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정식 롭 아이웨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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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 길에 위치한 라피스 센시블레 쇼룸에서 양정식 롭 아이웨어 대표이사를 만나보았다. 롭 아이웨어는 라피스 센시블레, 라피스 플러스, 삼도 등의 브랜드를 런칭한 아이웨어 기업으로 트렌디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과 화려하고 감각적인 마케팅을 통해 안경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안경 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

△CF감독을 하다가 2009년에 일을 그만두고 2010년부터 안경 일을 시작하게 됐다. CF를 그만둔 이유는 소이 말하는 갑의 횡포를 심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더 이상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는 감독이 아닌 광고주들이 원하는 것을 찍는 꼭두각시가 된 느낌에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무작정 안경 산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안경에 대한 고민은 항상 머릿속으로 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 대학생 시절에 인터넷으로 선글라스를 산 경험이 있다. 모니터 안에서 정말 예뻐서 구입했는데 제품을 받아 착용해 보니 막상 내게 어울리지 않는 슬픈 사건이었다(웃음). 그때부터 이런 불편함을 해결 할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고민을 했고, 온라인상에서 가상 피팅이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불편이 해소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가상 피팅 후 구매가 가능한 쇼핑몰 'www.lukatme.co.kr'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예습의 시간이었다. 쇼핑몰을 운영하며 2년의 시간동안 브랜드에 대한 준비를 차곡차곡했고, 2012년 5월 드디어 브랜드를 런칭 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안경과 전혀 상관없는 삶이었다. 안경 브랜드를 런칭하기 위해 가장 많이 고민했던 점은 무엇인가.

△브랜드가 추구해야할 이상향은 '소비자에게 어떤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해야 한다'는 나름의 답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샤넬과 입생로랑을 좋아한다. 샤넬은 여성들에게 코르셋을 벗어도 된다는 가치관을, 입생로랑은 남성들에게 기성복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을 선사했다. 그렇다면 아이웨어 브랜드가 추구해야 할 가치관이 무엇일까. 아이웨어를 패션으로 받아들이는 패러다임은 이미 도래한 듯 했다. 나아가 아이웨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아이웨어도 옷처럼 그날의 기분과 착장에 맞춰 스타일링 할 수 있는 가치를 제시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과 타 고급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절대 뒤지지 않는 품질과 디자인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 안경을 디자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운명이었는지 내게는 재밌는 과거가 있다(웃음). 백종열 그라픽플라스틱 대표 역시 과거에 CF감독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백종열 대표는 가장 잘나가는 CF감독이었고 나는 그 분의 조감독이었다. 그래픽적으로 감이 엄청 뛰어난 분이었다. 조감독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래픽적인 요소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일러스트, 레이아웃 등이 안경 디자인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사실 안경 디자인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이 안경을 디자인했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한 디자인이 가능했다고 자신한다. 이번 'TRANSPARENT'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결과물이다. 사무실 뒤에 버려진 기계가 하나 있었다. 처음 그 기계를 본 것은 밤이었다. 밤에 가까이서 보는 기계의 느낌은 차갑고 무서웠다. 하지만 아침에 사무실 옥상에서 보는 기계의 모습은 푸른빛을 내는 반짝반짝 예쁜 무언가로 보였다. 또 노을이 질 때는 몽환적인 빛과 모습을 연출했다. 바라보는 각도나 빛의 세기에 따라 컬러감이나 디자인이 바뀌었다. 그런 요소를 캐치해 'TRANSPARENT' 디자인에 응용했다. 안경에 메탈의 특징을 접목시켜서 보이는 각도에 따라서 모습이나 컬러감이 변하게 디자인한 것이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 하우스브랜드 모든 대표들의 목표이기도 할 것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만 좋아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훌륭한 제품은 물론이고 거기에 브랜드 스토리도 더해져야한다. 때문에 이번에 런칭한 '삼도 바이 라피스 센시블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대구 공장을 수 없이 다녔다. 자연히 그쪽에 종사하신 분들과 술을 하며 친해질 수 있었는데, 그러던 중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었다. 70년대 한국의 안경시장이 아시아에서 최고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럼 그때 일하던 분들은 다 어디 가셨어요?" 그러자 앞에 계신 분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 있잖아"(웃음). 그렇게 '삼도 바이 라피스 센시블레'가 탄생했다. 세계에 제대로 된 코리아 헤리티지를 보여주고 싶다. 단순 제품이 아닌 한국 안경의 역사를 보여주고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다.

hdh0323@fneyefocus.com 한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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