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탁 준비위원장은 한국안경제조 70주년을 맞아 안경렌즈, 안경테, 제작기기, 제작 공정 등 안경 관련 모든 역사를 정리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5월 9일 '안경의 날' 제정, 오는 디옵스서 기념식 "한국다운 안경 만들자" 글로벌 마켓 개척 노력 필요
[대담=박경희 부국장] 한국안경제조70주년 기념식을 앞둔 지난달 31일 대구에서 이상탁 한국안경제조70주년 준비위원장을 만났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기념사업을 진행하게 된 동기와 안경의 날 제정 등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안경제조70주년을 맞아 기념사업을 진행하게 된 동기는.
▲한국 안경 제조는 1943년 경북 선산에서 처음 시작했지만 광복 후인 1945년에 대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안경 제조가 시작된 지 70년이 됐는데 여태까지 제대로 제조 역사에 대해 다룬 적이 없다. 시간이 많이 지나 자료도 찾기 힘들고 정확한 역사 파악도 힘들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보다 많은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념사업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올해 1월부터 안경 제조 관련 사진이나 기계 등의 정보를 모으고 있는데 연말까지 수집한 자료로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이하 센터) 2층에 전시할 계획이다. 이번 70주년 기념사업에는 안경뿐만 아니라 안경렌즈, 제작기기 등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료를 모두 받고 있다. 최근 '안경의 날' 제정을 위해 몇 차례의 회의를 진행했다. 정확히 제작을 시작하게 된 날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없어서 회의 끝에 한국광학공업협동조합 설립일인 5월 9일을 안경의 날로 제정하게 됐다. 또한 대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안경제조 역사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했다. 부산, 서울 등의 지역에 역사를 파악할 수 있는 대표를 선정했다. 대구에서는 학계에서 두 분을 선정해 전체적인 안경의 역사에 대해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안경 제조는 일본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며 시작됐다. 그래서 일본의 안경 역사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해 당시 원자재를 들여온 분들의 후손을 찾아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국내에서 오랜 시간 제조를 해 온 분들을 찾아 역사 고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70주년 기념식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오는 22일 '제14회 대구국제안경전(이하 디옵스·DIOPS)'에서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기념식에서 표창할 공로자를 선정하는 작업을 현재 하고 있다. 기념식 이후에는 홍보물 제작과 함께 자료 수집을 위한 홍보를 할 계획이다. 자료 수집이 마무리되고 나면 백서도 발간하게 될 것이다. 또한 VIP 라운지와 전시장에 역사 전시도 할 계획이다. 안경제조70주년 다큐멘터리 상영, 안경 제조업을 다룬 패널 및 연대별 안경, 관련 제품 전시도 기획 중이다.
―안경제조 70주년을 맞아 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번도 자료를 모은 적이 없어 현재 남아있는 것들이 많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버린 것들도 있고 소실된 것들도 있어 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많다. 혹시 안경 제조에 관한 자료를 갖고 있다면 센터로 연락을 줬으면 좋겠다. 또한 자료가 없더라도 직접 증언이 가능하다면 담당자들이 방문해 얘기를 들을 것이다. 아직 자료 수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도 할 계획이다. 또한 우리나라 안경업계는 아직 단합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사업 진행에 있어 안경업계 종사자들에게 협력을 요청하면 선뜻 나서는 사람들이 잘 없다.
몇년 전부터 안경 공동판매를 실시하자는 얘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제대로 가격도 못 받고 안경을 판매하는 부분이 안타까워 공동판매를 제안했는데 참여율이 떨어져 아쉬운 부분이 많다. 안경업계 발전을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안경 제조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알고 있다.
▲옛날에는 숫돌로 렌즈를 갈아 안경을 만들었다. 숫돌로 하기에는 한계가 많아 다이아몬드 도이시를 개발했다. 그 후에 자동 도이시를 개발해 부산 사상구에 철공소를 설립해 도이시를 제작해 전국에 판매했다.
또한 대구에 안경거리를 조성했다. 처음에는 전봇대에 조형물을 설치해 안경 거리임을 알렸다. 그 후 각종 매스컴을 타게 되면서 안경 거리가 알려졌다. 2002년부터 거리 조성을 시작해 2006년에 정식으로 완성됐다. 가로등 위치도 조정하고 안경 거리 내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안경 형상으로 모두 바꿨다. 안경 거리 조성 시작 후에 센터도 설립하는 등 대구를 확실한 안경 특구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나라 안경 제조는 셀룰로이드로 시작했다. 이후에 TR나 울템 소재의 안경이 많이 제작됐다. 그러나 TR나 울템은 사출로 제작하기 때문에 가격 형성도 힘들고 판매도 어렵다. 이러한 부분을 안경을 제조하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센터에서도 아세테이트 제조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진한 부분이 많다. 개인적으로 아세테이트 안경 제조를 위해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가장 한국 다운 안경을 만들기 위해 아세테이트 제작 판에 오색문양이나 전통 문양을 넣어 우리나라 특색을 살릴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생산하는 제품의 80% 이상을 아세테이트로 제작해 수출까지 하고 있다.
―우리나라 안경 업계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우리나라 안경 제조 기술은 뛰어나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수출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유럽 유명 브랜드들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브랜드 자체를 파는 경우가 많다. 그 브랜드들을 사들여 우리나라의 우수한 제조 기술을 접목한다면 수출도 더 쉽게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후면 디옵스가 개최된다. 디옵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어가 찾아올 수 있는 전시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안경을 보면 한국다운 안경이 많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 나라별로 안경 특징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러한 특징이 없어 바이어들이 큰 매력을 못 느끼는 것 같다. 나는 항상 '안경만 잘 만들면 공장이 골짜기에 있어도 찾아온다'고 말한다. 한국다운 안경을 만들어 바이어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디옵스도 고정적으로 방문하는 바이어들이 꽤 많이 생겼다. 지금 한국 다운 안경을 만들면 바이어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아직까지 안경업계가 디옵스 개최에 있어 소극적이 부분이 많다. 부스 판매를 할 때도 참여를 요청해야 참여하는 것이 아닌 서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성공적인 전시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30년 후, 안경제조100주년에는 우리나라 안경산업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가.
▲지금도 안경산업은 어렵지만 그 때는 훨씬 더 어려울 것 같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들은 2, 3세에게 기업을 물려주고자 한다. 다른 업종은 경영에 대한 교육만 받으면 기업을 운영하는데 큰 무리가 없지만 안경 산업은 감각이 필요하다. 매 번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해야 하고 꾸준히 제조 기술을 개발해 내야 한다. 이러한 감각이 없다면 기업을 물려받더라도 잘 운영되지 않는다. 특히 앞으로는 국내시장에만 의존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해외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특화된 제품을 개발, 광대한 글로벌 마켓의 안정적인 시장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