높아졌다고 해서 안경시장이 확대됐다거나 활성화 됐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들로 인해 시장규모가 확대되는 것이 곧 안경원 매출 증대와 궤를 같이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기도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B원장은 현재 배달의민족같은 플랫폼 기업들을 보면 알지 않나. 그들의 매출과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고 해서 배달 어플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이 살기가 좋아지진 않았다. 오히려 무분별한 수수료 인상으로 팔아도 팔아도 매출 부진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훨씬 많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일선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은 안경사다. 안경사는 자신의 전문성과 기술을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자신들은 혁신 기술을 갖췄다며 플랫폼을 통해 수수료만 떼어가겠다고 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걸 안경사들은 가만히 보고 있어야만 하나. 온라인 픽업이든 도수안경 온라인 판매든 안경업계 미래를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 안경사 스스로 잘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많은 안경사들은 지금이야말로 선택과 판단의 순간이라고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안경사협회(협회장 허봉현·이하 대안협) 관계자는 지금 당장의 이익에 흔들려 불법적인 판매 구조에 가담할 것인가, 아니면 직업윤리와 업계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단결할 것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지 매출이 아니라 안경사라는 보건의료 전문가로서의 자존심과 생존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안경업계는 안경원과 안경 관련 제조사 및 도매업체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일반 공산품과 다르게 콘택트렌즈, 안경렌즈와 같은 의료기기를 다루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국가 면허를 소지한 안경사에게 판매와 관리를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안경사는 불법과 합법을 판단하는 직업이 아닌 국민 눈건강이 좋은지 안좋은지 판단해 최상의 안보건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안경사와 안경원이 피해를 볼 이유는 전혀 없다. 많은 대내외적 악재에도 불구하고 최일선에서 국민 안보건 증진을 위해 힘쓰는 정직하고 선량한 안경사들이 더이상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안경업계 관계자들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발의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안경사를 안경의 조제·판매 및 관리와 콘택트렌즈의 판매 및 관리, 안경·콘택트렌즈의 도수를 조정하기 위한 굴절검사의 시행 등을 주된 업무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안경사들이 일부 기업들 이윤 놀이에 휩쓸릴 이유가 전혀 없다. 법적으로 정의된 안경사의 역할을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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