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윤휘종 최진성기자】 “아프리카 사람들은 착하고 순진합니다. 그렇지만 상류층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에 웬만한 서방 고위관료들보다 인적 네트워크도 넓고 박학다식합니다. 아프리카의 일부만 보고 전체를 평가했다가는 큰코다칩니다.”

파이낸셜뉴스가 창간 10주년 기획으로 동아프리카 지역을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평가한 아프리카는 이렇게 요약된다. 우리나라는 아프리카를 지구촌의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라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보다 아프리카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비해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직·간접 투자와 원조를 아끼지 않고 꾸준히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원 확보’란 근시안적 접근을 지양하고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동반자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구의 마지막 남은 신시장

아프리카는 10억명의 인구에 수백여 부족들이 53개의 국가를 이루고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8년 기준으로 2777달러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의 연평균 gdp 성장률은 5.3%로 신흥 아시아시장의 8.3%보다는 낮지만 중동의 5.2%나 동유럽의 4.8%에 비해서는 높은 수치다. 향후 10년간의 성장률도 5.8%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아프리카가 무엇보다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는 세계 석유 매장량의 9%가 분포돼 있다. 천연가스는 세계의 약 8%가 매장돼 있다. 코발트, 다이아몬드, 백금은 세계 매장량의 각각 75%, 47%, 45%가 아프리카에 묻혀 있다. 이밖에 구리, 알루미늄 등이 풍부해 아프리카는 그야말로 광물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아프리카가 과거부터 선진 열강들의 침탈을 받은 이유도 자원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도 종족분쟁을 비롯해 정치적 불안을 겪고 있는 나라들의 대다수는 자원부국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에서 분쟁의 감소가 확연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아프리카의 분쟁지수는 65를 기록했으나 2005년에는 29, 2006년에는 27로 하락하고 있다.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회 음케잘람바 경제위원장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정치적으로 많이 안정되고 있어 행정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며 “이런 영향인지 최근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기금뿐 아니라 직접투자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경영 환경 면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낫다. 두잉 비즈니스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모리셔스는 한국(19위)보다 높은 17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90년대 중반 대규모 종족 분쟁을 겪은 르완다도 2007년 150위에서 작년에는 67위로 올라설 정도로 경영환경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아프리카가 미개척 시장이라는 이유도 세계 각국이 아프리카 진출을 시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아프리카의 인구 10억명 가운데 4억명이 소위 중산층으로 분류될 정도로 구매력이 높다.

■동반자 관계 위한 종합전략 필요

“주여!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한곤 주탄자니아대사는 한국 최초의 선교사였던 언더우드 목사가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며 기도했던 첫 구절을 인용해 아프리카의 실정을 표현했다. 도로·전기·물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이 전무하다시피 한 대다수 아프리카의 환경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업이 투자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 대한 객관적인 투자환경은 좋은 편이다. 유럽연합(eu)은 아프리카에 일방적인 특혜관세를 부여하고 있다. 1957년 로마조약 체결 당시부터 유럽 국가들이 과거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의 22개 국가 또는 지역에 경제적 협력 증진의 일환으로 이 같은 혜택을 부여했다. 미국도 2000년부터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일방적인 관세특혜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은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에 무역 특혜를 베푸는 ‘아프리카 성장과 기회 법(agoa)’을 공포해 2008년 현재 39개 국가가 이 같은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험한 아프리카의 투자 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실제로 에티오피아에 섬유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아디스아바바를 방문 중인 한국인 사장은 현지 관리들과 접촉하기 위해 한 달가량 머물고 있으나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의 사장은 “에티오피아에 공장을 건설하면 다양한 혜택이 있고 세계 주요 시장으로 이동하기 위한 거리도 짧아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사업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에 진출할 때는 더욱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전략 아래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중국은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지원하고 아프리카의 자원을 확보하는 ‘패키지형’ 진출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나이지리아나 마다가스카르 등에 패키지형 자원개발 모델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며 ‘패키지형’ 진출전략을 참고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아프리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아프리카총괄을 신설했다. 삼성전자는 아프리카 현지에서 우물지원 사업을 비롯한 사회공헌 사업, 축구 마케팅 등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도 나이지리아 등에 현지 거점을 마련하고 에어컨 등의 백색가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을 제외하면 아프리카를 대륙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국내 기업들은 거의 없다.

탄자니아투자청(tic)의 레이먼드 음빌리니 투자촉진국장은 “아프리카의 주요 국가들이 최근 외국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관련법령을 개선하고 투자규제를 없애고 있다”며 “농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하면 향후 아프리카가 본격적인 고성장 시기에 접어들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yhj@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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