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업계 지진 후유증 심각… 재기에 한마음 구슬땀
10월 ioft 기대반 걱정반… 각국 참가 여부 '촉각'

fn아이포커스 일본 통신원으로 지난 3월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 대해서 돌아보고자 합니다.대지진 이후 일본은 산업적, 경제적으로도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본 안경업계 역시 지진 이후크고 작은 변화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경기침체 일변의 일본이 지진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까요.
‘3월11일 오후 2시46분’
3월11일 오후 필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싱그러운 봄의 기운은 상큼하지만 때론 나른함으로 졸음을 유혹하기도 한다. 몰려오는 졸음과 싸우며 호주 바이어의 생산지시서를 작성하고 있는 순간 지진이 일어났다. 필자가 있는곳은 후쿠이현으로 이번 동일본 대지진의 중심지역인 후쿠시마현에서 약 500km 정도의 거리에 있다. 하지만 지진이 일어난 2시 46분은 이곳 후쿠이현 에서도 강한 흔들림을 느낄수 있었다. 일본에 이주해서 3년동안 작은 지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했었기 때문에 필자는 그저 그런 지진중의 하나로 생각했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된 것은 지진이 있고 1시간 정도 지난 후 한국에서 걸려온 지인의 전화를 통해서다. 한국 tv에 생방송으로 쓰나미의 피해가 나오고 있는데 차들이 떠내려가고 건물이 물에 잠기고 난리가 아니라고 지인은 시종 흥분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그 지인은 평소 오버(over)가 많은 사람 이라서 반신반의 했지만 연속되는 한국 지인들의 전화를 받고서야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지옥 같은 참상의 영상을 확인한 필자는 안절 부절한 마음과 알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밀린 업무가 있었지만 더 이상 회사에 있일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5시경 일단 직원들을 먼저 돌려보내고 혹시 모를 회사의 여진대책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지옥 같은 참상 쓰나미’
현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쓰나미는 모든 것을 지워버렸다. 영화에서나 볼수 있는 아니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tv 방송에서는 사람이 떠내려가는 장면을 커트 시켰지만 인터넷 여기저기에 참혹한 영상들이 올라와 쓰나미의 잔혹함에 대해서 고발하였다.
철저한 준비성을 가지고 지진과 쓰나미에 대비해온 일본 이였지만 이번 지진만큼은 불가항력이였다. 가족,집,재산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 일본 사람들은 망연자실 할지언정 결코 노여워하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목을 놓아 엉엉 울지도 않았다. 그저 소리 없이 조용히 눈물을 떨구었다.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쓰나미는 아비규환 속에 기적같이 살아남은 자들에게 조차 관대하지 않았다.정전,단수,방사능 유출로 끊임없이 시련을 안겨 주고있다. 기적같이 살아남은 자들에게 자살의 선택을 강요할 정도로 그 고통은 잔혹했다. 그 후 크고 작은 여진은 한달 이나 계속되었다. 500km나 떨어진 곳에 사는 필자가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로 매 시간 진도 3∼5 의 여진이 발생하였다.
‘지진과 일본 안경업계’
일본안경 제조의 97%가 후쿠이현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대부분의 안경관련 생산기반 시설은 후쿠이현에 소재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대지진으로 안경업계 생산과 관련해서는 직접적으로 큰 피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위 동북3현이라 일컫는 이와테현,미야자끼현,후쿠시마현은 일본 안경 내수시장으로 보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일본 안경업계 전체에 타격을 준다고 볼 수 있다. 필자의 지인중에 미야자끼현에서 안경원 8 곳을 운영하면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던 분이 있었는데 이번 지진으로 8군데 모든 매장이 초토화되어 지금까지도 영업을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은 인터넷 쇼핑몰을 다시 전개하고 있지만 점포를 확장해가면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길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후쿠이의 지인중에는 직접 로컬영업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진 이후 동북3현의 매출이 없어서 회사자체의 매출에도 상당한 위기감을 주고 있다고 한다. 동북3현은 동경지구,오사까지구 를 이어 일본에서 3번째로 큰 경제지구 라고 할 수 있다.
지진 이후 세계 각국에서 구조대를 보내는 등 활발한 구호 활동이 진행되었다. 후쿠이현에서도 각종 구호물자와 인력지원을 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은 역시 안경지원 이였다. 후쿠이현 조합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구호안경을 모집했는데 그 수량이 자그마치 2만장 이였다고 한다.
2만장의 대부분이 신제품이라는 말을 듣고 구호안경 이라서 당연히 재고 상품일 거라고 생각했던 필자의 선입견이 부끄러웠다.
‘기대반 걱정반의 ioft 동경전시회’
일본 안경업계의 최대 행사인 ioft(동경국제광학전시회)가 10월11일부터 3일간 열리게 된다.올해의 ioft는 말 그대로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수 없는 기대반 걱정반의 전시회 인거 같다.며칠전 전시회 주최 사무국 관계자가 우리회사를 방문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관계자의 말로는 작년보다 부스신청 출전사가 늘었고 벌써 자리배정도 끝났다고 하는데 매년 신빙성 없는 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필자는 반신반의 하고 있다.

10년넘게 ioft에 참가하고 있는 지인들의 회사들 조차 이번 전시회 참가여부를 고민하고 있는듯했다 올해 4월 동경에서 열렸던 하우스 전시회는 여진과 방사능으로 한참 시끄러울 때라 그런지 정말 한산하고 손님이 없었다. 이번 ioft 동경전시회도 그런 느낌의 연장선상에 있는건 아닌지 필자 역시 걱정이 된다. 작년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잡화 색션을 전시장 한켠에 마련해서 규모도 크게 보이고 실질 내방객수도 늘리려는 시도를 했었는데 결과를 차치하고 그것은 안경 전문 전시회라는 특성에 큰 상처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다행히 잡화색션을 완전 분리해서 전시회를 진행한다고 한다. 경기침체,지진과 방사능 공포라는 최악의 상황속에서 치러지게될 이번 동경전시회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떤 결과를 남기게 될지 궁금하다.
강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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