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대골목1
'3·1만세운동길'부터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한의학 박물관 등 볼거리

【 대구=송동근 기자】 유명 관광지로 달구벌 대구를 떠올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내세울만한 자연경관이 부족한 대구는 그동안 '관광 불모지'로까지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대구 중구 일대의 '대구 근대골목'이 새로운 관광지로 뜨고 있다.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대구 근대골목에선 시대의 추억을 더듬으며 대구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할 수 있다. 모두 5개 코스로 구성된 근대골목 투어 중에서도 특히 제2코스 '근대문화골목'이 인기다. 동산 선교사 주택에서 진골목에 이르는 1.64㎞ 구간의 제2코스는 문화와 역사의 향기에 취해볼 수 있는 시간여행 코스로도 제격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는 대구로 골목길 여행을 떠나보자.

■대구의 몽마르트 '3·1만세운동길'

대구 근대골목 제2코스의 첫걸음은 대구 중구 동산동에 있는 '동산 선교사 주택'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1910년께 미국 선교사들이 지은 서양식 건축물로 겉모습이 당시 미국 방갈로풍 주택을 그대로 닮아 있다. 선교사들이 거주지로 사용하던 스윗츠 주택은 현재 선교박물관, 챔니스 주택은 의료박물관, 블래어 주택은 교육.역사박물관으로 각각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정원은 이국적인 운치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 웨딩사진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근대문화골목 투어의 다음 기착지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유명한 민족시인 이상화(1901~1943)의 고택이다. 대구 출신인 이상화 시인은 1939년부터 1943년 작고하기 직전까지 이 집에 살면서 예술혼을 불태웠다. 그의 시가 당시 조선인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일제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쳐 원고를 모두 압수해 갔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고택에는 그의 작품과 생애가 잘 정리돼 있어 그의 문학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어 국채보상운동을 통해 국권 회복을 꿈꿨던 민족운동가 서상돈(1850~1913)의 고택도 꼭 들러보자.

■'뽕나무 골목'과 '예술가 골목'

서상돈 고택을 빠져나오면 '뽕나무 골목'이 나타난다. 이 길의 유래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왔다가 귀화한 명나라 장수 두사충(杜思忠)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두사충이 임진왜란이 끝난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구 지역에 정착하자 임금은 그에게 큰 땅을 하사한다. 그는 이 땅에 뽕나무를 심어 대를 이어갔는데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 이 일대는 지금도 뽕나무 골목으로 불리고 있다. 또한 이 일대는 근대 시기 대구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시인 이상화를 비롯해 소설가 현진건(1900~1943), 화가 이인성(1912~1950) 등이 모여 살던 곳이어서 '예술가 골목'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fn아이포커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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